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수치가 뭐길래


 

▲ 박계동 한나라당 의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박계동 한나라당 의원에게 혼쭐이 났다. 정부가 북한에 지원한 쌀 규모의 통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24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자리였다. 이 상임위 소속 박계동 의원은 정동영 장관에게 정부가 북한에 제공한 쌀 지원 규모를 정부 관련 부처가 서로 다르게 파악하고 있어 정확한 지원 금액을 확인하기 힘들다고 문제 제기했다.

통일부의 대북 지원 축소 발표 관련 해명자료의 수치와 통일부가 박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나온 수치가 서로 달랐던 것. 하지만 정 장관은 이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고, 박 의원의 질타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박 의원은 “통일부 해명자료에 의하면 2003년도 기금에서 지불된 소요 비용이 1,503억원이지만, 내게 제출한 자료에는 1,510억원으로 7억원의 금액이 차이가 나고, 2005년도에는 현재 추산한 금액이지만 해명자료에는 1,957억원인데, 제출자료에는 1,904억원으로 무려 53억이나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 “지난해에 양곡관리특별회계(양특회계)에서 손실된 금액은 2004년에 모두 지불되었기 때문에 차이가 날 이유가 전혀 없지만, 2004년도 양특회계의 손실된 금액은 해명자료에는 1,475억원이고, 제출자료에는 1,444억원으로 31억원이 차이가 난다”고 했다.
이 뿐만 아니었다.

2005년도 대북 쌀 지원 언론브리핑에서 통일부가 밝힌 부대비용은 329억이었지만, 박 의원이 받은 자료에는 276억원(소요비용-양곡대금)으로 돼 있었다. 차액은 무려 53억원. 차관금액도 달랐다.

통일부 언론브리핑에서는 1만5,500만달러였고, 남북간 쌀 차관 제공에 관한 합의서에 명시된 금액은 1만5,000달러였다.

북한 쌀 지원과 관련 관계부처인 농림부와 통일부의 통계치도 제각각이었다. 상임위에 참석한 의원들에겐 ‘지원 금액이 얼마이고, 손실금액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 수 있는 부처는 없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8월 16일 농림부가 해명자료를 통해 밝힌 양특회계 부담 금액(국내가격-지원가격)은 2002년도에는 6,057억원이었지만, 통일부 해명자료에는 6,518억원으로 나와있다. 또 2003년도 농림부 계산치는 6,180억원이지만, 통일부에는 6,644억원으로 돼 있다.

2004년도 농림부 계산치는 1,343억원이었던 반면, 통일부에서 밝힌 금액은 1,475억원이었다. 2005년도의 추정 금액도 서로 달랐다. 농림부는 6,437억원으로, 통일부는 6,967억원으로 추정했다.

박 의원은 “이처럼 같은 사안을 두고도 정부 부처 내부에서의 기본적인 수치가 다르다는 것은 이해를 할 수 없다”며 “회계의 투명성이 강화되는 세상에 이렇게 차이가 난다는 것은 정부 회계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정 장관을 다그쳤다. 그리고 통일부의 자료마다 통계치가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정 장관은 특별한 답을 하지 못했다. 정부자료가 왜 다른 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알아보고 답을 하겠다’는 식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상임위가 마친 뒤, 통일부 직원이 박 의원 측으로 가 구두상으로 일부 해명을 하긴 했지만 박 의원 측은 문서로 정리해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박 의원은 통일부로부터 해명 문서를 받기 전인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통일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박 의원은 “2002년 이후부터 농림부와 통일부의 양특회계에서 부담하는 금액이 모두 다르다”며 “가내 수공업 공장이라도 수입 및 지출 금액이 모두 정확하게 회계처리가 되었을 것인데, 연 수천억원을 사용하는 정부부처마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회계금액이 다르다면, 이는 국가적으로 큰 문제”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통일부가 발간하는 ‘통일백서’까지 언급하며 통일부를 몰아세웠다.

통일백서 상엔 북한과의 차관 내용만 있을 뿐, 실제적으로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출금액과 양특회계에서 부담한 금액 등이 누락되어 있어 우리나라가 얼마를 부담해야 하는 지가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는 점이 지적 대상이 됐다.

2004년 통일백서에는 대북 쌀 지원액이 북한과 합의한 1억600만달러(1,503억원)로 되어 있지만 실제 국민이 부담하는 금액은 1,503억원에 양특회계 부담금액 6,644억원을 합한 8,147억원이라는 게 박 의원의 계산이다.

박 의원은 “국민들이 2005년 통일백서를 읽어보면 대북 쌀 지원액이 1억2,400만달러(1,359억원) 이내로 이해하지만, 실제 국민들의 부담금액은 양특회계 부담금 1,475억원을 합해 2,834억원이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또 “2004년 적십자를 통해서 지원한 쌀 5만톤을 포함하여 2002년 이후 대북 쌀 지원에 따른 누적 손실금액은 최소 2조91억원”이라며 “이러한 정부의 태도는 합법적으로 축소 통계를 이용하여 국민과 국회를 기만하면서 대북 쌀 지원액을 축소하고 감추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통일부 공보지원실 관계자는 “수송비 등 물류비를 뺀 부분 때문에 계산상 약간의 차이가 난 점이 있다”면서 “박 의원이 통일부에게 따끔하게 침을 놓은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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