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폐쇄문화 속에선 지금…


 

젊은 게이 놀이터 이태원, 넥타이 중년 게이 주무대는 종로
게이 전용 ‘단란주점·카페·원샷바’에 이어 전용극장까지…

어두운 음지에서 활동할 것 같던 동성애자들이 사회곳곳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며 당당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 사회는 동성애자를 ‘이반’이라 부른다. 이반 문화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레즈비언(여자)·게이(남자)·트랜스젠더(성전환) 등의 큰 부류로 나눠진다. 기자는 본지 518호를 시작으로 ‘1탄 레즈비언의 세계, 2탄 게이들의 세계, 3탄 트랜스젠더들의 세계’를 순차적으로 보도할 예정이다. 519호는 ‘게이들의 세계’를 취재하기 위해 지난 3월 21일 종로 3가에 위치한 ‘게이 전용 밀집지역’을 밀착 탐방했다. 레즈비언과는 또 다른 문화와 생각을 같고 있는 그들. 이곳 종로 일부 지역은 넥타이를 맨, 연령층이 조금은 높은 아저씨 게이가 많이 찾는 그들만의 공간이다. 그 안에서 보여지는 독특한 현상과 그들의 삶에 대해 알아봤다.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자신 스스로 극복해 나가야하는 동성애자들. 현재 우리 사회는 그들의 고충을 이해한다기보다 바라보는 시각이 따갑기만 하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 때문인지 그들은 더욱 자신들만의 공간을 확보하며 사회 한쪽 음지로 내몰리고 있다.

게이들의 천국

지난 3월 21일 오후 5시 경. 기자는 게이 밀집지역으로 알려진 이태원과 종로 두 지역 중 종로를 선택했다. 이태원이 젊고 독특한 문화를 즐기는 게이들의 천국으로 알려진 곳이라면, 종로 쪽은 넥타이를 두르고 일반인들과 함께 생활하는 중년 게이들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종로 3가 B 극장 뒷골목을 시작으로 종로세무서까지 연결 된 골목골목이 그들의 주무대다.

이 곳을 쥐잡듯 뒤진 기자는 별 소득을 얻지 못했다. 직장에서 퇴근하고 이곳으로 오는 중장년 게이들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오후 6시 30분이 넘어가면서 날이 어둑어둑 해지자 한 명 두 명 남성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참 특이한 광경이었다. 일반 직장 남성들이 일 끝나고 술 한잔하기 위해 모여드는 여느 술집들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확 트인 통유리에 음악소리가 나며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엉켜 앉아있는 술집이 아닌 좁은 골목 깊숙한 곳에 조그마한 간판을 걸고 안을 들여다 볼 수 없는 일명 ‘방석집’이라 불리는 유흥업소와 같은 형태의 술집들이 그들만의 공간이었다. 그들이 자주 찾는 업소는 두 명의 성인이 나란히 들어가기도 벅찬 좁은 골목들 사이사이 깊숙한 곳에 대부분 밀집해 있었다.

50대 남성, 포옹으로 작별인사

오후 8시 경. 그리 늦은 시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골목 안에는 이미 술에 만취가 돼서 돌아다니는 남성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그들이 게이인지 일반 남성인지는 알아볼 수 있었다. 왜냐하면 취한 남성 옆에는 그를 부추기는 또 다른 한 남성이 옆에 있었고, 그 모습은 취한 여성을 부추기는 남성의 모습과 매우 흡사했다.

또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50대 중년으로 보이는 남성들 역시 지하철역 앞에서 헤어질 때 작별인사로 포옹을 하고 서로의 머리카락을 자연스레 만져주는 모습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지나가는 한 게이에게 말을 걸어봤다. 그는 “지금은 별로 없는 것이다”며 “주말에 오면 눈에 밝히는 사람들이 전부 게이다”라고 말했다.

그들이 다니는 골목 어귀에서 튀김장사를 하고 있는 아주머니는 “온통 그런 사람(게이) 천지다”며 “여기 혼자 다니기 무서운 골목이야”라고 기자를 걱정해줬다. 이어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 곳이 엄청 호모들이 많이 오는 곳이야”라며 “들어가지 말고 밖에서만 조용히 봐봐”라고 귀띔했다.

식당 종업원, 알고 보니 ‘게이’

종로3가 뒷골목을 돌아다닌 지 3시간 가량 지났을 때쯤 기자는 좁은 골목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 순간 놀라 돌아 나오려는 순간 간판 하나가 눈에 확 띄었다. 다가갔다. 간판에 불은 켜 있었지만 문은 굳게 닫혀 다른 게이바와 마찬가지로 안을 볼 수 없게 돼있었다.

굳게 닫힌 간판 앞에서 쓰레기 청소를 하고 있는 한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이곳이 게이바 맞나요”라고 하자, 아주머니는 이상한 눈으로 기자를 위아래로 훑고 난 다음, 게이바 바로 앞에 있는 조그만 문을 열더니 “삼촌 이 아가씨랑 이야기 좀 해봐”라며 문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줬다.

그곳은 일반 식당의 주방 뒷문이었다. 아주머니가 불러준 삼촌이라는 사람은 20대 중반의 한 남성. 기자는 이 식당 주방에서 홀과 연결돼 있는 곳을 통해 그 남성과 이야기를 나눴다. “앞에 가게가 게이바인가”라고 묻자 그 남성은 “맞는데, 근데 여자는 못 들어가는데…”라며 이상하게 기자를 쳐다봤다.

그 남성에게 자초지정을 설명했더니 그 남성은 “게이들은 굉장히 예민하다. TV 프로에서 심심할 때마다 가십거리로 게이들을 들먹이는데 그때마다 게이들은 굉장히 상처를 많이 받는다”며 토로했다. 그렇다. 이 남성도 게이였던 것이다.

순간 기자 역시 속으로 무척 놀랐다. 일반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정말 평범해 보이는 남성 역시 게이라는 사실. 그 남성은 “오늘은 평일이라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다”고 말했다.

기자는 그에게 “게이 비디오방이 이 근방에 있는 것으로 아는데 혹시 가본 적 있는가” 물었다. 그는 웃으며 조심스레 “그곳은 비디오 방이 아니다”며 “게이 전용 극장이고, 일반 남성조차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니 가봐야 못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어 “게이는 레즈랑 달라서 정신적인 사랑이 아닌 육체적 사랑이 본질이기 때문에 쉽게 우리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한테 절대 털어놓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우리 사회 속에 그들이 얼마나 많은 곳에서 활동을 하고 그 영역을 넓혀 가는지는 파악 할 재간이 없다. 다만 게이들 중에는 일반 회사원을 비롯해 일명 ‘사’자가 들어있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들만의 모임 카페도 쉽게 인터넷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명선 기자 lms9420@naver.com


<심층인터뷰>
“바람 피우다 혼쭐나기도”

평범한 직장인 게이의 ‘섹스세계’

30대 이상 게이, 당시 인터넷 없어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 혼자서 극복
우리 섹스는 오랄과 항문섹스…더 극한 만족 위해 섹스기구까지 동원

기자는 지난 3월 21일 오후 6시 경 종로3가 부근에서 항상 퇴근길엔 이 곳을 자주 찾는다는 30대 중반의 최성춘(가명·남) 씨와 만났다. 그는 굉장히 여성스러운 미소와 손짓 그리고 말투를 갖고 있었다. 평범한 직장에서 일반인들과 함께 근무하는 최 씨는 게이들도 대부분 정상적인 직장을 다니며 활동하고 있다. 최 씨는 “다만 어느 정도 불편은 우리 스스로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고등학교 1학년 시절부터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굉장히 심각한 고민을 하던 중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기자는 최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게이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그와의 일문일답.

-자신이 게이라는 것을 언제 알았나.
▲고등학교 1학년 때 알게 됐다.

-어떻게 알게됐나.
▲굉장히 친한 친구가 있었다. 나는 그와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 보내며 지냈다. 어느 날 그 녀석에게 여자친구가 생긴 것을 알았다. 그 때 내 심정은 정말 아무도 모른다. 사실 나도 그때는 왜 내가 그렇게 마음이 아프고, 잠도 못 잘 지경에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몰랐다. 그렇게 고민을 하고, 아픈 내 마음을 추스르면서 알 수 있었다. 내가 그 친구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 후론 어떻게 됐나.
▲그 땐 아픈 나의 마음을 스스로 치료해 나갔다. 그러면서 일반 남자들과 친구가 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후론 사실 대인기피증까지 걸릴 정도로 최대한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어떻게 극복했는가.
▲아마 내 나이 또래 또는 그 이상의 나이대 게이들은 대부분 나와 같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또 극복의 방법도 비슷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은 인터넷이라는 것을 통해 커뮤니티라는 모임으로 보다 쉽게 사람을 만날 수 있고, 또 그것을 이용해 자신의 고민을 상담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나와 같은 사람을 찾을 수도,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상담하고 싶어도 어디다 말 할 수가 없었다. 자신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아무의 도움도 받지 않았나.
▲자신 스스로 해결이라는 것은 사람이 처음부터 ‘난 게이구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름대로의 각기 다른 경험들을 통해 자신이 스트레이트(일반인)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후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무지하게 고민하고, 감추려한다. 그러다 결국 혼자서 자신이 게이라는 것을 안 순간 무엇인가 동지를 찾기 위해 나선다. 그때 갈 수 있었던 곳은 남산 부근이나 종로 뒤편을 찾아오는 수밖에 없었고, 나도 그곳에서 처음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그 때 내 나이가 18살이었다.

-만났을 때 기분은.
▲살 것 같았다. 굉장히 기분이 좋고, 나와 같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내가 ‘비정상이 아니구나’라는 확신이 생겼다.

-성관계는 어떻게 시작했는가.
▲처음 입문이라고 해야하나. 그 곳을 찾았을 때 바로 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나도 식성(상대를 고르는 성적취향)이라는 게 있는데, 사실 그 때 그렇게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나와 같은 사람들을 좀 만나고 이야기하다가 자연스럽게 했던 것 같다.

-섹스를 할 때 여자와 남자의 차이는.
▲나는 잘 모르겠다. 나는 아직까지 여자와 잠자리를 해 본 적이 없다. 아는 사람들 말로는 그렇게 좋다고 하지 않던데. 내가 경험해보지 않아서 잘 모른다.

-여자한테 전혀 성적 취향이 느껴지지 않는가.
▲나는 그렇다.

-연애는 어떻게 하는가.
▲다 똑같다. 우리를 다른 세계라고 생각하지 말아라. 우리도 일반 연인들이 데이트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것을 다 한다. 또 마음도 마찬가지다. 사랑으로 만나기도 하고, 한번 놀기 위해 만나기도 하고, 바람 피다 걸려서 헤어지는 것도 흔한 일이다. 다만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인 그런 것 때문에 스트레이트들이 많은 곳에서는 우리의 행동을 좀 자제해 주는 것일 뿐이다.

-연애를 하면서 스킨십을 하는가.
▲당연하지 않은가. 그것 빼면 왜 연애를 하는가. 스킨십을 하는 우리들만은 전용 공간이 있다. 또 개인적으로 만나서 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우리들만 갈 수 있는 술집, 극장, 사우나 등 우리들만의 사회 속에서는 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다. 그리 활동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어떻게 스킨십을 하는가.
▲우리의 만남을 레즈(여자 동성애자를 지칭)처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우리는 정신적보다는 육체적인 만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육체적이지만 그 안에서 외모적으로 내 식성에도 맞아야하고 관계를 갖기 전에 나름 까다롭게 굴기도 하지만 그래도 우리의 만남은 섹스다.

-어떻게 성관계를 맺는가.
▲흔히 생각할 수 있듯이 남자까리 어떻게 하겠는가. 요즘 영화에도 많이 나오던데. 우리는 오랄과 애널(항문)섹스를 한다. 그 안에서 애널에 바르는 성인용품이나 이런 것을 사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성관계를 할 때마다 만족하는가.
▲항상 만족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일단 우리도 뭐 남자의 몸을 갖고 있기 때문에 솔직히 여자처럼 오르가즘까지는 아니지 않는가. 흔한 말로 ‘한번 찍 싸면 된다’ 아니겠는가. 물론 그 안에서 사랑을 느끼고 서로의 교감에 충실히 하는 게이도 많다. <선>


[10가지 질문, 다양한 대답]

‘게이들의 N군 커뮤니티’ A 사이트 게이 설문조사

그들의 대통령은 박근혜?

다음은 한국 최대 게이 커뮤니티 포털로 불려지고 있는 A 사이트의 설문조사 내용 10선이다. 이 곳은 게이들을 상대로 하는 국내 최대 사이트로써 쇼핑에서 채팅까지 ‘게이들의 N군’으로 불려지고 있다. 설문조사 내용에서 찾을 수 있는 그들만의 생각이 쏠쏠한 재미를 안겨준다.

게이들이 지지하고 있는 대권후보 1위, 2위로 선정 된 박근혜, 이명박. 게이들이 이 두 사람을 선택한 이유는 다소 의외였다. “보수적 정치인을 좋아하며, 고 박정희 대통령과 연관 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선택한다”고 했다.

1. 차기 대권후보중 지지하는 사람은.
1위. 박근혜 (732명,37%)
2위. 이명박 (551명,28%)
3위. 고건 (255명,13%)
4위. 정동영 (112명, 5%)
5위. 김근태 ( 88명, 4%)
6위. 다른후보 (125명, 6%)
7위. 국민경선제로 뽑힌 후보 (89명, 4%)

2. 집에서 결혼 재촉시 하는 말은.
1위. 독신으로 산다고 한다.(862명,42%)
2위. 알아서 한다고 한다. (795명,39%)
3위. 그냥 무대응 한다. (210명,10%)
4위. 커밍아웃 한다. (143명, 7%)

3.나의 신체 중 가장 자신있는 곳은.
1위. 거시기 (748명,33%)
2위. 눈 (468명,21%)
3위. 코 (225명,10%)
4위. 엉덩이 (247명,11%)
5위. 피부 (101명, 4%)

4. 독신자 입양에 대해서.
1위. 찬성한다(1,122명,73%)
2위. 반대한다(305명,19%)
3위. 모르겠다(109명, 7%)

5. 노출의 계절, 가장 신경 쓰이는 부위는.
1위. 뱃살 (1,545명,62%)
2위. 가슴 (339명,13%)
3위. 팔, 다리(285명,11%)
4위. 엉덩이 (162명, 6%)
5위. 신경 안 쓴다(158명, 6%)

6.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남자가수는.
1위. 이승환 (497명,75%)
2위. 홍경민 ( 46명, 7%)
3위. 구준엽 ( 44명, 6%)
4위. 김종민 ( 22명, 3%)
5위. 기타의견 ( 47명, 7%)

7.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
1. 찬성 ( 879명,36%)
2. 반대 (1,559명,63%)

8. 이성과 성경험이 있는가.
1. 한번도 없다 (2,186명,52%)
2. 몇 번 있다 (1,994명,47%)

9. 첫 경험은 언제 했는가.
1위. 중학교 때 (1,753명,29%)
2위. 고등학교 때 (1,266명,21%)
3위. 대학생때 (1,006명,17%)
4위. 경험없다 (722명,12%)
5위. 군대에서 (531명, 9%)
6위. 직장생활할때 (511명, 8%)
7위. 중년이후 (114명, 1%)

10. 가장 선호하는(원하는) 직업은.
1위. 공무원 (881명,25%)
2위. 개인사업 (823명,23%)
3위. 의사/약사 (611명,17%)
4위. 연예인 (418명,11%)
5위. 기타 (294명, 8%)
6위. 대기업직원 (265명,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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