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들 상대로 벌인 최신판 ‘혼인빙자사기’ 수법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7월 6일 혼인을 빙자해 성관계를 가지고 금품을 취한 홍모 씨(30)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홍 씨는 피해 여성에게 마치 결혼 할 것처럼 속여 환심을 산 뒤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4개월 간에 4명의 여자를 상대로 무려 4억5,0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뜯어낸 혐의다.

홍 씨는 이번 사건으로 검거되기 전에도 같은 수법의 전과가 있는 전문 혼인빙자 사기범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자신을 철저하게 속이고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아 범죄행각을 벌인 이번 사기사건의 전모를 알아봤다.

피의자 홍 씨는 주거지도 일정치 않고 별다른 소득도 없었던 무직자다.

홍 씨는 주로 찜질방과 PC방 등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계획적인 범행을 시작한 것은 지난 1월경,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여성들을 상대로 채팅을 하면서다.

그렇게 채팅을 통해서 지난 2월 의료업에서 종사한 A 씨(27)를 만났다. 그는 자신이 현재 호주에서 광고사업을 하고 있는 호주 시민권자라고 소개했다.

준수한 외모에 유창한 영어실력을 십분 발휘한 홍 씨. A 씨는 그럴듯한 홍 씨의 말을 믿었다.

자살 시도할 정도로 고통 커

홍 씨는 A 씨에게 결혼하면 호주에 가서 살자며 A 씨를 유혹, 성관계를 가지고 이후 급하다며 20만∼30만원의 돈을 요구했다.

A 씨는 믿었던 그이기에 당연히 돈을 줬다. 홍 씨는 이번 사업에 들어갈 돈이 필요하다며 A 씨에게 계속 돈을 요구했다.

홍 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A 씨에게 남은 전세금까지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바이어가 오는데 계약이 있다는 이유를 댔다. 전세금까지 내놓는 것은 A 씨에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홍 씨는 A 씨에게 본업까지 그만 둘 것을 강요했다. 홍 씨는 A 씨에게 호주에 가면 국제의사자격증을 딸 수 있다며 자신이 그렇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A 씨는 남은 전세금을 빼서 홍 씨에게 건네고 시골로 이사를 가는 처지에 이르렀다.

이렇게 해서 A 씨는 직장도 잃고 3억원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 경찰은 “피해자가 환상에 빠져 믿었던 자체가 억울하다고 말했다”며 “자살까지 시도할 만큼 현재 정신적으로 큰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더 이상의 전화요청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경찰의 관계자가 전했다.

이후 홍 씨의 파렴치한 사기행각은 서울 모 커피숍에서 또 다시 벌어진다. 홍 씨는 커피숍에서 두 번째 피해자인 여성 B 씨(38)의 수첩을 습득, 수첩을 돌려주겠다며 B 씨에게 연락했다.

B 씨를 만난 홍 씨는 이번에는 자신을 렌트카 사업가라고 속이기 시작했다. 홍 씨는 단정한 정장차림에 특유의 화법으로 B 씨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결국 사귀게 됐다.

역시 같은 수법으로 약간의 돈을 요구했다. 그 액수는 B 씨에게 부담이었다.

지난 5월 15일 서울 모 백화점에서 있던 홍 씨는 B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업상 급히 돈이 필요하다는 것.

그는 광고를 찍고 있는데 필름을 구입해야 된다며 투자자가 돈을 입금해 주면 갚겠다는 거짓말로 B 씨에게 텔레뱅킹으로 500만원을 송금 받았다. 하지만 홍 씨에게 쥐어진 그 돈은 금방 바닥이 났고 다시 B 씨에게 사업자금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다.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환심

B 씨에게 돈을 뜯어내는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지자 지난달에는 B 씨의 고급 외제승용차와 위조한 전세계약서를 담보로 사채업자에게 대출금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 B 씨도 이번 사건으로 1억5,000만원의 금전 피해를 입었다. 뿐만 아니라 홍 씨에게 담보를 받고 대출을 해줬던 사채업자에게 8시간 동안 감금을 당하며 빚 독촉에 시달리는 등 불안한 시간을 보냈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홍 씨의 사기행각은 계속됐다. 역시 같은 수법으로 피해자 C 씨를 만났다. 둘은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C 씨 역시 300만원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 그리곤 홍 씨와 헤어졌다.

홍 씨는 또 다른 피해자를 물색하던 중 D 씨를 만났지만 실패했다.
경찰은 홍 씨가 최근 또 다른 피해여성을 만나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피해 여성과 만나는 현장에서 긴급 체포했다.

홍 씨는 이번 사기사건으로 4명의 피해 여성들을 상대로 총 58회에 걸쳐 4억5,000만원의 금액을 뜯어냈다. 경찰은 홍 씨가 피해 여성들을 상대로 뜯어 낸 돈은 전부 강원랜드 등에서 도박으로 탕진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홍 씨가 4명의 피해 여성들에게 자신의 직업을 광고사업가와 렌트카 사업가를 번갈아 사용하며 속였다고 했다. 사건은 범인이 검거됨으로 일단락 됐지만 피해자들은 이번 사건으로 지금도 큰 충격으로 잠을 못 이루고 있다.

이철현 기자 amaranth2841@naver.com




인터뷰 / 범인 검거한 강력2팀 박근양 형사
“피해자들 모두 미인들이었다”

-피의자는 어떤 사람인가.
▲ 집도 없고 직업도 없는 사람이다. 주로 찜질방 등에서 잠을 잤다. 전문혼인빙자 사기범이다. 준수한 외모에 옷은 양복을 단정하게 입고 다녔다. 영어도 구사한다.

-부유층의 여성을 노렸나.
▲그렇지는 않고 만나는 사람을 목표물로 삼았다. 자기자랑을 늘어놓으며 당신이 좋다며 직접적으로 말을 했다. 피해자들 모두 미인들이었다.

-피해자는 현재 어떤 상태인가.
▲ 첫 번째 피해자가 3억원 대로 피해가 가장 크다. 자살을 시도했을 정도로 정신적인 고통이 크다. 전세금도 주고 시골로 이사를 가면서 직장도 잃었다. 환상에 빠져 믿었던 자체가 억울하다고 말했다. (다른 형사가 피해자와 연결을 해주겠다고 하자 박 형사는 그 형사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전화요청에는 더 이상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피의자는 돈을 어디에 사용했나.
▲강원랜드 등을 돌아다니며 도박으로 탕진했다.

- 다른 피해자들의 피해 액수는?
▲두 번째 여성은 1억5,000만원 정도 된다. 세 번째 여성은 만나다가 실패했지만 300만원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 네 번째 여성이 입은 피해는 없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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