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카니스탄 피랍 사건’ 정도 넘은 악성댓글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에 의해 한국인 23명이 납치된 사건과 관련해 정부를 비롯해 피랍자 가족들과 국민들의 큰 걱정을 사고 있다.

납치된 23명 중 분당 샘물교회 배형규 목사가 탈레반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민들은 깊은 슬픔에 빠졌다.

이미 지칠대로 지쳐버린 가족들과 교인들은 남은 인질들의 무사귀환만을 바라고 있다. 언론들은 현지 소식통과 탈레반 대변인 전화통화 등의 간접적인 접촉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보도전을 치르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번 불행한 사건에 대해 피랍자 가족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는 것을 인터넷에 올라 온 관련기사의 댓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와중에, 가족들을 더 큰 슬픔으로 몰아넣는 충격적인 일도 벌어졌다. 바로 ‘악성댓글’이다.

지난 7월 20일 분당 샘물교회 신도 20여명을 포함한 이들 봉사단체 23명이 아프간 탈레반 무장세력에 의해 7월 19일 납치됐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은 뒤, 관련 기사들이 인터넷을 통해 줄기차게 올라왔다.

이에 네티즌들도 이번 사건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졌다. 아니나 다를까 무수한 댓글들이 기사 내용 뒤에 따라붙었다.

대부분 네티즌들은 이번 사건의 조속한 해결을 바라면서 가족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정상적인’ 댓글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내용의 악성댓글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드디어 천국행 비행기’ 비아냥

지난 7월 20일, 한 인터넷 검색사이트에 올라 온 모 일간지의 ‘정부, 아프간서 피랍확인’ 제하의 기사에서는 무려 330개의 댓글이 달렸다.

조희용 외교부 대변인의 브리핑을 인용해 탈레반 무장세력에 의해 피랍사실을 확인했다는 내용의 이 기사에서 악성댓글이 부분적으로 달려 있었다.

아이디 dulcis는 ‘저런 XX같은 것들, 나이 처먹고 철없는 멍청이들 때문에…’라는 댓글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ryuscandal은 ‘완전 제정신이 아니다’, ‘솔직히 죽어도 별 수 있나’라는 댓글을 달았다.

plokijhu는 ‘하여간 이 놈의 교회들 죄다 정리해야 한다’며 종교를 비방하는 댓글도 보였다. 뿐만 아니라 피랍자들에게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충격적인 악성댓글도 있었다. 아이디 soan21 ‘지옥 가서 이를 가는 날이 올 거다’는 자극적인 표현의 댓글을 달았다.

아이디 smile_0222는 ‘축하합니다’, ‘아프가니스탄행 비행기 타시고 드디어 천국행 비행기로 갈아타시는군요’라면서 죽음을 맞을 준비하라는 뜻의 어이없는 댓글도 보였다.

탈레반 대변인과의 현지 전화통화에서 아프간 인질사태를 보도한 ‘피살충격, 아프간 사태 유일한 남은 조건은 인질 22명 죄수 맞교환’이라는 기사에서도 악성댓글이 눈에 많이 띄었다.

아이디 haepimil은 ‘가지 말라는데 자기들이 기어코 갔으면 돌아오는 것도 알아서 돌아오라고 가지 말라는데 왜 가서 사람 짜증나게 만드냐’, ‘교환하지 말라고’ 아이디 aqw0000은 ‘갈 때는 주님의 뜻에 따라 간 것이고, 납치되니까, 정부한테 살려달라고 하고, 납치 돼서 풀려나면 주님의 은총이라고 주절대겠지, 욕 나오려고 하네요’라면서 절대로 교환하면 안 된다는 뜻의 댓글을 올렸다.

반면, 악성댓글은 아니지만 현재 우리나라 정치인들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글도 달려져 있었다.

아이디 ramsam은 ‘우리나라 정치인과 맞교환, 적극 환영한다’며 ‘덤으로 대선후보들까지 줄 수 있다’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네티즌의 악성댓글은 피랍자의 가족들까지 싸잡아 몰아붙이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아이디 tsukasa25는 ‘아주머니가 상황파악을 못하시네’, ‘죄는 당연히 없지, 없지만 단지 한국을 곱게 보지 않는 그 곳에 자식을 보낸 게 죄 아닌 죄가 되겠지, 그 무엇보다 소중한 인간의 목숨이 달린 일에 이런 말은 냉혹할 지 모르겠지만 자식을 보낸 게 바보 같은 짓이었다. 간다고 해도 말려야지, 슬픈 마음에 감정에 호소해서 죄 없다고 지껄여도 세상은 이해해주지 않지 세상을 잘 이해하고 살아야지, 이제 와서 죄 없다고 감정에 치우친 말만하니 내가 답답하다’면서 가족들도 모두 반성해야 한다는 뜻을 거칠게 표현했다.

anycall_mart는 ‘다른 사람들이 가지 말라고 한걸 억지로 간 것을, 중독자들, 게임, 마약, 도박, 술, 경마 등 중독되어 빠져 나오지 못하는 그것들과 다를 바가 없다’, ‘예수쟁이들은 이러한 일이 생긴걸 반성해라’, ‘이건 도가 지나친 것이다’며 사태가 일어난 것을 종교인들을 중독자 취급을 하는 표현으로 지나친 믿음에 대해 비꼬았다.

‘죽을 각오 한 것 아냐?’

일부 네티즌들의 악성댓글과 함께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피랍자와 가족들, 소속 교회가 아프간으로 보내기 전에 정부의 자제요청에도 불구, 강행한 일로 신중치 못했다는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표현을 한 댓글도 있었다.

아이디 free2098은 ‘국가가 가지 말라고 그렇게 말렸는데 국가의 말을 무시하고 갔으면 죽을 각오하고 간 것 아닌가’며 죽을 각오 없이 위험한 지역을 일부러 간 것이 납득할 수 없다는 댓글을 적어 올렸다.

또 아이디 tingguyo는 ‘정부가 경고를 했는데도 정부 탓을 하다니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도 사건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앞으로는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면서 ‘일단 정부는 무조건적으로 자국민의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피랍자들과 정부를 향한 비판의 댓글을 올렸다.

이철현 기자 amaranth284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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