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허홍국 기자] 자신의 딸과 이혼하려는 의사 사위를 괘씸하게 여긴 장인이 사위를 비방하다 실형을 선고받는 기막힌 판결이 등장했다. 장인은 일반적인 사회 상규에 비춰보면 혼인과 동시에 사위의 친부와 동급 대우를 받는 것이 관례여서 더욱 놀랄만한 사연이다. 사법부도 그동안 혼인을 신성한 것으로 여겨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지른 장인이라 할지라도 실형 선고를 내리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길래 법원이 장인에게 실형 선고를 하게 됐는지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봤다. <편집자 주>

딸 소송 내막 듣고 악의적인 마음먹고 사위 ‘흠집’낸 장인 징역형
재판부 “사위 외도한 사정 등 감안해도 범행 기간, 정도 과하다”

사위가 자신의 딸과 이혼하겠다는 말을 듣고 괘씸하게 여긴 장인이 사위를 허위로 비방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가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사회 상규를 고려하지 않을 정도로 ‘빗나간 부정(父情)’이 ‘도’를 넘어섰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손주철 판사는 이달 초순께 허위사실 적시(摘示)에 의한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윤모(70)씨에게 징역 10개월, 윤씨의 범행을 도운 이모(28)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윤씨의 전 의사 사위 A씨가 딸과 이혼하겠다며 소송을 낸 사실을 뒤늦게 알고 인터넷에 비방하는 글을 올린 혐의(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실형을 선고 받은 피고인 윤씨는 피해자 A씨의 장인이었다.

▲ 사진출처=pixabay
장인은 왜 사위 비방하는 글을 올렸나

윤씨가 사위를 비방하는 글을 올리게 된 동기는 자신의 딸이 2011년 7월경 사위인 A씨로부터 이혼 및 재산분할소송을 제기당한 사실을 뒤늦게 파악 한 후 의사 사위가 ‘괘씸’해서였다. 이렇게 윤씨가 생각하게 된 것은 사위가 자신의 딸과 혼인한 상태에서 외도를 해 부부 사이가 멀어지고 이혼 소송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당시 윤씨는 그런 사정이 있는 딸의 이혼 소송의 내막을 뒤늦게 알게 됐고 이로 인해 사위인 A씨의 ‘흠집내기’에 들어갔다. 윤씨는 2013년 8월 초순경 홈페이지 제작 등을 평소 알고 지내던 피고인 이씨에게 A씨와 A씨의 부친의 탈세, 의료법 위반 및 차명계좌를 이용한 거액 탈루 내용을 퍼트려 달라고 부탁한다. 피고인 이씨는 윤씨로부터 이 같은 부탁을 받고 수락을 했다. 윤씨는 그 즈음 피고인 이씨에게 ‘피해자 A씨와 A씨의 부친이 서울 강남에 위치한 B치과를 운영하면서 탈세를 했고, 환자가 환자를 모집해 오면 수당을 지급하는 다단계 영업과 차명계좌를 이용해 거액을 탈루했다‘는 취지의 내용들을 A씨와 A씨의 부친 사진이 들어있는 파일과 함께 이메일로 보내줬다.

그러나 이렇게 이메일로 보내진 내용들은 사실과 달랐다.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따르면 A씨와 A씨의 부친은 B치과를 운영하면서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았고 고의로 소득 신고를 하지 않는 방법으로 탈세한 것이 아니었다. 또 수십 개의 차명 계좌를 만들어 75억원 상당을 은닉한 사실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빗나간 부정(父情)’ 차단된 이후도 쭉~

윤씨의 ‘빗나간 부정(父情)’으로 시작된 사위 A씨에 대한 비방은 포털사이트로부터 차단된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피고인 이씨의 명의의 네이버 아이디와 윤씨가 구해온 장모씨의 네이버 아이디 ****3949를 이용한 블로그 글 게시가 2013년 9월 초순경 차단되자 윤씨는 피고인 이씨에게 3만원을 건네주면서 네이버 아이디를 구입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이에 피고인 이모씨는 그 즈음 인터넷 네이트온 쪽지 전송창을 통해 문모씨로부터 네이버 아이디 30개를 구입해 A씨와 A씨의 부친에 대한 허위 사실의 비방을 이어갔다.
피고인 이모씨는 2013년 9월 3일경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한 PC방에서 위와 같이 구입한 아이디 30개 중 아이디 ***345를 이용해 인터넷 네이버 사이트에 개설돼 있는 C씨의 블로그에 A씨와 A씨의 부친에 대해 허위 사실이 기재된 내용을 블로그에 올렸다. 이때부터 윤씨와 피고인 이모씨는 2013년 10월 10일경까지 총 14회에 걸쳐 인터넷 네이버 사이트에 개설돼 있는 블로그에 접속한 후 그 곳 게시판에 글을 게시했다. 이들이 여러 개의 아이디로 인터넷 블로그에 올린 것은 ‘**동 B치과 A원장 A씨의 부친 탈세 및 허위세금계산서 사용 세무조사’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이 글에는 ‘75억원 착복 혐의로 출국금지’라는 허위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재판부 “딸 이혼소송 감안하더라도 그 정도가 과하다”

재판부는 이들이 비방할 목적으로 공모해 정보통신망에 공공연하게 사실 및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A씨와 A씨의 부친의 명예를 훼손하고, 동시에 이들 부자가 운영하는 B치과 운영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손주석 판사는 “장인이었던 윤씨가 2개여월에 걸쳐 계속해 인터넷 블로그에 글을 올림으로써 다수의 일반대중이 글을 열람하고 그릇된 정보를 가질 수 있도록 해 A씨의 부자가 입은 피해가 중하다”며 “설령 전 사위 A씨가 윤씨의 딸과 혼인한 상태에서 외도를 하였다거나 그로 인해 서로 사이가 멀어진 사이에 A씨의 부자가 윤씨를 고소하는 사정 등의 행위를 한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범행의 기간이 길고 그 정도가 과해 용인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손 판사는 이어 “윤씨의 행각은 타인의 아이디를 도용하면서까지 인터넷 블로그에 글을 올려 범행 방법도 좋지 않다”며 윤씨에게 실형 선고를 내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따르면 윤씨는 이 선고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해 다음 재판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