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정보 공유 실태

포털사이트 정보 차단 후에도 쪽지, 메일로 정보 공유
자살예방사이트에서도 정보 공유, 관련 대책마련 시급

최근 강원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11명은 인터넷 자살 사이트를 통해 사전에 동반죽음을 모의했을 가능성이 제기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자살방법과 관련된 정보 공유가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더욱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는 자살 정보 공유는 관련 업체들의 모니터링과 경찰 단속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이처럼 단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음지에서 활기를 치고 있는 자살 정보 공유. 이번 사건으로 인해 또 다시 불거져 나오고 있는 위험한 실상을 살펴봤다.


지난 4월 17일 인제에서 숨진 지모 씨(47)의 수첩에서 앞서 같은 달 15일 횡성에서 동반 자살한 김모 씨(26)의 휴대전화 번호가 발견된 데 이어 유일하게 살아남은 양모 씨(40)가 경찰 조사에서 “인터넷 메일과 쪽지 등을 통해 사전에 자살을 계획했다”고 진술한 것.

자살정보, 해마다 급증

이에 따라 이들이 자살 관련 정보를 나누고 자살 계획을 사전에 모의한 것으로 전해진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블로그와 카페, 지식검색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03년 관련법이 개정된 이후 자살 정보 공유는 쪽지와 메일 등 더 은밀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연말에는 자살을 막자며 운영되는 이른바 자살예방사이트에서 만난 20대 남녀가 연탄불을 피우고 동반자살을 시도했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자살 관련 온라인 유해 정보를 모니터링 하는 한국자살예방협회에 따르면, 자살 유해 사이트 신고 건수는 지난 2007년 491건에서 2008년 849건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는 4월 현재까지 267건이 신고되는 등 자살 관련 유해 정보는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와 다음 등 인터넷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자살’을 검색하면 유해 정보가 차단되지만, ‘자살’과 ‘도구’, 또는 ‘자살’과 ‘정보’를 같이 검색할 경우 포털 사이트의 블로그와 카페, 지식검색 등에서 관련 정보가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국자살예방협회 관계자는 “자살사이트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대놓고 자살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는 사실상 거의 없다”며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지만 인력에 한계가 있어 포털업체의 1차적인 모니터링 등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 검색차단도 허술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형민 부연구위원은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살아서 감당해야 할 것들이 더 이상은 참기 힘들다고 느껴질 때 차라리 죽는 게 덜 고통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살아서 견딜 수 있도록 문제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다른 길을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자살예방협회 홍강의 회장은 “민간과 정부가 협력해 자살요소를 줄이기 위한 자살예방과 관련된 법 추진이 필요하다”며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에게 상담을 통해 삶의 희망을 주는 전문가들의 상담 능력 등을 키우기 위한 교육도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철현 기자
amaranth2841@naver.com



모방자살, 언론도 신중해야

보건복지가족부는 최근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동반 자살에 대해 동반자살자 모집방법, 자살현장 및 자살방법의 자세한 묘사 등을 여과 없이 보도하고 있는 언론들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유명인들이 자살로 사망한 때에도 일부 언론의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로 모방 자살 사고를 야기한 바 있으며, 최근의 동반 자살방법도 한 유명인이 사용한 이후로 그 방법이 자세히 보도되면서 모방해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앞서 지난 4월 9일 제주도에서 개최된 한국기자협회 세미나에서도 자살보도권고기준을 준수해 줄 것을 당부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일부 방송사·신문사의 경우 자살도구와 사용한 연탄, 화덕, 술병과 청테이프, 밀봉된 차량을 여과 없이 보도하고 있어 전염성이 강한 자살이 더욱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복지부는 밝혔다.

복지부와 한국자살예방협회는 이번 동반자살 사건 관련 언론보도를 모니터링 하여 권고기준 미준수 보도에 대해서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및 신문윤리실천 요강에 의거해 각 언론사에 시정을 요청할 계획이다.
<철>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