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 망치로 살해한 88세 노인의 엽기 범행

90세를 앞둔 노인이 무지막지한 엽기살인행각을 벌여 충격을 주고 있다. 전북 김제경찰서는 지난 8월 8일 동거녀를 둔기로 살해한 A 씨(88)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범인 A 씨는 그 동안 동거녀인 B 씨(86)와 금전적인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이를 참지 못하고 둔기로 머리를 가격해 숨지게 한 혐의로 10일 현재 현장검증을 마치고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돼 있다.

뿐만 아니라 범인은 동거녀 B 씨의 회사가 운영하는 종업원 C 씨(35)와 사건 당일 신풍지구대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힌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사건의 전모를 알아봤다.

범인 A 씨와 동거녀 B 씨가 사귀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 둘은 지속적으로 교제를 해온 끝에 5년 후 김제시 신풍동에 위치한 임대아파트에 단지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그렇게 함께 사는 과정에서 A 씨는 B 씨에게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집안에 보관했던 현금이 없어지면서 A 씨는 B 씨가 가져갔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A 씨는 B 씨에게 “돈이 없어졌다”고 물었고 B 씨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계속 같은 일이 몇 번씩 벌어졌다. 그 때마다 A 씨는 묘연한 돈의 행방을 B 씨에게 물었고 B 씨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A 씨의 의심이 점점 커져가던 중, 어느 날 A 씨는 B 씨가 자신의 딸 D 씨에게 돈을 주는 모습을 보고 확신을 가졌다. B 씨가 자신의 돈을 몰래 가져간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후 다시 A 씨는 B 씨에게 솔직하게 얘기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B 씨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사건 당일인 오전(8시 30분 이전 추정), A 씨는 소주를 1∼2잔 마신 후 B 씨에게 다가가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사건이 발생 3일 전, A 씨는 이날 은행에서 현금 180만원을 찾아와 집에 보관했는데 아침에 확인해보니 돈이 없어진 것이 원인이었다.

A 씨는 B 씨가 가져갔을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사실대로 말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B 씨는 “나는 정말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A 씨에게 강하게 항변했다.

닥치는대로 식칼 휘둘러

화가 난 A 씨는 집안에 있던 고무망치를 들고 B 씨의 머리를 무참히 가격했다. A 씨의 둔기 가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고무망치로 계속 B 씨의 머리를 때리면서 고무망치가 손에서 미끄러지면서 빠져 침대 밑으로 들어가자 A 씨는 일상적으로 쓰는 망치를 들고 B 씨의 머리를 때렸다. 그러자 B 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강력1팀 조상진 형사는 “어르신이 건강상태는 매우 양호하다”고 했다. 경찰은 이어 “지금은 보통상태이지만 흥분하면 (폭행이) 가능할 수 도 있는 것 같다”면서 “이런 사건은 처음 있는 일이다”고 말했다. 또 “부검 결과 (피해자의) 머리가 매우 심하게 함몰됐다”며 “어르신이 힘이 대단한 것 같다”며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말을 전했다.

한편, B 씨가 숨지기 전인 오전 8시 30분경, B 씨에게 전화를 받은 B 씨의 딸인 D 씨는 B 씨의 통화에서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다. B 씨는 “D 씨에게 할아버지가 이상하다”는 말과 “어디 아픈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인력공사 사장인 D 씨는 일 때문에 갈 수 없었고 대신 종업원인 C 씨를 보냈다. 하지만 C 씨가 도착할 때 B 씨는 보이지 않았고 방에 덮여 있는 이불에 B 씨의 다리를 보고 열어 젖혀는 순간 A 씨는 부엌칼로 C 씨의 턱과 가슴, 오른팔 부위를 찔러 상해를 입혔다.

또 이날 C 씨의 신고로 지구대에서 출동한 경찰에게도 칼을 휘둘러 오른손을 다치게 했다.

조 형사는 “사건을 조사하면서 서로간의 신뢰가 없었던 것이 문제인 것 같았다”며 “죽은 할머니나 살인한 할아버지 모두 불쌍한 면이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다”고 말했다.

이철현 기자 amaranth284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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