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에 따른 국내은행 PB 현황

수입이 생기면 사람들은 주로 돈을 은행에 맡긴다. 하지만 액수가 클 경우에는 돈을 맡김과 동시에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서비스를 생각하게 마련이다.

이에 현재 은행에서 제공하고 있는 프라이빗 뱅킹(PB)은 바로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확실한 만족을 줄 수 있는 서비스로 자리를 잡았다. PB란 은행이 일정한 거액을 가진 고객들을 대상으로 자산을 특별하게 관리해 주는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말한다.

최근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은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국내 10개 은행의 PB 고객 현황 등이 포함된 자료를 제출 받았다. 자료에는 현재 우리나라 PB고객들의 지역, 성별, 나이 등으로 분류돼 있었고 현재 국내 은행들의 PB고객 유치현황도 정리돼 있다. 자료에 따른, 은행들의 PB고객 유치현황에 대해 살펴봤다.

대부분의 은행은 수신규모 1억원 이상의 고객을 PB 대상으로 하고 있다. 수신규모 기준으로 신한은행은 10억원, 제일은행은 5,000만원 이상 등 은행별로 차이가 있고 일부 은행은 수익기여도, 거래규모 등을 평점화해 대상고객을 선정한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개 은행 등의 PB고객 현황은 45만8,010명. 하지만 주목되는 점은 이들 고객 중에서는 10대와 20대의 고객들이 많다는 것. 또 지난 2005년에 비해 100억원 이상을 가진 부자들도 약 2년 사이에 2배 이상 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자료를 살펴보면, 10·20대 부자들은 모두 1만5,330으로 전체 PB고객의 3.2%를 차지했다. 이중 10대 부자가 2603명, 20대 부자가 1만2,727명으로 나타났다. 이들 앞으로 예금된 금액 또한 상당한 거액이다.

10대 고객은 총 2,557억원을 예금했다. 일인당 평균 9,900만원을 은행에 맡긴 셈이다. 20대 고객 명의로 되어 있는 금액은 총 1조9,534억원으로 일인당 1억5,348만원이 평균 예치금액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별로는 기업은행이 10대 903명, 20대 3,227명의 고객을 확보해 이 부분에서 최고로 많은 고객을 확보했고, 제일은행이 10·20대 각각 414명과 2,647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외환은행은 10대 4명과 20대 18명으로 10개 은행 중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나, 10·20대 부자 많아

이들이 예치한 금액별로 살펴보면, 하나은행이 10대 고객이 총 예치한 금액이 140억원, 20대 고객 총 예치금액이 7,500억원으로 10·20대 부자들의 금액을 가장 많이 확보한 은행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우리은행, 제일은행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하위는 외환은행이었다.

10대의 어린 나이에 이렇게 큰 금액을 벌 수는 없는 일. 20대에서도 이렇게 거액을 만지는 일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떻게 이런 어린 나이의 고객들이 많이 있을 수 있을까.

은행 측은 이렇게 10대, 20대 부자가 많이 나타난 것에 대해 “대부분 부모가 자녀명의로 돈을 맡기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자소득이 연 4,000만원 이상이면 세금을 많이 내기에 이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녀명의로 돈을 예금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지만 이것이 증여로 이어질 편법적인 재산상속이 가능하기에 앞으로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또 은행 한 곳에 100억원 이상을 넣은 부자는 모두 327명으로 나타났고 5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의 금액을 가진 부자는 794명으로 총 1,131명이 50억원 이상의 거액을 가진 부자들로 확인됐다. 그럼 50억 이상의 부자들을 가장 많이 확보한 은행은 어디일까.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이 부분에서 박빙의 라이벌이었다. 국내 은행들이 PB시장 경쟁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운데 이들 은행은 국내 PB시장을 대표하는 양대 산맥으로 최근에는 해외로 눈을 돌려 아시아 최대 금융시장인 홍콩으로 영업장을 옮겼다.

신한, 100억 이상 부자 많아

부문별로 살펴보면, 50억 이상 100억 미만의 부자들을 가장 많이 확보한 은행은 271명을 유치한 하나은행이었다. 2위는 신한은행으로 209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하지만 100억원 이상을 가진 고객유치에서 순위는 바뀌었다.

신한은행이 무려 100명을 확보, 자료에 있는 10개 은행 중 유일하게 세 자리 수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하나은행은 1위와 8명의 차이로 두 번째로 많은 고객을 확보했다.

100억원 이상을 가진 고객 한 명의 차이가 엄청난 것을 감안하면, 8명의 차이는 단순한 것이 아니다. PB 고객들이 예치하는 금액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은행의 경우 PB 수신이 가계수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50%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자 부문 수익에 대한 기여도는 20∼40% 수준이다.

이들 은행이 100억원 이상의 많은 고객을 확보한 이상 나머지 7개 은행들은 이들 순위에 올라서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3위부터는 격차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3위는 우리은행(39명), 4위 씨티은행(33명), 5위 제일은행(15명) 순으로 나타났고 산업은행은 4명으로 이 부문 최하위를 기록했고 외환은행은 7명으로 이 부문에서는 최하위를 간신히 면했다.

순위는 다시 바뀐다. 하나은행은 1억원 이상을 가진 PB 고객 중 가장 많은 PB 고객을 확보한 은행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은 총 7만7,742명의 PB 고객을 유치해 최고의 기록을 자랑했다. 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예치한 금액도 무려 31조 7,260억원의 자산규모로 이 부문에서도 1위를 달렸다.

이렇게 큰 금액을 만지는 그들의 직업은 무엇일까. 100억 이상 예치 고객의 직업군은 다양했다. 대기업 임직원, 변호사, 의사, 법인회사 대표 등 일부 상류층으로 분류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부동산 임대업자, 자영업자 등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며 농부와 전업주부도 이들 부자 대열에 합류해 있었다. 심지어 무직자도 4명이나 있었다.

이철현 기자 amaranth284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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