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당한 ‘학생1인시위’ 왜?


 

신입생 O/T에서 소송중인 구 재단 비방… 학생 반발 사건
학교 행태 반발하는 학생 기자회견, 학교측 총학 통해 저지

정부로부터 사립대학재단에 파견된 임시이사들이 학교재단의 정식이사를 선임한 일을 두고 벌어진 사학 자율성 침해논란. 강원도 원주시 상지대학교를 둘러싸고 지금까지 13년간 진행중인 대표적인 사학 사건이다. 이곳은 지금도 구 재단과 현 재단의 팽팽한 신경전 속에 ‘주인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사안 자체가 워낙 큰 데다 1·2심 판결마저 엇갈리게 나온 상황이어서 대법원의 최종 결론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치의 양보 없는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는 논란의 핵심지인 상지대학교에서 지난 3월 8일 경상대학 경영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학생 박수영(40세·남) 씨가 ‘나홀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학교 측과 총학생회 학생들은 학생 박 씨의 기자회견을 힘으로 저지했다. 박 씨는 이 기자회견을 통해 상지대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합리적인 실태를 고발하고자 했었다. 이 ‘작은 사건’이 기자의 주목을 끈 것은 이 곳 대학을 둘러싼 ‘주인논란’과 맞물리며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사건 현장으로 찾아가 그 내막을 취재했다.

사학의 자율성 침해 논란에 휩싸이며 치열한 법정소송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지대학교 사건’. 이 학교는 학내 분규 등으로 지난 13여년 동안 정부가 파견한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돼왔다. 그러다 몇 해 전 임시이사들이 정식이사를 선임하자 전직 이사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1·2 심의 판결이 엇갈리며, 논란이 확산돼 온 만큼 대법원은 공개변론을 통해 최종 판단을 위한 여론 수렴에 나선 상태. 핵심 쟁점은 ‘구 사립학교법상 정부가 사학법인에 파견한 임시이사가 정식이사를 뽑을 권한이 있느냐’ 여부다.

구 재단 전직이사 측은 “이 같은 권한까지 인정될 경우 학교 운영권이 제3자에게 넘어가는 등 사학의 자율성이 크게 침해될 수 있다”며 대법원에서도 고등법원과 같이 ‘임시이사가 정식이사를 뽑을 권한이 없다’는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자회견 하면 제적”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 이사진과 구 이사진 사이의 긴장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한 상태. 이러한 상황 속에 재학생 중 한 학생이 학교를 상대로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 회견의 주제는 ‘상지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의 잘못된 점에 대한 견해 발표’였다. 하지만 학교 측은 “학교에 허가 없이 학교 내부에서 학생 마음대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을 허용 할 수 없다”며 학교 내부에서 학생과 언론의 접촉을 무마시키고자 했다.

정확한 내막을 알기 위해 지난 8일 오후 2시경 원주 상지대학교 부근에서 이번 사건의 주인공인 박수영 씨를 만났다. 박 씨의 나이는 40세, 늦깎이 대학생이다.
그는 “지난해 3학년으로 편입, 1년 간 학교 생활을 하며 상지대학교가 민주대학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며 “현재 교수·교직원·학생으로 구성된 하나의 학교가 아니라는 것에 할 말은 해야겠기에 이런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자신있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박 씨는 “현재 우리학교의 재단 논쟁을 떠나 학생이 학교를 향해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학점의 노예인 일반 학생이 학교를 상대로 이렇게 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며 “하지만 ‘불의는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언론을 향해 물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 학생은 “김문기 재단, 나는 잘 모른다. 하지만 누가 학교의 주인이 되던 학교가 잘 돌아가야 할 것인데 우리는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며 “지금 우리 학교는 독재 아닌 독재를 하고 있고, 그것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부터 주입식 교육으로 세뇌시키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 “나는 학교의 부정·비리 등을 파해지고 싶지는 않다”며 “지금의 이사장도 존중한다. 하지만 일부 집권세력이 학교를 장악하면 과연 우리는 학교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겠는가. 또 지금 솔직히 학교의 주인이라기 보다는 객식구가 들어와 있는 것 아니냐”고 학교를 향한 불만을 토로했다.

박 씨에 따르면, 학교 측은 이번 기자회견을 정상적으로 갖지 못하도록 방해했을 뿐 아니라 박 씨에게 제적 조치를 할 수도 있다는 통보를 하기도 했다.

김문기 기획 작품?

박 씨의 입장만 놓고 본다면, 학교 측은 학교를 향해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려 했던 한 학생의 입을 틀어막은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학교 측의 입장은 박 씨와 많이 달랐다.

기자는 학생 박 씨와의 인터뷰를 마친 뒤, 같은 날 오후 4시경 상지대학교 학생처를 찾아 갔다. 학생처 조성덕 과장은 이번 ‘박수영 학생 기자회견’과 관련 “학생이 전혀 학교 측과 협의 없이 막무간으로 진행했다”며 “적어도 학교 측에 어떠한 내용으로 언제, 어디서 할 것인지 말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당연히 학교 입장에서는 기자회견이라는 것에 대해 제재 할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학교가 직접 나선 것은 아니고 총학생회 등을 통해 기자회견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조 과장은 이어 “시기적으로 좋지 못한 데다 학생이 개인적인 것인지, 솔직히 누구의 사주를 받고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지 않느냐”는 말까지 했다. ‘소송 맞상대’의 핵심 인물격인 상지대학교법인 설립자인 김문기 씨를 염두에 둔 말이라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학교법인 사무국 측 역시 “이번 기자회견을 한 학생이 김문기 씨 쪽과 연결이 돼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왜냐하면 박수영 학생이 기자회견을 열고자 할 당시 현장에 김문기 씨 쪽 관계자를 몇 명 본 사람이 있다”고 했다. 박수영 씨의 기자회견을 김문기 씨 쪽에서 기획했을 것이란 확신이 묻어난 말투였다.

“대법원판결에 신경 안 쓴다”

상지대학교는 ‘임시이사의 정식이사 임명’ 논란과 관련 법정공방 심판대에 올라있어 정치쟁점 가운데 하나인 사학법 개정안과도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 그렇다 보니 최종 결론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지사. 이러한 가운데 한 학생의 ‘투쟁 아닌 투쟁’으로 다시 한번 ‘상지대학교 사건’이 재조명되는 계기를 맞았다.

“임시이사는 제한적 권한만을 행사 할 수 있는 만큼 설립자나 전 이사들과의 협의 없이 이뤄진 정식이사 선임은 무효”라는 게 학교재단 구 세력인 전직이사들의 기본 입장이다.
반면 현재의 이사진인 임시이사 측에선 “학교법인은 사유재산의 개념이 아니며 사립학교의 설립 취지는 정관과 법령에 따를 뿐 특정인에 의해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관한 판결은 1심에서 “옛 이사들의 임기는 이미 끝났으므로 이를 다툴 이익이 없다”며 소송을 각하 했다. 현 이사들의 승리였다.
그러나 2심에서는 “임시 이사회의 결의는 학교법인의 지배구조를 변경해 ‘사학의 공립화’를 초래하고 학교법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란 판결이 나왔다. 1심 판결이 뒤집힌 것이다.

지금까지의 판결에 관해 원주대학 법인 사무국 측은 “1심은 ‘자격이 없다’ 2심은 ‘자격이 있다’라고 판결된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무국 측은 ‘대법원 판결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이유에 대해 “지금 현재 우리 학교는 지극히 정상적인 운영방침을 통해 나날이 발전해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무국 측은 또 “학교의 예산은 1년 내내 학교의 홈페이지를 통해 학교 학생 누구나 확인이 가능하도록 공개하고 있다”며 학교 운영의 떳떳함을 강조했다.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지대학교 사건의 경우는 옛 사립학교법 내용을 놓고 벌어진 소송이지만 개정된 사학법에 대해서도 비슷한 취지의 위헌소송이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다. 이 사건의 대법원 최종 판결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명선 기자 lms9420@naver.com

‘이유 있는 항쟁’ 상지대학교 박수영 학생
“사학 비리의 종합선물세트”

등록금 내고 다니는 학교에서 자유 발언권은 당연한 것
민주대학이라 외치는 상지대에서 말도 안 되는 교육논리

기자는 지난 8일 상지대학교 부근에서 학교를 상대로 투쟁을 펼치고 있는 상지대학교 경상대학 경영학과 4학년 재학 중인 박수영(40·남) 씨와 만났다. 박 씨는 “재단이사장이 월 300만원 씩 (챙겨) 사재로 돌리고 있다. 들은 이야기지만 확실한 것이다. 과연 이것이 말이 되느냐”며 나름의 이유 있는 항쟁에 들어갔다. 재단 이사장의 ‘사재 축적 이야기’를 학교 현 재단법인 사무국장에게 확인해 본 결과 “월급이 나가는 것은 불법이지만 판공비 즉 업무추진비 등으로 지출되는 것은 있다”며 “이것은 불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수영 씨와의 일문일답.

-혼자 기자회견을 열었나.
▲그렇다.

-기자회견은 어떻게 진행됐나.
▲기자회견 전날인 3월 7일부터 학교 관계자와 교수 또 총학생회 등 여러 곳곳에서 전화가 와서 진행하지 말라고 말했다. 또 진행해도 막을 것이라고도 했다. 역시나 최초 진행 장소에서 쫓겨나다 시피 된 후에 복도에서 어렵게 자리를 마련했는데, 총학생회 학생들과 체육과 학생들이 제재하는 바람에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이와 같은 항쟁을 하는 동기는.
▲내 돈 내고 내가 다니는 대학에서 할 말을 못하는 것이 말이 되나. 나는 할 말은 하고 산다. 학교에서 학생에게 흑백논리를 적용해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막는 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또 자기(현 재단)들이 다 맞는다는 식의 교육내용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어떤 식의 교육방법을 펼치는가.
▲이번 오리엔테이션을 예로 들겠다. 2007학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2월 21일부터 23일까지 2박3일 동안 있었다. 속초 실내체육관, 낙산 프레야콘도, e-콘도텔 일정으로 크게 이뤄졌다. 이 행사는 학생 부담 1억800만원(신입생 4만5,000원, 재학생 3만5,000원), 학교지원금 수천만원 등 기타 업체들의 물품 지원을 합치면 대략 2억원이 넘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행사였다. 여기까지 좋다 이거다. ‘새내기 배움터’인 오리엔테이션에서 2억원이 넘는 막대한 돈을 투자해 가르친다는 것이 ‘소송 중인 재단을 비방하는 교육장’이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어떻게 비방했나.
▲2,600명의 신입생 및 재학생이 참석하고, 김성훈 총장 및 보직교수 20여명이 신입생들의 대학생활을 안내하는 자리에서, 소송 중에 있는 구 재단을 비방하고 김문기 전 이사장을 호도하는 영상물을 방영하고, 자료집을 배부 한 것은 신입생들을 교육시켜 재단 분쟁의 도구로 이용하기 위한 교육장이 되었음이 자명해 보였다.

-학교 측 입장은 어떠한가.
▲학교 당국에서 자료집 내용이나 김문기 측 구 재단 관련 동영상 등 학생들이 자체 제작해 모르겠다는 말은 있을 수 없는 말이다. 행사장에는 김성훈 총장이 참석해 환영사를 했고, 20여명의 보직교수와 선배동문이 참석했기 때문이다.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는 교육연구기관이다. 학생들 자치활동에는 모두 지도교수가 있고, 학교 교칙에 준해 모든 간행물은 학교의 허가를 받아야 출간 및 배포를 할 수 있다. 모른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혼자 진행한 내용인가.
▲그렇다. 뭐 시기적으로 ‘현 재단이, 구 재단이…’ 등 말이 많지만 나는 민주대학이라고 외치는 상지대학교에서 말도 안 되는 교육논리를 펼치고 있다는 것이 어이가 없다.

-어떠한 부분이 그러한가.
▲솔직히 지금 있는 사람들이 ‘객식구’ 아닌가. 또 쉽게 표현해 빈대가 득실거리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것도 크게 상관없다. 다만, 우리 학교를 ‘사학비리의 종합선물 세트’라고 하지 않는가. 지금의 교육을 지적하면 구 재단이 들어온다. 구 재단이 어쩌고 지금 현 재단이 어쩌고…. 과연 이것이 대학생들의 교육방법이란 말인가.

-학교의 부정·부패를 말하고 싶은 것인가.
▲아니다. 말 그대로 부정과 부패 그리고 비리는 쉽게 표현해 ‘물이 고이면 썩는 것’처럼 다 썩게 돼있다. 나는 그런 것까지 파헤치고 싶지 않다. 다만, 올바른 교육문화를 외치는 것일 뿐이다. 학교에서 말하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과 구 재단과 현 재단 가운데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우리가 판단하는 것이지 세뇌시키는 교육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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