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향기 묻어난 그녀들의 ‘숨은 전쟁터’


 

20대 초반 언니 가방에서 ‘자위기구·낙타눈썹·링·쿨젤리’까지
“형광 빛 발하는 쿨젤리, 성관계 시 사용하면 시원한 느낌 죽인다”

화장에 목숨 건 아가씨, 새우잠 자는 아가씨까지 ‘초이스’ 받기 위한 몸부림의 아가씨들 애환 담겨있는 유흥업소 대기실. 말 그대로 아가씨들이 테이블(룸)에 들어가기 전까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예전에는 업주들이 주로 못 쓰는 룸이나 창고 같은 곳을 개조해 아가씨 대기실로 썼다. 하지만 지금은 ‘아가씨 제일주의’ 다운 면모를 갖추기 위해 업계 사정이 변화했다. 때문에 이젠 룸살롱을 만들 때 아예 아가씨 대기실까지 포함해 설계한다. 대기실은 아가씨들의 사랑방과 다름없다. 항상 대기실을 지키는 ‘대기실 반장’을 비롯해 아가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갖가지 사연들을 품고 있는 대기실 풍경을 알아봤다.

술자리를 더욱 즐겁게 만드는 룸살롱의 꽃, ‘나가요 걸’(룸살롱 아가씨)들. 그녀들은 온갖 섹시함과 화려함으로 치장한 뒤 룸으로 들어와 온갖 교태를 부리며 술맛을 더욱 달콤하게 만들어주는 촉진제 같은 역할을 한다.

이러한 그녀들이 룸살롱 안에서 머무는 공간은 딱 두 군데, 바로 그녀들의 업무공간인 룸과 또 다른 한곳은 대기실이다. 이 대기실은 그녀들에게 식당이 되기도 하고, 탈의실이 되기도 한다. 또 선택받지 못한 우울한 나가요 걸들에게는 자신을 위로하는 일종의 ‘위안소’가 되기도 한다.

‘나가요 걸’의 저녁 수다

지난 3월 15일 오후 7시 강남의 한 룸살롱 대기실. 그곳에 도착한 취재진의 눈을 제일 먼저 사로잡은 것은 대기실 한쪽에 돌돌 말아져 있는 이불과 여기저기 널 부러져 있는 과자봉지, 그리고 희뿌연 담배연기 등이다. 뿐만 아니다. 대기실 바닥에는 웬 칠칠맞은 아가씨가 속옷을 벗어놓기도 하고, 한 구석에서는 스타킹을 갈아 신느라 정신 없이 바쁜 아가씨도 있다.

또 지각을 면하기 위해 헐레벌떡 뛰어오는 아가씨에서부터 화장을 고치는 아가씨, 머리 손질을 하고 있는 아가씨,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떠는 아가씨들까지 그야말로 꽃들(?)의 전쟁터가 따로 없다. 간밤에 마신 술이 아직도 덜 깼는지 대기실 한쪽에서 새우잠을 자는 아가씨들도 눈에 띄었다. 한마디로 어수선함의 극치였다. 초이스 할 때 말끔하게 정리된 아가씨와 대기실은 전혀 매치가 되지 않았다.

아무튼 취재진은 대기실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 때 안면이 있던 20대 초반의 보라(가명·22) 씨가 제일 먼저 취재진을 반겼다. 서로의 안부를 묻던 중 느닷없이 그녀는 핸드백에서 무언가를 꺼내 늘어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화장을 고치기 위해 화장품을 꺼내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그녀가 꺼내놓은 물건들은 성인 자위기구와 낙타눈썹, 링 등 성인용품점에서 판매하는 온갖 섹스 보조기구들이었다.

“짧은 인생 젊어서 즐기자”

그녀가 늘어놓은 물건들을 보고 어쩔 줄 몰라하는 취재진을 향해 보라 씨는 “뭘 이런걸 갖고 쑥스러워해요”라며 “짧은 인생 젊어서 즐기지 않으며 언제 즐기겠어요. 다 좋은 것들이니 한번 써볼래요”라며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핸드백 속에서 조개모양의 튜브를 꺼내들었다. 그 이름하여 ‘쿨젤리’였다.

쿨젤리를 꺼내 든 보라 씨는 젤리를 손에 한 움큼 쥐어짜더니 대기실 벽에다 바르기 시작했다. 참 황당하지만 나름 볼만한 광경이었다.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끝마친 보라 씨, 그 상황을 지켜보던 그녀의 동료는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내부를 밝혀주던 형광등 전원을 꺼 실내를 어둡게 했다. 그 순간 보라 씨가 젤리를 바른 벽은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처음 보는 광경이라 재미나고 신기했다.

이어 보라 씨는 쿨젤리의 사용 용도에 대해 “형광 빛을 발하는 쿨젤리를 성관계 시 사용하면 시원한 느낌이 죽인다”며 “손님을 위해서도 사용하지만 정말 진짜로 사랑하는 사람 만나면 그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서비스로 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어 “룸살롱이나 유흥업소만을 돌면서 성인용품을 파는 장사꾼이 있는데 우리는 그를 ‘007 가방 아저씨’라고 부른다”며 “몇 일에 한번씩 룸살롱 대기실을 돌며 온갖 진기한 성인 기구와 용품만을 엄선해 판매한다”고 귀띔했다.

‘초이스 전쟁’…그 날 수입 보장

소녀티가 채 가시지 않은 막내 수연(가명·21) 씨. 갑자기 선배 언니들 눈치를 살피며 허겁지겁 대기실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그 후 약속이나 된 듯 그녀는 홀복으로 갈아입은 뒤 이내 거울 앞에서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이유인즉, ‘항상 예뻐야 한다’는 것은 룸살롱 아가씨들의 신념. 언제 어디서나 틈만 나면 가꾼다. 그래야만 초이스가 잘 되고, 그녀들의 지갑도 빵빵해지기 때문이다.

저녁식사를 거른 아가씨들 몇몇이 대기실 안의 작은 매점인 냉장고에 손을 뻗쳤다. 작은 냉장고에는 온갖 군것질 거리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함부로 먹다보면 금세 주머니가 바닥나고 만다.

어느새 컵라면과 삼각김밥, 과자 등을 먹어치운 해주(가명·25) 씨가 부른 배를 움켜쥐더니 큰 숨을 내쉬었다.
‘헉, 이게 웬일인가’. 날씬해 보이던 그녀의 배가 갑자기 남산만해졌다. 취재진은 순간 놀람을 금치 못했다. 대기실에서만 볼 수 있는 나가요 언니의 엽기적인 모습인 것이다.

대기실에 앉아 있던 아가씨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더니 한 곳에 모였다. 드디어 그녀들만의 한판 전쟁이 시작된 것. 바로 초이스 전쟁이다.

부른 배를 추스린 해주 씨가 투정 섞인 목소리로 “나 지금 나가면 분명히 초이스 되지 않을 텐데, 한 테이블이라도 받고 먹을 걸”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누가 선택되느냐에 따라 그 날의 수입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 테이블이라도 더 받고 싶어하는 아가씨들.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손님들은 아무나 고르지 않는다. 초이스 순간이 다가오면 아가씨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에 보라 씨는 “‘앞 조에서 모두 선택되면 어떡하지’ ‘최대한 예쁘게 보여야 할텐데’ ‘인사도 잘해야지’ 등의 수없이 많은 생각들을 한다”며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보다 더 떨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설문조사]‘나가요’ 100명에게 물었다

섹스 잘 하는 남자? NO

지나가는 여성을 붙잡고 이상형의 남자를 꼽으라고 한다면 십중팔구 ‘잘생긴 남자’나 ‘유머감각 있는 남자’를 꼽는다. 하지만 ‘나가요 걸’들은 다르다. 일단 무조건 적으로 돈이 많아야 한다. 경제적 조건, 그것이 남자를 가늠하는 첫 번째 기준이다. 이에 취재진은 서울 강남 지역 룸살롱에서 일하는 ‘100명의 나가요’를 통한 설문을 시작했다. 각 가지 질문을 던져 그녀들만의 기준치를 살펴봤다.

체위는 ‘정상위’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바로 ‘이상형의 남자’. 웃음을 팔아야 하는 그들의 처지 때문이지 51명(51%)의 ‘나가요’는 ‘돈 많은 남자’를 1순위로 꼽았다. 그 다음은 ‘옷 잘입는 남자’와 ‘유머감각 있는 남자’가 뒤를 이었다. 여기서 특이한 것은 ‘잘생긴 남자’나 ‘섹스 잘하는 남자’를 꼽은 ‘나가요’는 하나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다음으로 섹스에 관한 질문도 던졌다. ‘첫 경험 시기’를 물었고, 좋아하는 체위를 질문했다. 우선 첫 경험 시기는 응답자의 76%가 18세 이후라 답했다. 좋아하는 체위는 정상위가 46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후배위 28명, 여성상위 18명 순이었다. 남자와 관계를 맺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일주일 이내가 38명, 만난 지 하루만에 잠자리를 갖는 경우도 22명이나 됐다.

이어 더욱 농도진한 질문도 던졌다. ‘쓰리섬(2+1)을 해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7명이 ‘그렇다’고 답했고, 2명은 ‘3+1도 해봤다’고 답해 충격을 안겨줬다. 뿐만 아니다. 여자와 키스를 해본 경험 있는 ‘나가요’도 5명이나 됐다.

이색설문 조사결과

▲이상형의 남자는.
a. 돈 많은 남자 - 51명
b. 옷 잘입는 남자 - 21명
c. 유머감각 있는 남자 - 19명
d. 기타 - 9명
e. 잘생긴 남자 - 0명
f. 섹스 잘하는 남자 - 0명

▲첫 경험 시기는.
a. 18세 전 - 24명
b. 18세 후 - 76명

▲가장 좋아하는 체위는.
a. 정상위 - 46명
b. 후배위 - 28명
c. 여성상위 - 18명
d. 기타 - 8명

▲온라인(채팅)에서 만나 즉석섹스 해본 경험은.
a. 있다 - 21명
b. 없다 - 79명

▲섹스할 때 가장 흥분되는 장소는.
a. 호텔이나 여관 - 66명
b. 집 - 14명
c. 자동차 - 6명
d. 기타 - 14명

▲섹스할 때까지 보통 몇 일이나 걸리나.
a. 하루 - 22명
b. 만난 지 3일 이내 - 15명
c. 일주일 이내 - 38명
d. 한달이내 - 25명

▲쓰리섬(2+1)을 해본 경험이 있는가.
a. 있다 - 7명
b. 없다 - 91명
c. 3+1도 해봤다 - 2명

▲남자 성기 중 가장 중요한 것은.
a. (성기의) 굵기 - 68명
b. 길이 - 28명
c. 보형물(구슬, 실리콘 등) - 0명
d. 기타 - 4명

▲가짜 신음을 내본 적 있는가.
a. 있다 - 88명
b. 없다 - 12명

▲자위기구를 사용해 본적 있는가.
a. 있다 - 6명
b. 없다 - 94명

▲자위는 해본 적 있는가.
a. 있다 - 18명
b. 없다 - 82명

▲성형수술을 한 곳이 있는가.
a. 있다 - 89명
b. 없다 - 11명

▲수술을 했다면 어디를 했나.
a. 눈 - 62명
b. 코 - 31명(a.b 동시 28명)
c. 가슴 - 47명
d. 없다 - 7명

▲가장 선호하는 남성 직업은.
a.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 28명
b. 연예인 - 9명
c. 예술가 - 6명
d. 회사원 - 57명
e. 같은 업종 - 0명

▲어떻게 룸에서 일하게 됐나
a. 친구따라 - 57명
b. 아는 사람 소개로 - 12명
c. 구인구직 광고보고 - 28명
d. 기타 -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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