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비 수령 백태


 

▲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보육비를 많이 받아내기 위한 각종편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에서는 이런 편법을 공유하고 있어 이런 편법이 더욱 활기를 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은 한 보육시설에서 교사가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부분과는 관련없음.

금융자산, 부동산 등 타인에게 돌리는 일 많아
인터넷, 보육료 타내기 위한 각종 편법도 공유

정부의 올해 보육비 지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맞춰 때아닌 재산 줄이기 바람이 불고 있다. 장기적인 경기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요즈음. 소득 하위 70%에 속한 가구에 월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올해 보육비 확대지원 대책에는 4인가족을 기준으로 월 소득 258만원 미만일 경우, 최대 73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서민들에게는 이 같은 정부의 보육비 지원이 가계에 상당한 보탬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자녀를 둔 서민들을 위해 마련된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보육비 지급이 각종 편법을 동원, 너도나도 이를 받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으로 변질되고 있는 실정이다. 돈을 받아낼 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동시에 정부의 미흡한 정책도 엿볼 수 있는 보육비 지급의 현 주소를 살펴봤다.


두 자녀를 두고 있는 주부 장모 씨(37). 그는 올해부터 둘째 아이까지 어린이집에 보내게 되면서 월 50만원 이상의 보육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첫째, 둘째 아이까지 모두 보육비를 받지 못했다. 2,000cc가 넘는 승합차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7년 미만 2,000cc 이상 자동차는 일반재산이 아닌 승용차 재산으로 따로 분류돼 자동차 가격의 1/3이 소득으로 추가 계산된다.

가장 많은 ‘명의 넘기기’

장 씨는 “고급 승용차를 산 것도 아니고 3년 전 할부로 구입한 것인데 이 때문에 보육비를 지급 받을 수 없어 속상하다”며 “지금은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팔아야 하는 현실이 너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정직하게 신고하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보육비 지원이 시작되고 있지만 이 같은 정부의 차량제한으로 인해 보육비를 제대로 지급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차량제한은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이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부분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차량을 구입할 때도 명의를 남의 것으로 하는 편법은 가장 흔하게 발생되고 있다. 한 주부는 지후맘 게시판에 “보육로 지원 문제로 시어머니 이름으로 새 차를 샀다”고 말했다. 두 아이의 엄마라는 한 여성은 아예 “남편 차가 2,700cc여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해서 이번에 차를 팔고 2,000cc 중고 중형차로 바꿨다”고 밝혔다.

자동차 뿐 아니라 월급이나 적금, 집값 등의 부동산 보유 자산도 월 소득에 반영되다 보니 보육비를 더 받아내기 위한 편법은 극에 달하고 있다. 남편과 두 아들을 둔 주부 김모 씨(39)는 지난달 초 자신 명의로 돼 있던 언니 집을 언니 앞으로 돌려놓았다. 통장도 언니 이름으로 바꿨다. 2억원대의 집을 전세 6,000만원으로 자기 명의의 통장 잔액은 400만원으로 낮췄다.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영유아(0∼5세)가구에 확대 지원하는 보육료를 받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서울 종로의 한 직장에 근무하는 회사원 최모 씨(40)도 최근 부서원들의 회비를 모아두었던 자기 명의의 통장을 싹 비웠다. 수백만원의 회비가 자기 재산으로 잡혀 보육료 지원에서 불이익을 받을까봐 우려해서다. 그는 “이미 나와 관련된 재산은 모두 비운 상태다”며 “보육비를 더 많이 받기 위해서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기 명의 통장에 든 부모님 돈 같은 거품을 빼는 것은 기본이고 자신의 금융자산이나 아파트까지 다른 사람 명의로 돌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유아 정보를 공유하는 ‘지후맘’, ‘나눔 상자’ 등의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보육료를 타기 위한 문의와 아이디어 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정보를 십분 활용, 편법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보건복지가족부 게시판에서는 “부모님이 퇴직한 뒤 내 이름으로 세금우대 정기예금을 들었는데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눈물을 머금고 확 해약해버렸다”며 “부모님께 미안해 죽는 줄 알았다”는 한 직장인의 글도 올라와 편법이 어느 정도 활기를 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대출 늘리는 편법까지

자기 통장의 돈을 타인 명의로 돌리는 것도 모자라 아예 대출을 늘리는 편법도 동원되고 있다. 충북 청주시에 사는 4인가족의 한 주부는 “현재 부채가 1,200만원인데 1,800만원을 더 대출 받아 3,000만원으로 늘리면 전액을 지원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편법이 활개치자 해당 기관들도 구체적인 소득산정 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다급해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신청자들이 급하게 재산을 정리한 것이 확인되면 차후에 소명자료를 받는 등 보완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이철현 기자
amaranth284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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