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여성만 노린 기발한 성폭행 수법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7월 6일 혼자 사는 여성만을 골라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강모 씨(34)를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강 씨는 심야시간에 피해여성의 차량에 적혀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해서 불러낸 뒤 침입하는 방법으로 총 6명의 피해여성을 성폭행하고 1,220만원을 빼앗은 혐의다.

또 강 씨는 그 동안 송파구 일대를 돌아다니며 이 지역 피해여성들만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혼자 사는 여성이라면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약 2개월 간을 끝으로 막을 내린 이번 사건의 전모를 알아봤다.

강 씨는 도박으로 인해 억대의 빚을 지고 있었다. 빚을 갚기 위해 돈이 필요했던 강 씨. 하지만 별다른 수입도 없고 집도 없는 현실에서 돈을 갚을 방법은 없었다.

강 씨는 심야시간 귀가하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유흥업소 종사자로 송파구에 많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이 지역 일대를 돌아다니며 범행을 하기로 결심했다. 강 씨는 이후 피해여성들이 귀가하는 시간대를 분석하고 피해여성을 창 넘어 유심히 지켜보는 등의 준비작업을 진행했다.

접촉사고 났다고 밖으로 유인

본격적인 범행은 지난 5월 8일 새벽 3시경에 발생했다. 강 씨는 피해자 A 씨(26)의 차량에 적혀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A 씨를 불러냈다. 자신이 A 씨의 차량에 접촉사고를 냈다는 거짓말로 A 씨를 속인 것이다.

A 씨가 문을 열고 나와 차량을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사이 강 씨는 A 씨 집의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침입했다. 피해자가 잠시 집 밖으로 나올 경우 대개 문을 잠그지 않고 나오는 것을 노린 것이다. A 씨가 집으로 들어오자 강 씨는 A 씨를 칼로 위협하며 현금과 카드를 빼앗고 성폭행 했다.

범인은 이와 같은 방법으로 총 네 차례에 걸쳐 피해여성을 성폭행 했다. 경찰은 범인이 성폭력을 가하면 피해자가 수치심에 경찰에 신고를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저질렀다고 밝혔다.

강 씨의 생각은 정확하게 맞았다. 성폭행을 당한 피해여성 4명은 신고를 하지 않았고 강 씨의 범행은 계속됐다. 하지만 이후의 범행에서는 피해여성의 기지가 빛을 발휘해 범인은 성폭력을 가하지 못했다.

지난 7월 4일 새벽 4시경, 범인 강 씨는 역시 같은 수법으로 피해여성 B 씨(27)를 불러냈다. B 씨도 잠시 차량을 확인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이미 기다리고 있던 강 씨에게 칼로 위협을 당했다.

이번에도 역시 범인은 성폭력을 가하려고 하자 자신은 성병에 걸렸다는 피해여성의 말에 범인은 현금과 카드를 빼앗고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B 씨는 고민하던 중 이 사실을 남자친구에게 알렸고 남자친구가 경찰에 신고해 수사가 시작됐다.

다행히 다친 여성은 없어

경찰은 강 씨가 카드로 현금을 인출한 금융기관과 범행지역의 인근 CCTV를 분석, 강 씨가 차번호를 알 수 없는 흰색 레간자 승용차를 몰고 다니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송파구 일대를 수색했다.

수색 중에 평소 흰색 레간자를 운행하면서 사우나에서 잠을 자는 사람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 범인의 차량으로 의심되는 PC방 근처에서 잠복 중 PC방을 나오는 범인을 검거했다.

경찰은 강 씨가 전과4범으로 이번 범행수법을 교도소에서 배웠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앞으로 동일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피해자가 신고를 하지 않으면 사건은 해결되기 어렵다”며 피해자의 철저한 신고를 당부했다. 다행인 것은 피해자들 모두 상해를 입지 않았다는 점. 경찰은 강 씨가 칼로 피해자들을 위협만 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맡은 윤태영 강력5팀장은 “이런 유형의 범죄가 또 있을 수 있다”며 “(성폭행을 당했어도 신고를 해야겠다는 의식으로) 바꿔야 하는 것이 많이 어렵지만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고 말했다.

또 “이런 유형의 사건은 피해자들이 성적으로 피해를 입는 것에 대해 조용히 덮어두려는 경향이 강해 안타깝다”고 했다.

이철현 기자 amaranth2841@naver.com





[미니인터뷰] 범인 검거한 윤태영 담당형사

-범인은 이 지역에 사는 사람인가.
▲아니다. 이 지역에 유흥업에 종사하는 여성이 많이 산다는 것을 알고 이 지역 여성을 범행대상으로 삼았던 것이다.

-총 피해액수는.
▲6명을 상대로 총 1,220만원으로 현금과 카드를 빼앗았다.

-피해 여성 모두 성폭행 당했나.
▲4명이 성폭행을 당했다. 범인은 피해여성에게 성폭력을 행사하면 신고를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2명은 순간의 기지로 인해 범인의 성폭력은 모면했다. 범인에게 나는 성병에 걸렸다고 말했다고 한다.

-여성피해자의 신고가 있었나.
▲피해자들의 신고는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 피해여성의 남자친구가 신고를 해서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

-이번 사건과 관련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하나는 이번 사건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항상 문단속을 잘 할 것을 당부하고 또 하나는 성폭행을 당했을 경우 경찰에 신고를 할 것을 당부한다. 이번 사건도 신고가 없었으면 지나쳐 갈 수도 있었던 사건이다. 신고가 절대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피해여성의 신고의식이 있어야 할 것이다. 피해자의 수치심으로 인해 바로 신고할 수 있는 의식으로 바뀌는 것이 많이 어려울 것이다.

-현실적으로 신고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범인은 이번 사건의 수법을 교도에서 배웠다. 앞으로 이런 유형의 범죄가 또 있을 수 있다. 피해자들은 수치심으로 인해 사건을 그냥 덮어두려고 한다. 안타깝다. 이건 수치심의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사건을 계속 덮어두면 범인은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악순환이 계속되어 사건의 파장이 더 커질 뿐이다. 피해자가 성적피해를 입어 신고를 하면 남자경찰에게 조사한다는 선입견도 있는 것 같다. 각 지방청 단위의 성폭력을 전담하는 여경도 있고 성폭력상담소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한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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