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도우미 뺨치게 논다

노래방의 변신은 어디까지일까. 노래방이 하루가 다르게 변신하며 밤 문화를 이끌고 있다. 아줌마 도우미, 여대생 도우미에 이어 이번엔 꽃미남 도우미들까지 등장했다. 남자위주의 노래방 문화의 틈새시장을 파고든 꽃미남 도우미. 이들을 공급하는 전문 보도방까지 있을 정도로 어느새 밤 문화를 대표하고 있다. 이른바 ‘여성 전용 노래방’에서 여성 고객들의 분위기를 띄워주는 꽃미남 도우미들의 실태를 추적했다.


“나이 20~24세 남, 유경험자 환영, 초보 가능”. 최근 유흥업소전문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광고다.
언뜻 보기엔 호스트 바(이하 호빠)에서 꽃미남 모집광고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노래방에서 일할 남성 도우미를 찾는 광고다.

새벽 4~5시 피크타임

아줌마 부대가 접수했던 노래방에 젊은 오빠들까지 명함을 내밀고 있다.
실제 지난 8월 21일 토요일 새벽 꽃미남 도우미들의 활동무대라는 서울의 S동을 찾았을 때 길거리 곳곳에는 남자도우미들을 공급한다는 전단지가 곳곳에 뿌려져 있었다.
‘충격 화끈한 대변신, 남자도우미 항시 대기’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한 눈에 들어왔다. 거리를 지나는 여성들도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광고전단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저마다 신기한 듯 쳐다봤다.

그러나 주변의 유흥업소 관계자는 “소리 소문 없이 하나 둘 생겨나던 것이 어느새 뿌리를 내렸다”며 “지켜보면 찾는 여성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꽃미남 도우미들이 활동하는 노래방은 여성들만을 고객으로 받는 여성 전용 노래방”이라며 “새벽 1시 넘어서 영업이 시작돼 다음날 오전 6~7시 사이에 문을 닫는다”고 설명했다.
여성 전문 노래방이라고 소개받은 한 업소에 들어가자 곳곳에 남자들의 노래 소리가 들렸다.
순간 일반 노래방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방 곳곳에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꽃미남들이 열창을 하는 소리였다.

업소 주인은 “예전엔 밤 업소에서 일하는 나가요 걸들이 주 고객이지만 최근엔 찾는 층이 다양해 졌다”며 “30~40대 가정주부들도 많이 오고 20대 젊은 직장인 여성들도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그는 또 “가장 손님이 많은 시간은 토요일과 일요일 새벽 4~5시 사이”라며 “이 시간 때는 거리 곳곳에 남자 도우미들을 실은 봉고차들이 자주 왔다 갔다 하며 바쁘게 움직인다”고 말했다.

노래방 가격은 시간당 2만5,000원선으로 일반 노래방에 비해 조금 비싸다. 게다가 남성 도우미들의 접대비는 시간당 2만∼3만원으로 선불이다. 하지만 방배동, 신사동 등 이른바 호스트바의 접대비가 10만원 수준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꽤 저렴한 가격이다.
여성전문노래방 업소들에 따르면 여성들이 카운터에서 도우미를 요청하면 보도방에서 봉고차에 일명 선수들을 태우고 현장에 도착한다.

대개 선수들에게 ‘아빠’라 불리는 중년의 남자가 선수들을 대동한 채 방 안으로까지 와 각별한 인사를 건넨 다음 고객들의 요청의 2~3배수 정도 꽃미남들을 일렬로 세운다.
바로 초이스의 순간. 선택을 받느냐 못 받느냐에 따라 선수들의 하루 일당이 좌우되기에 저마다 긴장한 표정으로 고객들의 부름을 받기 위해 눈빛을 교환한다.

여성들의 초이스를 받은 이들만 남고 나머지는 문을 나선 뒤부터는 그야말로 선수들의 화끈한 개인기로 분위기를 업 시켜 파트너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시간당으로 받는 돈보다 팁을 통해 얻는 수입이 더 커 선수들은 오버연기에 몰입한다.

3명의 친구들과 함께 찾아왔다 노래방 문을 나서던 한 30대 미혼여성은 “오늘이 네 번째”라며 “호스트바를 한 두 번 가본적이 있는 데 거기와 많이 다르지 않고 무엇보다 도우미를 부르는 가격이 싸 생각날 때 들른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남자들이 일반 업소에 여자들을 초이스 하듯 이곳에서도 마음에 드는 남자들을 초이스 할 수 있고 그들이 알아서 화끈하게 놀아 준다”며 “노래도 부르면서 꽃미남들의 접대를 받을 수 있어 앞으로도 가끔 찾을 것 같다”고 흡족해했다.

한편 노래방 도우미들이 밤문화를 지배하자 룸살롱 업주들이 반발하는 분위기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인천시지회는 지난 24일 인천시청 앞 광장에서 룸살롱 업주 및 종사자 4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불법 변태영업 규탄대회를 열고 당국의 강력한 단속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주택가와 학원가에 난립한 노래방에서 술판매에 도우미(접대부)를 불러주는 불법 변태영업이 확산되고 있다”며 “유흥주점들은 이들 불법업소에 영업터전을 빼앗기고 불합리한 재산세 중과세제까지 겹쳐 최근 휴폐업이 40%에 달하는 등 고사위기에 처해 있다”고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도우미들을 고용한 노래방을 처벌한 법률적인 기준은 미약해 처벌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철호 자유기고가>


호빠도 맞춤시대…정빠·딥빠·중빠

최근 ‘호빠(호스트바)’가 대중성을 띠면서 세 종류로 세분화되고 있다. 이름도 제각각이다. 방배동 카페 골목에 있는 ‘딥빠’. 강남 압구정동, 청담동, 신사동, 교대 앞에서 영업 중인 ‘정빠’. 종로와 이태원에 소재한 ‘중빠’ 등이다.

여기서 정빠는 ‘정식 호스트바’의 준말. 정식이 아닌 뒷문으로 들어온다는 의미의 딥빠는 ‘뒷바’가 변형된 것이라는 설과 ‘디제이 바’의 준말이라는 설이 있다. 중빠는 남녀 손님을 함께 받는 유흥업소로 게이들이 많이 찾는다.
호스트들의 수준 또한 천차만별이다. 외모뿐 아니라 학벌도 다양해 여성 고객들이 원하는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다.

강남의 정빠는 룸이 20개 이상으로 100명 이상의 ‘선수’(호스트)들을 확보하고 있다.
정빠 선수들은 키 180cm에 연예인만큼 빼어난 외모를 갖췄으며, 나이는 25세에서 30세 사이다. 가격은 1인당 50만원 선이다.

30명의 선수를 거느리고 있는 딥빠는 룸을 7개 두고 있다. 딥빠의 경우 ‘뜨내기 손님’이 많다. 선수 나이는 스무살에서 스물 다섯 살 사이로 군대 가기 전 아르바이트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격은 1인당 30만원 수준으로 싼 편.불황시대에 호빠 애호가들이 딥빠에 몰리는 까닭을 미뤄 짐작케 한다.

방배동 카페 골목에 위치한 A호스트 바에서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한정환(가명·29)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호스트바에서 ‘논다’는 개념이 뭔가.
▲방마다 노래방 기계가 있어 노래를 부르거나 ‘369 게임’ 등을 하면서 벌칙을 받기도 한다. 결혼 피로연에서 하는 짓궂은 장난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노래도 부르고, 바지 지퍼를 내리고 그 사이에 바나나를 끼우고 춤을 춘다거나, 옷 벗기 등등. 강남 정빠에선 시간당 10만원의 봉사료를 줘야 밴드가 들어온다.

-정빠와 딥빠를 구분한다면.
▲딥빠는 뜨내기 손님들이 많아서 단골이 많지 않지만, 정빠는 마담을 중심으로 자주 드나드는 단골들이 있다. 그 중에는 돈 자랑하고 싶어서 안달 난 여자들도 있어서 맘에 드는 선수한테 차를 사주기도 하고, 우리는 그걸 ‘공사 친다’고 한다. 정빠 킹카들은 같은 남자가 봐도 정말 죽인다

-호빠 영업 시간은 어떻게 되나.
▲새벽 1시쯤 선수들이 출근하고, 2시부터 영업 시작이다. 4∼5시쯤이면 룸살롱 여자들이 몰려오니까 호빠에 오려면 2∼3시쯤 오는 게 가장 좋다. 보통 7시면 파장 분위기인데 손님이 원하면 연장된다. 그런데 7시 넘어서까지 놀겠다고 하는 경우, 아주 꼴보기 싫어진다. 제발 얌전히 좀 놀다 갔으면 좋겠다.


남자도우미의 세계
‘개인기’가 팁 좌우

여자 손님들을 만족하게 한 특별한 서비스는 무얼까? 노래방을 문을 나서던 한 20대 여성은 그 비밀을 풀어놨다.

취기가 조금 올라 있던 이 여성은 “사실 남자 도우미가 나오는 노래방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직접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며 “여기에 오면 특별한 서비스를 보게 될 것이란 말은 들었는데 정말이었다”고 흥분해 말했다.
그녀는 이어 “외모도 멋질뿐더러 노래와 춤 실력도 어느 댄스가수 못지않은 실력파들이라 조금 놀랐는데 더 놀란 건 그들의 개인기였다”며 “남자들이 종종 업소에서 술 마신 이야기를 할 때 들었던 XX주에다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춤, 그리고 스트립쇼까지 선보여 조금 민망스럽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화끈한 서비스로 여성들을 유혹하는 꽃미남 도우미들은 대부분 20대 초반. 직업은 학원비, 용돈을 벌기위한 대학생부터 호빠에서 활동하던 선수들까지, 최근엔 투잡스를 위한 직장인까지 명함을 건네고 있다는 전언.
이들은 저녁 10시에 출근해 다음날 8시에 퇴근하며 하루에 보통 7~10만원 정도를 벌어들인다.

수입은 시간으로 계산이 되며 1시간에 3만원이 전반적인 추세이며 3만원 중 1만원 관리자에게 주고 2만원을 갖는다. 한달로 치면 300만원 정도는 거뜬히 번다.
또 개인기를 발휘해 팁을 받으면 수입은 더 늘어난다. 게다가 그들의 화끈한 서비스에 매료돼 종종 2차까지 나가는 경우도 있다. 물론 2차비는 별로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개 30만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전문 선수들은 3~4달 일하면 웬만한 직장인들의 연봉을 쉽게 번다는 것.

노래방에서 일을 마치고 나오던 한 꽃미남 도우미는 “편의점, 호프집에서 일해봐야 시간당 3천원 밖에 받지 못하지만 여기는 팁도 있어 꽤 많이 버는 편”이라며 “일단을 초이스가 되느냐 안 되느냐가 중요하고 선택되면 최대한 특별한 개인기를 선보여야 팁을 많이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어차피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먼저 화끈하게 놀아주기를 원하는 스타일 아니냐”며 “종종 일부 가정주부들의 경우 노골적으로 손으로 장난을 치는 경우가 있어 불편하기는 하지만 짧은 시간에 만족할만한 돈을 벌 수 있어 감수한다”고 말했다.

선수들 내에서도 얼짱, 몸짱 스타일, 그리고 대학생들이 인기가 높다. 개인기 별로 없더라도 스타일 자체만으로도 여성들이 좋아한다는 것.
그래서 업체간 좋은 선수를 모집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상황. 특히 최근엔 수요가 많이 늘면서 남자 도우미 보도방들이 많이 생겨나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보도방의 한 관계자는 “이곳도 업소간 경쟁을 하다보니 시간 엄수는 기본이고 좋은 선수들을 많이 데리고 있어 단골을 확보하기 위해 저마다 안간힘을 쓴다”며 “좋은 선수들을 모집하기 위해 면접을 통해 노래실력, 춤 실력을 검증하고 심지어 어떤 개인기를 가지고 있는 지 알아볼 정도”라고 말했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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