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탈선공간 잠입르포] 도심 구석구석 ‘밀실 천국’ 실태고발


 

비디오방 관련 개정안에도 불구 단속 안 돼, 벌금 50만원 행정처분 전부
멀티방, 3평 남짓 공간, 자주빛 여운 투윈 침대, 베개 둘에다 화장지까지

청춘남녀 둘만 함께 있을 수 있는 은밀한 장소라 하면 단번에 비디오방이 떠오른다. 때문에 이 곳에서는 정도를 넘어선 애정행위가 흔히 벌어진다.

문제는 불법 퇴폐 윤락행위가 이 같은 대중적인 공간까지 침투하고 있는 데다, 청소년들에게 무분별하게 그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는 점. 정부는 지난 2월 9일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이하 개정안)을 만들어 입법예고 한 바 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비디오방은 각 룸에 대한 외부시선을 차단하지 못 한다. 즉, 밖에서 밀실 안을 훤히 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영업하고 있는 수많은 비디오방은 버젓이 ‘밀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밀실에서 최근엔 신종 퇴폐업이 유입되면서 청소년들의 탈선을 부추기고 있다. 개선되지 않고 있는 비디오방의 현주소와 신종 퇴폐업소의 문제점 등을 집중 취재했다.

지난 9월 3일 오후 2시경,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부근. 이 곳에 있는 한 비디오방에 들어갔다. 평일이었지만 많은 커플들이 카운터에서 영화를 고르고 있었다.
기자가 계산을 끝내고 안내 받은 방. 이 방 문에는 작은 창이 있었다. 소파도 대형이고 보조석으로 연결해서 성인 한 명이 충분하게 누울 수 있는 자리였다. 이러한 설치물은 개정안이 발표되기 이전의 시설을 고치지 않은 것으로 엄격히 따지자면 모두 불법에 해당한다.

모조리 불법 시설물

인근 지역 또 다른 비디오방도 사정은 마찬가지. 개정안이 발표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이 곳의 비디오방들은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는지 손님 받기에 바쁜 모습이었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비디오방의 출입문은 전체 출입문 면적의 1/2 이상을 투명한 유리창으로 설치, 이 유리창을 가리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또 내부에 침대 또는 침대 형태로 변형된 의자, 3인용 이상의 소파를 놓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가 인근 비디오방엔 이 같은 규정을 애써 비웃기라도 하는 듯 온갖 기상천외한 시설물들이 동원돼 있다. 외부 시선을 차단한 밀실에, 심지어는 대형 소파와 담요, 베개 등을 갖췄다. 젊은 연인들이 이런 비디오방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뒤집어 보면, 이런 ‘장치’에 젊은이들이 길들여지는 측면도 강하다.

비디오방에서 벌어지는 젊은이들의 애정행각 열풍 현장, 노량진 고시촌에서도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은 날 오후 4시경 노량진에 위치한 모 비디오방. 아직 해가 저물지 않았지만 이 곳에 있는 비디오방은 미리 가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카운터 주변 의자와 소파에는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입실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카운터에 있는 한 관계자는 “평일이라도 오후부터는 손님들이 계속 들어오기 때문에 좀 불편하더라도 기다려야 한다”며 이 곳 비디오방의 사정을 전했다. 이곳 역시 사실상 밀실이었다. 방마다 복도 쪽으로 창이 있었지만, 내부 커튼 때문에 밖에선 방 안을 전혀 볼 수 없었다.

이 곳을 포함해 인근 4곳의 비디오방을 확인했다. 앞선 비디오방과 마찬가지로 최소 30분 이상을 기다려야할 정도로 대만원의 인기였다.

한 비디오방에서 무작정 기다렸다. 대기시간만 40분이 흘렀다. 이곳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창은 커튼으로 들어가는 복도 입구에서부터 커튼이 가려져 있었다. 이 곳은 방에 있는 작은 창도 커튼으로 가릴 수 있도록 돼 있었다.

비디오방 요즘도 ‘대박’ 중?

개정안이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개선되지 않고 있을까. 비디오방의 단속은 각 지자체가 담당하고 있다. 단속에 걸리면 벌금을 문다. 벌금 규모 겨우(?) 50만원. 벌금 행정처분의 수위가 이 정도다 보니 단속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일고 있다.

이와 관련 마포구청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업주들이 단속에 걸려도 돈만 내면 된다는 식으로 영업을 계속하는 이상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며, 솜방망이 처벌에 문제가 있다고 문제 제기했다.

비디오방 논란에 이어 최근엔 모텔과 PC방의 이름을 합친 모텔PC방까지 등장, 문제 거리로 떠올랐다. 청소년들의 탈선을 조장할 우려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근교 숙박업소들이 몰려 있는 골목길 주변으로 많이 생겨난 모텔PC방은 방안에 PC가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실제 모텔과 똑같아 외관상으로는 쉽게 구분이 되지 않는다.

이 곳은 저렴한 가격에 숙박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청소년들을 끌어들이기엔 안성맞춤인 듯 보인다. 종전에는 모텔이 PC를 구비해 인터넷을 이용하는 고객을 유치하려는 영업전략을 썼지만, 요즘엔 아예 모텔을 PC방으로 둔갑시켜 파격적인 가격으로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모텔? PC방?

지난 9월 4일 오후 3시경 서울 송파구 방이동, 이 곳에 위치한 모텔PC방을 찾았다. 이 곳은 기본요금 5,000원에 이후 시간당 1,000원을 내면 누구나 이용을 할 수 있다. 이 곳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사람이 별로 없지만 방학 때는 많은 학생들이 이용을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을 통해 또 다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낮에는 PC방을 운영하지만 밤에는 숙박업인 본래 업종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
주말을 이용해 학생들을 포함한 일반인들이 많이 온다는 이 곳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현재 단속할 만한 관련규정이 없다는 것. 이 곳은 엄연히 숙박업소로 등록됐기 때문에 PC방 관련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 그렇다고 숙박업 규정을 적용하자니 모텔에 PC가 있는 것을 가지고 처벌을 내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반 모텔과 큰 차이가 없고 가격도 저렴한 이 곳은 학생들의 탈선장소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곳 방에는 PC가 2대씩 설치돼 있다. 완벽한 2인용 밀실 PC방인 셈이어서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밖에선 알 수가 없다.

“자기엔 아까운 방인데…”

청소년들의 탈선을 부추기고 있는 장소는 또 있다. 바로 멀티방이다. 멀티방은 기존의 비디오방과 노래방, PC게임 등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곳으로 최근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차를 마시며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카페의 기능까지 추가된 멀티방들이 서울 강남 일대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 이 곳 역시 탈선의 온상으로 지적되고 있다. 고객의 상당수는 물론 청소년들이다.

지난 9월 4일 오전 11경, 서울 신천역 부근에 있는 한 멀티방. 이 곳을 들어가자 카운터에 있던 종업원이 “혼자 온 것이냐”고 물었다. 피곤해서 잠을 자러 왔다는 기자의 말에 종업원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이 곳에 잠을 자러 오는 손님은 처음이다”며 “이 곳은 그렇게 오기에는 아까운 곳”이라고 말했다.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이후 안내 받은 자리를 본 순간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약 세 평정도 남짓한 작은 공간에 제일 먼저 눈에 띤 것은 자주빛 여운이 감도는 침대. 두 사람이 충분하게 누울 수 있는 공간에 실제 베개도 두 개가 있었다. 베개는 현재 비디오방에서도 갖출 수 없도록 한 금지품목이다. 옆에는 그리 작아 보이지 않는 거울이 걸려 있었다. 바로 밑에는 작은 흰색테이블과 티슈, 휴지통이 보였다. 천장에는 노래방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 조명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두 시간 노는데 1만5,000원

작은 방은 밖에서 전혀 볼 수 없는 완벽한 밀실이었다. 불을 꺼보니 대형화면에서 나오는 빛이 어두운 공간을 조금 밝혀 주고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자겠다고 말하자 종업원은 무선 키보드를 주며 사용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처음 보이는 화면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치니 영화들을 선택할 수 있는 화면이 나왔다.

이용요금은 두 시간에 1만5,000원으로 누구나 출입이 가능한 곳으로 청소년들은 주로 노래방이나 게임을 하기 위해 온다는 것이 이 종업원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후 기자는 멀티방 역시 청소년들의 ‘흔한 놀이터’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후 12시 30분경 화장실로 가려는 순간 카운터에서는 교복을 입은 남녀학생들이 카운터의 안내를 받아 방에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기자가 이 곳 멀티방을 나서면서도 두 커플 정도의 고등학생 남녀를 볼 수 있었다.

학생들이 방으로 들어가자 곧 불이 꺼졌고, 이내 조용했다. 아직 해서는 안 될 애정행각이 벌어지고 있다는 짐작이 들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곳 화장실에는 콘돔자판기가 설치돼 있었다.
기존의 비디오방과 청소년들이 자주 출입하는 PC방, 노래방 등과는 차원이 틀렸다.
문제는 이 곳 역시 마땅히 규제방법이 없다는 것.

관할 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비디오방으로 이용할 경우는 단속 대상이다”며 “이를 막기 위해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이 곳은 노래방과 게임방으로 이용하다가 다시 비디오방으로 변신이 가능한 곳이다.

또 이 곳은 PC방 밀실 금지와 청소년 출입시간을 제한해야 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도 적용 받지를 않는다. 하지만 이 곳은 청소년들에게 밀폐된 공간의 PC방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 부분에 대한 검토와 논의가 다각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철현 기자 amaranth2841@naver.com



미니인터뷰1 / 멀티방 종업원의 은밀한 ‘귀띔’
“여기가 바로 멀티방 1호”

기자가 멀티방 카운터에 들어가자 이 곳 종업원은 “혼자 온 것이냐”며 먼저 말을 건넸다. 종업원은 “이 곳 소문 듣고 왔다”는 기자에게 방을 안내하며 이 곳에서는 기존의 비디오방과 노래방, PC방 등을 합쳐 놓은 것이라며 습관처럼 상세하게 멀티방을 안내했다. 다음은 종업원과의 일문일답.

-잠을 자도 상관없는가.
▲(웃으며) 물론 가능하지만 이런 일은 손님이 처음이다. 이 곳에 혼자 오는 사람도 없지만 잠을 잔다고 왔다니 조금 놀랐다. 하지만 이 곳은 여유 있게 잘 수도 있는 공간이다.

-(방에 있는 침대를 가리키며) 이건 침대 아닌가.
▲아니다 소파다. (기자가 자꾸 침대라고 말하자) 물론 침대라고도 할 수 있다. 뭐 여기 오는 사람들은 다 침대라고 말한다. 하지만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어서 소파라고 말한다. 넓게 봐서 침대형 소파라고 보면 된다.

-(베개를 만지며)이불도 제공하나.
▲(이불을) 달라는 사람에게는 따로 준다. 필요한가.

-아니다. 소문 듣고 왔는데 너무 좋다.
▲그런가. (웃으며) 이 곳이 멀티방 1호로 여기에 세워졌다. 이 곳 주위 사람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는데 이 곳에 사는 사람이 아닌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 곳에 연인들이 많이 온다. 여자 친구 있으면 가끔 놀러와라.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설도 매우 좋다.<철>




미니인터뷰2 / ‘대실 한 때 6만원’ 기록한 신촌 모텔 종업원
‘오후 4시 30분 현재 빈방 없음’

젊은 연인들의 뜨거운 애정행각은 신촌역 부근의 모 호텔 관계자의 말을 통해 충분하게 알 수 있었다. 역을 사이에 두고 한 편은 조용한 모텔이지만 다른 한 곳은 커플PC, 최신영화, 풍성한 이벤트라는 플래카드와 내부사진을 선보이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었다. 다음은 모텔 종업원과의 일문일답.

-방 있는가.
▲없다. 이 곳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오후 4시 30분 정도)에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빈방이 있을 수 없다. 숙박할 방은 많이 있지만 지금 같이 대실을 할 경우는 없다.

-대실은 얼마인가.
▲보통 1만5,000원을 받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오늘 오후에는 최고 6만원까지 받았다.

-너무 비싼데 사람들이 정말 많은가 보다.
▲그렇다. 가격은 모텔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이렇게 수요가 넘칠 때는 더 많은 돈을 주고 오는 사람이 종종 있다. 지금은 대학도 개강하지 않았는가. 매일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같은 경우 가격을 그냥 말하면 그게 정가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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