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도 용서못할 아들


 

최근 순간적인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30대 자녀가 부모를 둔기로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패륜적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자칫 미궁 속에 빠질 뻔한 60대 퇴직공무원 부부 피살 사건의 범인이 사건 발생 5일 만인 지난 8월 15일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10일 광주시 신창동 한 주택가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의 범인은 다름 아닌 이들 부부의 큰아들 양모(31)씨인 것으로 드러났다. 범인 양씨는 아버지가 외박을 자주하고 밤늦게 문자를 보낸다는 이유로 꾸짖자 불만을 품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경찰들은 외부 침입 흔적이 없는 데다 도난당한 금품도 없는 점으로 미뤄 원한을 갖고 있는 주변 인물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단정지었다. 범인 양씨가 노부모를 처참히 살해한 내막에 대해 살펴봤다.

양씨는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청년실업자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양씨는 몇 차례 중소기업에 취업했지만 매번 적응하지 못하고 뛰쳐나왔다.
마땅한 직업을 구하지 못한 양씨는 광주로 내려와 부모 집에서 함께 생활했다.
올 6월 구청 과장으로 정년 퇴직한 양씨의 아버지는 주변사람들에게 입버릇처럼 ‘아들고민’을 털어놨다. 부모를 모셔야할 큰아들이 번번한 직장하나 없이 놀고 먹는 게 못마땅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그럴수록 양씨는 더욱 삐뚤어졌다. 구직을 핑계로 외박을 일삼았으며, PC방과 술집을 오가며 방탕한 생활에 젖었다.
양씨는 최근 수천만원의 신용카드 빚을 갚아주는 대신 카드를 부모에게 회수 당하기도 했다.
유흥비가 필요했던 양씨는 “여자친구(21)가 교통사고를 냈는데 합의금이 필요하다”며 거액을 요구했다.

자존심, 돈, 그리고 여자

부족한 연금을 쪼개 수천만원 카드 빚도 갚아줬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거액을 요구하는 모자란 아들에게 부모는 결국 등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양씨의 어머니는 나이도 어리고 일정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리고 있는 아들의 여자친구가 못마땅했다.

양씨는 ‘수천만원 상당의 퇴직금을 받은 아버지가 돈을 쌓아두고도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게 너무 인색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이러한 생각은 곧 부모에 대한 앙심으로 바뀌었다.

지난 9일 밤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한 양씨를 보고 아버지는 “하는 일 없이 매일 늦게 들어오는 이유가 뭐냐”며 다그쳤다.
양씨 또한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아버지에게 대들었다. 아버지와 크게 다툰 양씨는 곧장 밖으로 나와 혼자 술을 마신 뒤 새벽 3시께 집으로 돌아왔다.
술에 취한 양씨는 안방에서 곤히 잠을 자고 있는 아버지를 보니 격분한 감정이 수그러들지 않았다.

결국 양씨는 집에 있던 쇠망치로 아버지의 머리를 향해 수십회 내리쳤다.
그는 평소 자신의 여자친구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어머니에게도 쇠망치를 휘둘렀다. 화목했던 가정은 어느새 피범벅으로 바뀌었다.
양씨는 곧바로 피 묻은 옷과 망치를 비닐 봉투에 싼 후, 아버지의 지갑 등을 광산구 신창동 산동교 저수지에 버린 뒤 늘 가던 PC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등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했다.

다음날 양씨는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여동생 부부의 연락을 받고 집으로 돌아와 달려온 것처럼 속이기까지 했다. 그는 또 태연하게 조문객들을 맞는 등 패륜의 극치를 보여주기도 했다.

광주 광산경찰서 강력5팀 천경석 형사는 “아버지로부터 심한 꾸지람을 듣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양씨가 범죄사실을 자백하고 범행에 사용한 둔기와 옷가지를 자신의 집 인근 저수지에 버렸다고 진술해 수색한 결과 피 뭍은 옷과 둔기를 수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천 형사는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끔찍한 패륜행위에 사건을 해결하고도 찜찜한 기분이 든다. 양씨의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지난 15일 오후 6시 15분께 경찰은 양씨를 존속살인혐의로 긴급체포하고, 양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동기와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blog.naver.com/pjy0925

“외부 침입 흔적 없는 게 단서”
인터뷰 강력5팀 천경석 형사

-처음 사체를 발견한 사람은.
▲지난 10일부터 연락이 안 되자 딸 부부가 11일 오전 11시30분경 부모님이 살고 있는 광산구 신창동 집으로 찾아갔다가 안방에서 머리에 피를 흘리며 숨져 있는 양씨 부부를 발견했다.

-수사의 초점을 어디에 뒀나.
▲부검 결과 양씨 부부가 둔기로 수십 차례 맞아 잔인하게 살해됐는데도 외부 침입 흔적이나 도난품이 전혀 발견되지 않아 면식범에 의한 소행으로 간주했다. 수사를 벌이는 중 부모와 함께 살고 있던 양씨가 범행 추정시간(지난 8월10일 오전 3시께)대 알리바이가 명확하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양씨의 태도는.
▲동생부부의 연락을 받고 장례식에 찾아온 것처럼 양씨의 행동은 평소와 다름없이 태연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신이 죽인 부모의 장례를 치뤘다. 현재는 범행 일체를 자백 받고, 증거품도 압수한 상태다.

-범행 동기가 뭔가.
▲현재는 양씨와 부모간의 잦은 갈등으로 보고 있으나 양씨가 퇴직시 받은 퇴직금 일부를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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