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이 대포차 VIP 고객”


 

“단속 등 급하면 차버려…” vs “내가 탄 대포차 범죄 이용되면 공범”
사각지대 이용한 불법 대포차, 처벌법 정확히 없어 경찰도 ‘속수무책’

경찰의 단속 사각지대에서 독버섯처럼 피어나고 있는 ‘대포차’는 법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여전히 사회를 종횡무진 누비고 다닌다. 대포차란, 정상적인 명의이전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단으로 점유 또는 거래돼 자동차 등록원부 상의 소유자와 실제 운전자가 다른 차를 일컫는다. 대다수의 대포차는 압류차가 많이 모여 있는 강원랜드를 비롯, 전국 각지에서 압류된 차량으로 인터넷과 중고차 매매상들을 통해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다. 이 같은 실정에서 경찰의 단속은 속수무책이고 관련 법규를 담당하는 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포차 판매자와 구매자들의 실태 그리고 단속의 어려움에 대해 알아봤다.

운전자의 신분을 확인하기 어렵고 적발되더라도 번호판 만 빼앗기는 것으로 끝나는 대포차는 중고차시세의 절반 값 정도로 거래되고 있다.
대포차는 신차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강점을 내세우며 인터넷을 통해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다. 이 차들은 ‘세금이나 벌금 걱정 없이 마음놓고 탈 수 있다’고 공공연히 알려지면서 더욱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편리성 vs 망한다

대포차 호객꾼들과 구입희망자들은 대부분 회사 부도나 매매위탁자 사망으로 운전자의 신분을 파악하기 힘든 차를 가장 선호한다. 또 성능이 괜찮고 출고된 지 5년 이상 된 차도 3∼5년간 운전하다 무단방치를 통해 폐기처분하면 된다는 편리성이 있어 인기다. 흔히, ‘사고 치면 버리고 도망간다’는 것이 보편화 돼있다. 하지만 중요한 단점이 있다. 바로 대포차에 ‘혹’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 탔던 대포차를 처분한 후 만일 그 차가 범죄에 약용될 경우 함께 처벌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대포차 호객꾼들은 부도 가능성이 높은 렌터카업체를 골라 적발가능성이 적은 대포차를 양산하기 위해 노력한다. 대포차 호객꾼 중 한 명은 “요즘은 20대 여성이 대포차 VIP 고객”이라며 “입맛 잘 맞추면 입소문도 더 빠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인터넷 등을 매개로 시중에 나돌고 있는 대포차의 절반 이상은 호객꾼들로부터 일부러 만들어진 것”이라고 귀띔했다.

공권력 투입 어려워

앞서 거론한 바와 같이 가장 흔히 구입할 수 있는 경로는 인터넷 매체. 하지만 이에 대한 단속은 매우 어렵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심의 담당 김영선 팀장은 “대포차 인터넷 거래를 막기 위해 각 사이트를 심의한다. 하지만 그것이 쉬운 문제는 아니다”며 “인터넷 상으로 확인하기 애매한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어 “올리는 것을 미리 막을 수는 없다”며 “하지만 인터넷 매매 사이트 등을 자체 모니터링 한 후 법규에 위반이 되는 부분은 심의를 하고, 시정요구를 한다. 자율적 삭제요청을 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정통부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신고는 일반 네트즌을 통해 접수된다. 또 자율 모니터링으로 검색어 등을 통해 직접 찾아나서야 한다. 요즘은 대포차라는 검색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부각되는 검색어는 ‘대포·포차·쌍둥이·압류차·작업차’ 등이 이용된다. 심의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바로 대포차를 처벌하는 법이 정확히 없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 건설교통부 교통안전팀 담당 박근복 씨는 “사실 대포차를 처벌하는 법은 없다”며 “자동차 관리법상 자동차 소유주가 타인에게 어떠한 형태로 차를 넘기고, 그것이 또 제3자에게 양도하는 것은 금하고 있지만 이것을 어긴다 해도 적발이 어려운 상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간의 거래에서 채권채무 관계로 차가 압류 당하고 그것이 이 사람 저 사람 옮겨진 것에 대해 공권력을 투입해 개인간의 채무 관계를 논할 수는 없는 것이다”며 “사회적 문제이지만 정부도 뾰족한 방법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또 “사실 누가 차를 훔쳐간 것이 아니고 자의든 타의든 법적 근거로 압류라는 방법으로 차를 넘겨준 것인데 무슨 죄목으로 그 사람을 잡아들이겠느냐”며 “사실 정부와 우리(건교부) 또 국무조정실 등 대안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쉽지 많은 않은 문제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 역시 “무등록 차량 뿐 아니라 번호판을 가는 무적차량까지 모두 적발되면 얼마나 좋겠는가”라며 “하지만 그 차들을 적발하기 위해서는 우선 피해자가 자동차에 관련해 신고를 해야지만 수사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전국의 차를 우리가 다 용의선상에 올려 수사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이어 “경기가 어려워지면 회사 부도 등으로 대포차가 많이 생겨나 각종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며 “더 큰 문제는 대포차 거래는 명백히 불법이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별다른 죄의식 없이 유지비를 아끼기 위해 구입 유혹에 빠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소비자들이 이용을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명선 기자 lms9420@naver.com

[대포차판매자 심층인터뷰]
경력 5년 중개업자 ‘대포차의 모든 것’

“서울에서 강원·충북·대전 번호판 백말백중 대포차”

뉴그랜저 150만원·엔터프라이즈 500만원 등 중고차 반 값
1,000만원 그랜저XG, 10대 중 9대는 20대 젊은 여성들 차지

지난 3월 6일 오후 8시경 일산역 부근 커피숍에서 대포차 중개업자 박호준(가명·29) 씨를 만났다. 대전을 주무대로 전국 각지를 뛰어다니고 있는 그는 5년째 대포차 중개업자로 활동중이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대포차를 보유하게 되는 경로는.
▲돈을 빌려주고 차를 담보로 잡은 다음 돈을 갚지 못하면 바로 압류한다.

-대부분 어떤 경우에 차를 담보로 돈을 빌려가는가.
▲대다수가 노름빚을 진 사람들이다. 그렇다보니 빌려갔다 하면 100%로 차 압류하는 건 식은 죽 먹기다. 노름하다가 담보로 잡힌 차는 ‘댕까이’라고 부른다.

-대포차 판매는 어떤 방법으로 하는가.
▲합법적이지는 않지만 인터넷을 통해 글을 올려놓는다. 때로는 싸이(개인홈페이지)나 블로그를 이용해 유도하기도 한다. 아는 사람 통해 찾아오는 사람도 많다.

-어떻게 끌어들이는가.
▲유도하기 무척 쉽다. 대포차의 경우 단점은 불법이지만 그것만 빼고 말만 갖다 붙이면 다 장점이 된다.

-어떠한 장점이 있는가.
▲가장 좋은 것은 세금을 안 낸다는 점이다. 또 경찰한테 운전자가 직접 걸리는 경우 이외에는 모든 범칙금을 자신이 아닌 차 소유주가 낸다. 여차하면 차를 버리고 도망가면 된다.

-차를 언제 버리고 도망가나.
▲음주운전이나 사고내면 그냥 차버리고 도망가는 것이 훨씬 이득인 경우가 더 많다. 어짜피 차를 버려도 운전자를 찾아내기 힘드니까 걸릴 일이 없다.

-연락이 많이 오는가.
▲그렇다. 올리자마자 무섭게들 연락이 온다.

-대부분 어느 지역, 어느 연령층 연락이 많이 오는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다. 연령층은 대다수가 20∼30대 젊은 남녀들이다.

-대포차 가격은 어느 정도인가.
▲중고차의 반 가격정도 된다고 보면 된다. 요즘은 뉴체어맨 1,000만원·에쿠스 1,000만원·카렌스 500만원·엔터프라이즈 500만원·로디우스 풀옵션 새차 1,500만원 등이다.

-모든 차종이 다 있는가.
▲아니다. 차종은 거의 중형차 이상이고 세단 급이 많다. 간혹 외제차도 나오는데 좋은 차일수록 인기가 좋다.

-어느 차가 가장 인기인가.
▲그랜저XG는 1,000만원인데 20대 여성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나오는데로 족족 빠져나간다. 10개 중 9개는 여자가 산다.

-저렴하면서도 최고의 인기 차종은.
▲뉴그랜저라고 할 수 있다. 내가 관리하는 차 중에서 가장 후진차이지만 일반인들이 구입하기에는 고가이기 때문이다. 뉴그랜저 가격은 150만원에서 200만원 선이다.

-대포차 구입 시 필요한 서류는.
▲아무것도 없다. 그냥 돈만 갖고 오면 된다. 서류는 우리가 (대포)차를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갖고 있는 차량 소유주에 관한 서류를 넘겨준다.

-보험은 어떻게 되는가.
▲보험도 들어준다. 사고나면 보험회사 배상도 받는다. 나 역시 받은 적 있다.

-주로 어떤 사람들이 구매하려고 하는가.
▲고가의 차를 갖고 싶은데 돈이 부족한 젊은이들이 많이 구입한다.

-범죄용으로도 많이 이용이 되는데 알고 있는가.
▲알기야 알지만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그냥 좋은 조건에 사겠다고 하면 팔아버리는 거다.

-돈벌이는 얼마나 되나.
▲그때그때 다르지만 한 달에 순이익만 대략 1,200만원 정도 된다.

-경찰 단속은 어떻게 피하는가.
▲다 방법이 있다. 다 말 할 수는 없지만 나는 대포폰을 사용하고 무조건 현금으로 주고받는 직거래다. 어떤 이들은 통장도 대포통장을 사용한다고 알고 있다.

-압류 할 때 전국각지를 돌아다니는가.
▲그렇다. 강원랜드를 비롯해 각지에 있는 하우스 등을 돌아다닌다. 또 얼마 전에는 제주도에서 저당 잡은 일본 도요타를 배에 싫어 온 적도 있다.

-각종 노름판과 연계는 어떻게 되는가.
▲나는 차만 갖고 온다. 나머지 연계되는 자세한 내막은 위에 따로 조정하는 사람이 있다.

-대포차와 법적 관계는 알고 있는가.
▲당연히 알고 있다. 법적으로 우리는 절대 처벌받지 않는다. 만약에 걸리면 ‘돈 빌려주고, 차를 압류한 것이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서류를 보여주면 된다. 장사하는 사람이 이것도 모르겠는가…. 또 경찰이 절대 단속 못한다. 직접 봐라. 인터넷에 수없이 많은 대포차 판매내용의 글들을.

-길가에서 대포차를 구별하는 방법이 있는가.
▲남바(번호판)가 최근 흰색으로 변경 된 것을 제외하고, 구형 남바들 중에서 타 지역차를 타고 다니면 거의 백발백중이다. 서울에 있는 차들 중 강원·충남 등 번호판을 단 지역 차들 말이다.

-대포차의 상태는 어떠한가.
▲거의 다 깨끗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포차들은 버린 차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고 압류 당한 차다. 특히, 중형급 이상의 차들이고 자신이 타던 차기 때문에 아끼면서 깨끗하게 타다가 어쩔 수 없이 빼앗기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렇다보니 차 상태가 양호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대포차를 구입하려고 한 사람 중에 차가 마음에 안 들면.
▲무조건 구입해야한다. 차를 보러 온 것은 거래가 시작 된 것으로 보면 된다. ‘당신이 보러온다고 해서 차 못 팔았다’ ‘손해 본 거 책임져라’ 등의 온갖 협박으로 보러온 사람들은 무조건 구입하게 돼있다. <선>

[경찰인터뷰] 대포차 단속 속수무책 하소연

“피해자가 결국 가해자, 확실한 법률 시급”

다음은 지난 7일 대포차 실태와 관련, 경찰 관계자와의 인터뷰 내용. 단속을 해도 피해자와 가해자를 정확히 구별할 수 없는 실정이라 경찰들이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대포차 단속은 어떻게 하는가.
▲특별히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자동차 소유주가 ‘도난신고’를 해야 수사에 착수 할 수 있다. 그 도난신고 역시 대부분 허위도난신고로 보면 된다.

-허위도난신고라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모른다. 수사에 들어가 도난 차량을 잡아오면, 결국 자신이 압류 당한 차에서 범칙금 및 세금 등이 너무 많이 나와 신고한 것으로 드러난다.

-누가 처벌받는가.
▲허위도난차량 신고가 밝혀질 경우 신고자가 처벌받는다. 서류상으로 금전적인 부분은 민사적이기 때문에 경찰에서는 당시 사건에 관해 잘잘못을 가릴 뿐이다. 신고자는 허위 신고이고, 대포차의 현재 주인은 그냥 압류당한 차를 소유한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처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도난 차량 수배는 어떻게 하는가.
▲검문소·국도·간선도로 등 번호판 판독기계(감지카메라)가 있고 이것을 이용해 전국적으로 수배에 들어간다.

-법적으로 어떠한 문제가 있는가.
▲명의이전을 하지 않고 타인의 차량을 제3자한테 위임할 경우 자동차 관리법에 접촉이 된다. 하지만 그 내막에 채권채무관계가 있을 경우 따로 민사적으로 판결을 받아야한다. 경찰에서는 원 주인인 신고자가 범칙금 등 허위신고에 관련해 즉결심판을 받고 처벌을 받는다. 남은 자동차의 경우 마지막 소유하고 있던 사람이 갖게 된다.

-어떠한 개선이 필요한가.
▲확실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이 시급하다. 사정을 들어보면 피해자가 결국 가해자가 되는 꼴이다. 또 채권채무 관계에 있어서도 확실한 법률이 필요한 실정이다. 대포차는 주인이 없는 차량이다 보니 범죄에 많이 이용되고 있다. 그들은(범죄자) 대포폰, 대포통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다른 수사를 할 때도 수사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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