▲ 신수식 박사

박근혜대통령이 2015년 11월 14일에 있었던 민중총궐기대회를 불법·폭력집회로 규정하고 엄단을 촉구하였다. 특히 이 날의 집회 및 시위를 IS의 테러와 연결시키는 발언을 하는 등 강하게 비판을 하고 나선 것을 두고 과거 남북분단을 이유로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억압하였던 공안몰이를 연상하게 하는 정도라고 지적될 상황이 이념과 체제적 대립이 사라진 지금 21세기 무한경쟁의 세계화 시대에 대한민국에서 다시 재연되고 있다는 사실에 필자는 정말 한심스럽고 어처구니가 없다. 이러한 생각이 과연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현대민주주의의 시장경제사회인 오늘날 국가를 경영하는 것은 과거 전제군주들이 비인격인 법에 의한 통치가 아닌 말로서 통치했던 인격적 통치의 권위주의시대도 전제주의시대도 아니다. 지도자가 바뀌거나 유고가 발생해도 국가의 경영은 법과 제도, 기구와 조직의 시스템으로 통치되는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대한민국은 어떠한 가?

통치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통치자 한 사람의 생각과 말에 좌우되고 독단과 전횡의 비정상적 국가경영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통치시스템에 참여하는 모든 국가권력의 핵심들이 최고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며 줄서기로 정치지도자 한 사람의 생각과 말에 아부하고 있는 인격적 통치의 권위주의시대 또는 전제주의시대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에 역사적 퇴보의 대한민국이 한심스러워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국민통합과 화합으로 국가경쟁력을 강화하여 국내외의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적 상황에 놓여 있다. 하지만 박근혜대통령은 11월 24일 국무회의에서 발언한 내용에서도 잘 확인되고 있듯이 11월 14일에 있었던 시위를 폭력시위로 규정하고 남과 북이 대치하는 상황인 우리나라에서 이런 폭력시위가 일어난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고 전세계가 테러로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는 때에 테러단체들이 불법시위에 섞여 들어와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으며 특히 복면시위를 IS(이슬람국가)와 비교하며 파리테러를 일으킨 IS가 검은 복장에 검은 복면이 트레이드 마크였다며 복면금지법 추진을 강조하는 등 매우 충격적인 언어구사를 했다고 한다.

필자도 물론 불법적, 폭력적 집회 및 시위는 그 어떤 이유로도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민주화되고 선진국그룹이라는 G20, OECD회원국인 대한민국에서 정치지도자가 집회와 시위를 불법으로 밀어붙이는 데 그치지 않고 테러리스트와 연계하면서 국민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고 남북분단의 특수관계를 명분 삼아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억압하는 공안몰이를 전면화하고 인권침해 등 논란이 일고 있는 테러방지법·복면금지법과 같은 쟁점법안의 제정을 밀어붙이겠다는 점은 분명 문제라고 할 것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쉬운 해고, 청년실업과 쌀값 폭락 등에 항의해 거리로 나온 시민을 잠재적 테러세력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올바른 자세가 아니며 헌법과 법치에도 위배되는 시대착오적인 사고임은 분명하다. 국제노동조합과 ILO등이 박근혜대통령의 노동조합에 대한 압수수색 등에 대해 비민주주의적이며 탄압 및 억압의 가능성이 있다고 항의하고 있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박근혜대통령은 국회를 향해 백날 경제를 걱정하는 립서비스만 하고 정작 책임 있게 일을 하지 않는다며 경제활성화법과 한·중 등 주요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가 지연되어 큰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물론 국회를 비롯해 정치인들이 제 역할과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대통령이 자주 격렬한 표현으로 국회와 야당을 비난하는 것은 국정운영을 위해 결코 긍정적이지도 않고 도움이 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정치문제는 각각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고 이해관계로 인하여 대립하고 갈등하는 것이 일상적인 현상이기에 정치세력 간 자주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쟁점을 조율하며 국가와 국민을 위한 협력을 이끌어내는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따라서 대통령이 혼자 국정을 운영할 수도 없고 또 독단적으로 국정을 운영해서도 절대로 안 된다. 정치적 쟁점에 대해 토론, 조율, 조정이라는 협상과 타협을 통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을 찾는 과정이 바로 정치인 것이다. 집회 및 시위를 불법폭력사태로 규정하고 질타하는 가 하면 경제활성화법 처리에 협조하지 않는 야당을 위선, 직무유기라고 비난하며 테러방지법, 복면금지법 등 공안입법을 처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신(新)공안정국의 조성으로 국면을 전환하려는 정치적 의도는 결코 국민을 제대로 이해시킬 수 없으며 지지 또한 받기는 어렵다는 사실이다.

최근 김영삼 전대통령이 서거하였는데 그가 걸어온 정치적 역사가 현재 새삼 국민들 마음에 크게 부각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김영삼 전대통령의 국가장이 2015년 11월 26일 있었는데 장례위원회에 고인이 생전에 통합과 화합을 강조한 메시지에 따라 독재자와 민주투사의 악연관계였던 전두환·노태우 전(前)대통령들까지도 장례위원회에 포함시켰는데 그 의미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여기서 김영삼 전대통령의 정치키드들이 현재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다고 하는데 김영삼 전대통령의 정치철학과 소신과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김영삼 전대통령은 3당 합당으로 한때 민주주의 세력과 진보세력을 배신하였다고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친일군사독재세력과는 마지막까지 결코 화해하지 않으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발전과 군부독재종식을 위한 정치적 행보로 큰 역사적 발자취를 남겼다.

하지만 지금 그의 정치적 적통이라고 주장하는 후계자들은 김영삼 전대통령이 절대 화해하지 않았던 친일군사독재세력 및 그 후예들과 정치적 영합은 물론 역사적 퇴보에 동조하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 마음이 답답하고 괴로운 것은 무슨 이유인가?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김영삼 전대통령의 서거 이후 그에 대한 재평가의 움직임이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이 전국 만19세 이상 남녀 1천1명을 대상으로 11월 24~2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김영삼 전대통령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으로 민주주의/민주화운동(21%)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IMF 17%, 금융실명제 16%, 문민정부 3%, 3당 합당 2%, 하나회 척결 2%, 그 외 2% 미만의 소수 응답에서도 소신/강단, 전두환, 노태우 구속, 군부독재 청산, 부정부패 척결 등 대체로 긍정적 내용으로 우리나라 정치발전에 공헌했다고 보는 입장이 74%로 압도적이었다고 한다.

이 시점에서 김영삼 전대통령의 친일군부독재세력과 투쟁으로 민주주의와 민주화를 가능하게 했던 정치적 업적을 국민들이 다시 생각하게 되고 이를 평가하게 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길 바라는 것이 양식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 대다수와 필자의 바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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