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수식 박사

요즘 대한민국사회는 여론조사공화국이라 할 만큼 여론조사가 남발되고 있는 가운데 여론조사의 신뢰성의 문제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여론조사(public opinion poll, 輿論調査)는 사회구성원들이 각종 사회적 문제나 주요 정책, 쟁점(issue) 등에 관하여 가지고 있는 이념적 신조(信條), 견해, 태도, 의향 등 정향을 확인하려는 목적에서 행하는 사회조사이다.

여론조사는 사회 및 국가의 모든 쟁점에 관해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분포를 상당히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질문의 내용이 적절할 경우 의견의 강약과 그런 의견들을 갖게 된 이유 및 쟁점들을 다른 사람들과 상의했는지의 여부까지도 밝혀낼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여론조사가 이루어지면 국정운영, 정부정책 등에 매우 유용하고 중요한 정보와 자료가 된다.

오늘날 여론조사가 여러 가지 이해관계에 이용되면서 원래 목적했던 주요 사회적 문제나 정책 및 이슈의 쟁점 등에 대한 국민들의 정향을 왜곡하고 악용하는 폐해를 조장하는 경우가 많아 여론조사를 비판하고 있다. 특히 여론조사는 다음의 경우, 첫째는 보통사람들은 관세나 미사일 방어체제와 같은 복잡한 국가 및 정부의 정책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해 이에 대한 의견이나 의향 이 정확할 수 없으며 일관성 또한 없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이러한 여론조사의 대상에 대해 질문을 통해 도출해내고자 하는 결과는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선거여론조사와 같은 경우는 바람잡이 효과가 있어서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한 여론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악용할 수가 있다는 사실이다. 셋째는 사설조사기관들이 편파적이거나 왜곡된 조사결과를 신문에 누설하여 이를 스스로 목적을 위해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넷째는 국정을 담당하는 정치인을 비롯하여 특정정치세력들이 자신들의 정책, 정치적 이해, 정치행위의 홍보 등에 국민들이 지지하도록 만드는 데에 악용할 수 있다는 사실 등이다.

여론조사는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발달하였으며 그 시초가 된 것은 대통령선거 결과를 사전에 예상하는 모의투표(straw poll)였다. 여론조사는 20세기 초부터 일종의 유행이 되어 많은 언론기관이 경쟁적으로 실시하였다. 정부의 정책이나 정치상의 쟁점에 대한 국민의 찬반이나 의견을 묻는 본래의 여론조사도 실시되기 시작하였고 기술의 진보와 관련하여 급속한 발전이 이루어졌다.

여론조사방법은 조사목적에 따라 조사대상으로 할 사람들의 범위(universe)를 정하고 이에 해당하는 전원(population:母集團) 속에서 실제로 조사할 적당수의 인원(sample:標本)을 일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선정하는데 이를 표본추출(sampling)이라고 한다. 표본의 좋고 나쁨에 따라 표본집단의 의견분포에서 모집단의 그것을 추정할 때의 정밀도(精密度)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확률론에 근거한 정교하고 치밀한 표본추출법이 실시되고 있다.

조사실시의 수단으로서는 우송법(질문지를 우송하여 회답을 구함)·면접법·전화 등 여러 방법이 있다. 이들 모두가 장단점이 있으므로 조사의 목적·대상·시간적 제약 등의 여러 조건을 고려하여 적합한 방법을 택한다. 어느 방식을 취하든 여론조사에서는 질문의 방법을 일정하게 할 것이 요구되며 미리 인쇄된 질문지 등의 작성에 있어서는 레이아웃, 질문의 배열, 질문형식(자유회답과 선택회답)의 선택, 질문사항의 명확화와 일의적(一義的)이며 이해하기 쉬운 표현 등에 관하여 면밀한 배려와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따라서 이런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나 비판이 제시될 수 밖에 없다. 선거예상이 투표에 영향을 준다(bandwagon effect)거나 여론조사의 결과를 과연 믿을 수 있겠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 그리고 여론조사결과가 과연 진정한 여론을 포착한 것인가 하는 점 등이다. 즉, 전자는 측정 시에 따르게 마련인 오차를 어떻게 배제 또는 최소화할 수 있느냐 하는 점으로 근래 이 점에 관한 이론과 기술이 상당히 진전되고 있으나 아직도 여전히 개선해야 할 여지가 많다는 사실이다.

후자는 간단히 논급할 성질의 것이 아니며 여론조사의 대상이 매우 복잡하고 다면적·유동적인 것이기에 한두 번의 조사로 정확한 여론을 포착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러한 의문과 비판이 여론조사가 전혀 불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다면적인 데이터의 집중적인 축적과 타당한 해석의 필요성으로 정확성을 높여서 문제재기와 비판을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여론조사는 일반대중의 의견을 통계적 방법으로 수집하는 것으로 그 결과는 흔히 진실한 여론으로 받아들여지는데 특히 선거철이 되면 언론들은 객관적 통계를 기반으로 정밀보도(precision journalism)를 한다며 여론조사결과를 대대적으로 인용하여 보도하나 세계적 여론기관인 갤럽도 미국대통령선거 결과를 잘못 예측했던 사례처럼 여론조사결과는 언제든지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통계적, 비통계적 오류로 인해 왜곡된 여론조사결과의 경우가 허다하였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정치인 지지도 조사, 국정지지도 조사, 정책지지도 조사 등이며 특히 언론이 독립적이지 않은 사회나 국가의 경우에는 그 정도가 훨씬 심각하였고 같은 여론조사주제를 놓고 얻은 결론이 언론사 간 무려 10%포인트 이상 차이를 나타내는 경우에 어느 여론조사기관의 조사가 더 정확했는지 아니면 모두 가 다 정확하지 않았는지 당장 확인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여론조사결과가 틀리는 가장 큰 원인은 조사비용과 조사시간의 제약으로 통계원칙이 정확히 적용되지 않기 때문으로 표본으로 모집단을 추정하기 때문에 통계적 오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오랜 여론조사경험을 가진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오류를 줄이기 위해 통계적 기준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지만 국내 여론조사기관들 대부분은 전혀 그렇지 못하고 있다. 그 예로 전화조사를 할 경우에 상대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몇 시간 후 다시 연락해야 하지만 국내 여론조사기관은 원하는 숫자의 응답자를 제한된 시간 안에 채우기 위해서 대상자를 다른 사람으로 임의 교체해 버린다.

이렇게 할 경우 낮 시간에 전화를 받을 수 있는 가정주부나 노인들이 조사에 응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한쪽으로 치우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국내 여론조사기관들은 조사시간에 쫓기다 보니 조사대상자를 최대 10배까지 교체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표본이 많이 바뀌면 바뀔수록 대표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론조사에 사용되는 질문내용도 오류발생원인이 될 수 있기에 조사자는 응답자의 응답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중립적인 입장에서 질문서를 만들어야 하고 결과를 해석할 때도 중립적이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이 의도된 결과가 나오도록 설문지를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에서 여론조사결과는 항상 틀릴 수 있으며 자료수집의 제약이나 조사자의 의도에 따라 잘못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국내 정당들은 물론 정치인들은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를 마치 마법의 해결사처럼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여론조사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일반대중의 의견을 수집하는 것이지만 그 결과가 다시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선거와 관련된 여론조사에서 우세자 상승효과(Bandwagon effect)와 열세자 동정효과(Underdog effect)도 확인되고 있다. 밴드웨곤효과를 주장하는 측은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승자 쪽에 서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고 가정한다. 자신의 의사를 미처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여론 조사에서 우세한 후보를 선택하게 되고 그 결과 우세후보의 지지도가 더욱 올라가게 된다는 것이다.

언더독효과는 인간의 심리에는 지는 쪽을 동정하는 심리가 있어서 여론조사결과 열세후보자에게 동정표를 던진다는 것이다. 특히 후보자가 다수인 경우 밴드웨건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고 당선가능권에서 멀어지면 선거자금을 모으는 것은 물론 미디어의 관심에서도 멀어지기 때문이다.

마케팅 목적으로 기업들이 실시하는 조사뿐만 아니라 특정 정치사안에 대한 지지도를 알기 위해서, 특히 선거예측을 위해서 실시하는 설문조사는 현대시민에게 매우 익숙해졌다. 전체 중에 일부를 표본으로 선정하여 그들만을 조사하여 그 결과로 전체 사람들을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공평하게 골고루 표본을 선정하는 공평성이 그 핵심이다. 대표성이 없는 표본은 그 크기가 아무리 크더라도 모집단의 특성을 올바르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론조사는 과학이고 숫자는 객관적이라는 미신이 우리 대한민국전체를 휩쓸며 여론조사광풍이 일고 있는 오늘날 국내 정당들은 여론조사수치로 공직선거후보를 선출하는 독특한 제도까지 운영하며 여론조사의 폐해를 가중시키고 있다. 지속적으로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에 대한 맹신은 계속해서 확산되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의 여론조사는 민심을 측정하는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거꾸로 정당정치체제에서 당원을 대신해 여론이 공직후보를 선택하게 하고 나아가 사회적 문제 및 쟁점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심판관 노릇까지 하고 있다.

순간의 지지율을 민심의 선택으로 간주하는 것이나 문제가 많은 여론조사결과를 믿고 여론을 이용하는 것은 일종의 우민(愚民)정치이다. 어떤 전문가는 지금과 같은 정당의 후보선출 방식은 여론조사의 본질을 모르는 조사문맹(Research Illiteracy)현상이고 중요한 정치적 선택이 오락인 가요인기투표와 같다고 여기는 포퓰리즘으로 정치 노선과 이념에 관계없이 누구든 지지율만 높으면 된다는 풍조는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게 된다고 지적했다.

공직선거법은 여론조사에서 응답률을 공표하도록 규정(108조4항)하고 있지만 이를 준수하는 기관은 거의 없으며 여론조사결과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현재 우리 여론조사분야는 무법지대나 다름없고 선거뿐만 아니라 여론조사 전반에 대해 조사의 수준을 평가하고 조사기관의 윤리준칙준수를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이렇게 여론조사의 문제 및 정치적 이해에 따라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점에서 필자는 우리 정치권은 물론 언론기관, 여론조사기관들은 공론인 여론을 더 이상 스스로의 이해관계를 위해 편파적인 여론조사를 남발하고 그 결과를 악용하는 행위 및 행태를 중지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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