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삼성 정조준 내막


 

▲ 민노당은 X파일 정국의 "최대 수혜자"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7월 안기부 불법도청 테이프의 등장으로 촉발된 X파일 정국이 이어지면서 민주노동당의 약진이 눈에 띤다. “X파일 최대 수혜는 민노당이다”는 이야기가 정가 곳곳에서 들린다.

17대 국회에 처음 진출한 민노당은 불법정치자금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이번 X파일 사태의 주인공이 민노당의 ‘숙명적 타도 대상’이라 할 수 있는 삼성그룹이어서 확실한 멍석을 깔고 신명나는 ‘굿판’을 벌이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 노회찬 의원이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전직 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한 일을 계기로 민노당은 정치권과 삼성, 보수언론에 대한 공격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와 함께 심상정 의원은 재벌 해체 작업을 위한 ‘순환출자금지법안’ 발의까지 준비해 두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민노당의 재벌 공격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처럼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적은 없었다”며 “재계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17대 국회가 출발한 지 1년이 흐른 지난 4월 경, 민노당은 해결하기 힘든 심각한 고민이 있었다. 출입기자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최초 40여명의 출입기자단이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정도가 돼버린 것이다.

기자석도 반이나 줄었고, “민노당에 가봐야 별 볼 일도 없다”는 이야기들이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 파다하게 퍼졌다. 취재원이나 취재거리도 별로 없었던 데다 국민들과 적극적으로 공감을 나눌만한 이슈를 찾기도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로 민노당 주변에선 “민노당? 그러면 그렇지”라는 비아냥이 떠돌기도 했다.

이에 민노당은 겉으로는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당이 아니다’면서도 속으로는 대중적 지지 확보라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나름의 장고를 거듭했다. 하지만 고민한다고 쉽게 풀릴 문제가 아니었다. 당 내부의 노선 갈등, 당 지도부와 의원들 간의 알력 등 걸림돌들이 너무 많았다.

민노당 싱크탱크인 진보정치연구소도 “정책 실행력의 한계와 지도부 리더십의 불안, 퇴행적 조직문화가 지속되면 향후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라며 당의 문제점을 냉정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17대 국회 초창기 수개월간 민노당에 출입했던 한 취재기자는 “사람들이 너무 폐쇄적이고 노선에 따른 알력 관계 때문에 비밀이야기도 많아서 정책 하나를 취재하기에도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이어 이 기자는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며 “X파일 등장 이후 민노당이 전국민적인 이슈를 만들어내면서 치고 나오는데 지금이야말로 민노당이 대대적인 호응을 선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했다.

민노당은 X파일 정국에서 ‘스타 정당’로 부상했다. 노회찬 의원의 맹공에 힘입은 바 크다.
민노당 의원들이 ‘전원 수갑 찰 각오가 됐다’며 삼성을 압박하기 시작한 점도 상당한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시원시원하고 깨끗하다는 민노당의 이미지가 십분 발휘된 대목이었다.

조승수 민노당 의원단 부대표는 노 의원의 ‘떡값 검사’ 실명 공개 이후 “검찰과 이건희 일가가 진실을 은폐하려 한다면 민노당 의원 전원을 밟고 지나가야 할 것”이라며 “국민은 이런 일을 하라고 민노당 의원들을 국회에 보내준 것”이라고 했다.

민노당의 한 당원은 이번 X파일 사태와 관련, “민노당이 모처럼 확실한 주도권을 잡았다”면서 “당에서는 재벌·구태정치·보수언론이라고 하는 이 세 가지 타도 대상을 X파일 하나의 이슈로 싸잡아 공격할 수 있는 기회는 다시 오기 힘들 것”며 “‘1타 3피’ 절호의 기회에 놓치면 민노당은 존재 이유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당원은 “확실한 강공 드라이브로 제대로 물고 늘어져서 삼성 떡값으로 배불려온 기존 정치권에서는 엄두도 못 내는 재벌해체 작업을 해내려고 작정하고 있다”고 했다.

당원들의 염원처럼 민노당은 X파일 전면 공개 및 특검수사에 올인 하고 있는 중이다. X파일 해결 방안 민노당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이슈가 되기 때문이다.

우선, 민노당으로서는 가장 화끈한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적법성을 문제삼으면서 X파일의 전면 공개를 미적거리고 있는 사이, 민노당은 과감하게 공개를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노회찬 의원 한 사람이 열린우리당 의원 100 사람 보다 낫다”는 얘기가 인기리에 회자됐다. 여권에서조차 노 의원을 부러워하는 분위기다.

장향숙 열린우리당 의원은 노 의원에 대해 “솔직히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현행법에 걸린다 안 걸린다는 논란은 둘째 문제이고 국민은 진실을 알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민노당 안팎에서는 “노회찬이 실제로 수갑을 차게 되면 민노당은 확실히 뜬다”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승적 차원에서 노 의원의 사법처리를 은근히 바라는 계산속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민노당은 노 의원 개인의 인기 상승 보다 더 큰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민노당은 X파일 정국을 계기로 재벌 개혁의 틀을 마련하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민노당은 그동안 재벌개혁을 끊임없이 주장하면서 전면전을 펼치려했지만, 늘 여의치 않았다. 재벌 타도의 구호가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은 상황이 과거와 다르다.

민노당이 한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당은 X파일의 주인공 삼성을 ‘부도덕 재벌’로 몰아붙이면서 ‘X파일 공개 문제’로 국민적인 이목을 집중 시켜가면서 궁극적으로는 삼성 해체에 초점을 맞춰 최대한의 효과를 얻겠다는 계획이다.

당장 심상정 의원이 나설 채비를 갖췄다. 심 의원은 9월 중 대기업 순환출자 금지법안을 발의한다. 재벌 조직의 ‘숨통과 이음새’를 끊어 재벌을 해체시켜놓겠다는 게 법안 발의의 목표다. 민노당의 ‘칼날’이 겨냥하고 있는 곳은, 물론 삼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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