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수식 박사

조희팔사건은 2004에서 2008년까지 5년간 전국에 10여 개 피라미드 업체를 설립하고 의료기기 대여업으로 30∼40%의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투자자들을 속여 3만 여 명의 돈 4조 원을 가로채 중국으로 도주한 대형 사기사건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 돈을 사기당하고 그 충격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만 30명이 넘는 등 그 피해규모가 너무 커서 단군이래 최고 사기사건이라고 명명할 정도로 우리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었다.

사건의 핵심인 조희팔과 그 일당은 회원이 가입하면 그 돈을 융통해 먼저 가입한 회원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여 그 규모가 수 조원에 이르게 되었으며 결국 사기행각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게 되었다. 경찰이 조희팔과 그 일당을 기소하기 직전인 2008년 말 핵심인물들은 중국으로 밀항하여 조선족으로 신분을 완전히 위조한 뒤 중국 옌타이 인근에 숨어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2년 5월 21일 조희팔씨가 2011년 12월 중국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으며 같은 달 국내로 유골이 화장되어 이송된 사실을 확인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조희팔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은 경찰의 발표를 믿지 않고 경찰수사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 위장사망을 꾸민 것으로 의심하고 있었다. 따라서 경찰청은 조희팔씨 유족이 국내 모 납골당에 안치한 유골과는 별도로 보관하고 있는 추모용 뼛조각을 입수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조사를 의뢰하였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감식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려 조희팔씨의 사망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조희팔사건과 관련된 대표적 피해자모임으로는 전국 49개 센터의 피해자와 가족, 사회 각계 인사 10,000여 명으로 구성된 바른가정경제실천을 위한 시민연대(바실련, 대표김상전)가 있다. 현재 경찰이 조희팔사건 재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몇 가지 의문점이 남아있다. 그 이유는 국민이 수사기관인 경찰과 검찰의 수사와 그 결과를 믿지 않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이미 다른 사건들에서도 확인되었듯이 경찰과 검찰 자체가 뇌물과 비리에 연관되어 있는 경우는 물론 그 배후에 항상 정치권력의 핵심이나 핵심인물과 관련된 자들이 연관되어 있어서 제대로 된 수사 및 조사가 불가능 했기 때문이다.

조희팔사건을 접하면서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갖게 되는데 과연 이러한 의문을 해결할 수 있을까?

첫째, 강태용의 매제이자 다단계 사기업체의 전산실장으로 실질적인 설계자 역할을 했던 배상혁이 7년 간 도피생활 끝에 구속됐는데 지난 7년 간 전국을 그야말로 자유롭게 활보했으며 전혀 경찰의 검문이나 추적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검찰과 경찰을 믿을 수 있으며 또 경찰과 검찰이 앞으로 조희팔사건을 의혹없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 지의 의문이다.

둘째, 수사당국이 조희팔사건 수배자들을 검거할 의지가 없었다는 의혹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의 수사 및 조사과정에서 볼 때 오히려 검찰과 경찰이 조희팔일당을 비호하는 세력이었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다.

셋째, 조희팔의 핵심인물이었던 조카 유씨가 특별한 이유도 없이 경찰에서 풀려난 지 며칠 만에 사망한 사건에서 경찰이 사건의 핵심관계자에 대한 관리를 너무나 소홀히 했다는 문제와 함께 사망이 자살이냐 아니면 타살이냐에 대해서 타살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넷째, 조희팔일당의 2인자이자 사건의 핵심적 인물인 강태용이 최근 중국에서 붙잡혔으나 중국 공안과의 협의문제로 국내송환이 늦어지고 있다는데 이에 대해서도 의혹을 갖는 일각에선 강태용 스스로도 가능하겠지만 사건과 관련된 권력실세가 국가기관을 이용하거나 중국공안을 매수해서 국내송환을 방해하고 있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이다.

국민들과 같이 필자도 4조원대 다단계사기범 조희팔이 중국으로 도주한 사건에서 검은 돈을 받은 검찰과 경찰 인사들이 재직기간에 하나같이 승승장구했다는 사실에서 이러한 사실들이 단순히 경찰과 검찰의 감찰·인사의 검증시스템이 큰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장 신뢰를 받아야 하는 정부의 핵심기관과 그 공직자들이 뇌물과 비리로 국가기강을 무너뜨리고 사회불신을 조장하고 있는 상황과 환경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에서 필자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참으로 부끄럽고 창피하다. 이러한 비정상의 대한민국을 부끄럽게 여기는 것은 양식이 있는 국민이라면 그 누구나 필자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

필자가 기억하기로 박근혜대통령은 취임을 하면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력하게 언급했었는데 벌써 3년 차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 지금까지 비정상의 영역을 과연 정상화시킨 것이 있었는지를 묻고 싶은데 양식 있는 국민도 필자와 같을 것으로 생각된다.

단군이래 최대의 사기사건인 조희팔사건에 대해 의혹이 없이 제대로 된 재수사를 통해 3만 명이 넘는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고 잃어버린 정부의 주요 기관과 공직자들이 신뢰를 회복하는 기회가 되도록 할 수 있을지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지금까지 경찰과 검찰이 저축은행비리, 포스코 비리 등 대형권력형비리에 있어서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며 수동적으로 권력의 하수인의 역할을 해 온 것을 보여주었던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기에 제대로 된 수사를 기대하지 않는 것이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조희팔일당의 2인자로 국내 송환을 앞둔 강태용(54)의 고교 동기인 김모 전검사는 2006년부터 강씨에게 로비를 받았는데 조희팔사건 수사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던 2008년 4월 조씨 측에 변호사선임을 알선해 주고 그 해 말까지 3차례에 걸쳐 차명계좌를 통해 2억 7천만원을 받았다. 김모 검사는 이후 부산지검 특수부장, 서울중앙지검 특수 3부장,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을 거쳐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검사,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차장검사를 맡는 등 순탄한 승진의 과정을 걸었다고 한다.

검찰인사시스템의 부실은 15억 원이 넘는 뇌물을 받은 오모 전검찰서기관의 사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강태용의 고교 1년 선배인 오씨는 2008년부터 5년여 동안 수 십 차례에 걸쳐 현금, 양도성예금증서(CD) 등 15억 7천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올해 1월 구속 기소됐는데 이 외에도 5년 동안 끊임없이 부정을 저질렀음에도 검찰조직이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한 것에 대해 의혹은 당연한 것이다. 그는 뇌물수수사실이 적발되기는커녕 한창 거액을 받아 챙기던 2012년 6월에 검찰수사서기관으로 승진하였다는 사실에서 검찰조직이 얼마나 한심한 수준인지를 잘 확인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대구지방경찰청 권모 전총경도 마찬가지의 예로서 대구경찰청 강력계장으로 근무하던 2008년 10월 조희팔 측에서 9억원을 받았는데 조희팔씨가 중국으로 도주하기 한 달여 전으로 경찰이 조씨를 본격 수사하던 시기였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비상장회사 주식을 사면 곧 상장돼 주가가 급등할 것이라며 투자를 유도한 혐의도 받고 있는데 조희팔의 검은 돈을 받은 5개월 뒤인 2009년 3월 대구경찰청 3명밖에 안 되는 총경으로 진급된다. 이처럼 검찰과 경찰의 고위급 간부들이 오랜 기간 부정한 거래를 일삼았는데도 해당 기관이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는 바람에 조희팔 일당은 거액의 범죄수익금을 숨긴 채 유유히 중국으로 도망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상의 사실에서 검찰과 경찰이 내부 고위직원의 비리를 몰랐다면 자체 감사시스템이 마비된 것이라 할 것이고 만약 알고도 눈을 감았다면 사기행각에 관련 공직자들이 동참한 중대한 범죄행위라는 할 것이다.

조희팔은 2008년 사실상 해경의 호위를 받으며 중국으로 밀항할 수 있었고 2012년 경찰이 과학적 물증도 없이 서둘러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해 버리고 그 일당의 핵심들에 대한 수사나 관리도 엉망이었던 점 등에서 지금까지 사법처리된 검찰, 경찰 관계자만 7명이며 모두 1인당 수억 원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정리하고 처리하기에는 너무나 의혹투성이의 사건이라는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기로는 조희팔사기사건은 청와대나 정치권 최고실세로서 정·관계를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아니고서는 이러한 대형사기가 성립될 수 없는 희대의 범죄사건이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과연 조희팔사건이 가능하도록 했던 권력핵심의 인물들이 밝혀질 수 있을 것인가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강태용이 도피 7년 만에 마치 잡히길 원한 듯 체포됐다는 점에서 조희팔사망을 기정사실로 하고 일정한 선에서 꼬리를 자르기 위한 협상무기로 조희팔리스트를 들고 올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한 것도 또 다른 의혹이다.

필자는 조희팔 사건을 통해 제기된 의혹들을 제대로 밝히고 비정상 대한민국이 정상의 대한민국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도록 법과 제도를 보완하고 그 책임을 반드시 지는 사회로서 공직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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