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이 땅에 이러한 슬픔, 비극 없기를…"

 

▲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서울광장에 모인 추모객과 세월호 유가족들

 

 

부조리한 현실 앞에 못다 핀 아이들 위한 애도 물결 이어져 
유족·참가자 "진상 규명이 최우선", 곳곳서 경찰과 충돌   

[민주신문=강신복 편집위원] 지난 4월 16일은 대한민국의 슬픔, 분노와 좌절을 맛 본 세월호가 침몰한 지 1주기다. 사망 295명, 실종 9명, 대형 사고였다, 대한민국, 정부가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어처구니없는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 하나 제대로 사고의 책임이나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지난 1년간의 정부가 보여준 태도에도 유가족들은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4월 16일 세월호 1주기를 맞이하여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을 찾았다. 11시 45분에 도착한 광화문광장은 차분하면서도 추모의 열기가 뜨거웠다. 필자가 인터뷰를 하는 사이 하늘도 울었다. 천둥소리와 함께 비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컴컴해지는 하늘과 쏟아지는 비바람, 폭우는 망자들의 원혼, 넋을 씻기라도 하듯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했지만 한두 시간 내린 비는 어느새 산 자들을 위로하듯 햇볕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이귀재 씨(40)는 "직장을 다니면서 틈만 나면 광화문광장 리본공작소에 나와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며 "사고 당시 구조도 안했고 선체 인양은 물론 진상규명도 안되었다. 언론마저 세월호(사건)를 호도하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특히 서울광장 인도에 모여 추모제에 참석한 유모차부대를 만나 "어디서 왔느냐"는 물음에 "용산에서 왔다"는 김미영(35)씨 가족은 "친구들과 함께 추모의 시간을 갖기 위해 이렇게 아이를 데리고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루 빨리 유가족의 뜻에 따라 선체를 인양하고 원만한 해결을 봤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냈다. 하늘도 울고 땅도 비바람도 운 이 날 추모제는 슬픔과 분노를 자아냈다. 그리고 그날의 아픔을 되새기며 다시는 이 땅에 이러한 슬픔, 비극이 없기를 갈망하고 있었다.

 

▲ 거리로 쏟아져 나온 세월 추모인파

저녁 7시에 추모제가 서울광장에서 시작됐다. 날이 어둡고 4월의 날씨라고 믿기 힘들정도의 한기가 느껴졌지만 수만 명이 금세 몰려들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한 손에 국화꽃을 들고 엄마 손을 잡고 찾아온 유치원, 초등학생은 물론 젊은 대학생, 중·고교생과 유모차 아줌마들이 많다는 것이다.

CNN 등 외신은 '한국사회가 그간 변한 게 없다'고 타진했다. '세월호 침몰 1년, 대한민국은 과연 무얼 했나?'아니 물을 수 없다. 세월호 참사 1주년인 이날 경기도 안산 합동분향소에 마련된 박근혜 대통령과 이완구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인사의 자리가 빈자리로 남아있었고 유가족들이 추모행사를 취소했다는 뉴스가 서글프기도 하다.

이날 서울광장에는 4·16 세월호가족협의회와 4·16 연대 주최로 '세월호 참사 1주기 약속의 밤' 추모제가 열렸다. 주최 측 6만여 명(경찰추산 1만여명)의 시민이 참가한 이날 행사는 유가족들의 발언과 추모영상 상영, 가수들의 공연 등으로 이어졌다. 시민·학생들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정부 측에 세월호 선체 인양과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를 촉구했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위원장은 "진상규명을 제대로 해서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는 것과 온전하게 세월호를 인양해 실종자를 끝까지 찾아주겠다는 대답을 기다렸지만 끝내 답변을 듣지 못했다"면서 "대통령은 우리 가족들을 피해 팽목항에 잠시 머물렀다 대국민 담화문 발표만 하고 해외로 떠났다"고 비판했다.

밤 21시 20분경 추모행사가 끝난 후 질서 정연하게 모인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해 헌화를 하겠다"며 선체 인양 등을 촉구하며 거리행진을 시작했지만  경찰이 광화문 네거리에 경찰버스로 차벽을 세우고 50여m 앞인 청계광장 앞 16차선 도로에 높은 장벽을 세워 행진을 막자 일부 유가족들과 주최 측인 4·16국민연대, 시민들은 청계천으로 우회해 삼일교 등을 거쳐 광화문광장 쪽으로 접근을 시도했다.
일부 유가족과 시민들은 경찰버스 위로 올라가 '세월호 즉각 인양',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 등을 외쳤다. 이에 경찰은 여러 차례 이상 "불법집회를 즉각 중단하고 해산하라"는 경고방송을 내보낸 뒤 캡사이신 최루액을 뿌리며 시민들을 제지하자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과 가수 김장훈 등은 "무엇이 두렵기에 추모의 발걸음을 막느냐"며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범국민 추모문화제를 마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을 비롯한 시민들이 광화문광장 분향소를 향해 추모행진을 하고 있다.

청계광장 입구에서 경찰에 막히면서 행진이 중단됐지만, 일부 참가자들은 청계천변을 따라 대거 이동했다. 청계천 주변 역시 경찰버스로 차단막을 설치했으나 시민들은 질서정연하게 이동하면서 각종 구호를 외쳤다. 자정까지 7차례에 걸친 해산명령을 내린 경찰은 이에 불응하는 참가자 10명을 경찰서로 연행했지만 연행자 중 세월호 유가족은 없다고 밝혔다.

이날 추모제에 끝까지 참여한 필자는 많은 것을 깨달았다. 특히 "분노할 일에 분노하기를 단념하지 않는 사람이라야 자신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고, 자신이 서 있는 것을 지킬 수 있으며 자신의 행복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한 프랑스 작가 스테판 에셀(Stephane Frederic Hessel)의 말처럼 다시금 이같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헌 진상조사가 이뤄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진도 팽목항을 찾아 "아직도 사고 해역에는 9명의 실종자가 있다"며 "정부는 실종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다해나갈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회도 본회의를 열어 세월호 선체의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한 만큼 이번에는 유가족 뜻대로 제대로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민이여! 내몸, 내자식 소중하면 남의 몸, 남이 자식 역시 소중한 것임을 되새기고 아울러 0416을 기억하라'는 현장의 외침은 세월호 사건이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국민의 아픔을 보듬고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울림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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