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마리 중 500만원짜리 고작 1마리”


 

▲ 사행성 실내 낚시터 내부 전경. 수조 안에는 지느러미에 세자릿 수 번호표를 단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다.

경찰 단속 기간, 업주에겐 대청소하고 물고기 바꾸는 ‘임시 휴일’
물고기 지느러미 번호표와 전광판 번호 일치 최고 500만원 지급

최근 잡은 물고기에 번호표를 부착해 당첨 즉시 고액의 경품이나 현금으로 바꿔주는 사행성 실내낚시터가 활개를 치고 있다. 지난해 ‘바다이야기’ 등 성인오락실이 철퇴를 맞은 후 대도시를 중심으로 실내낚시터가 신종 사행성 게임장으로 돌변했다. 사행성 게임 행위가 낚시터까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어 ‘제2의 바다이야기’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내낚시터가 신·변종 사행성 도박 영업으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며 검·경찰의 단속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비웃는 듯 나날이 늘어나는 ‘신장개업’ 실내낚시터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기자는 지난 2월 27일과 3월 1일 양일 간에 걸쳐 서울·경기 지역에 위치한 실내낚시터의 현 실태를 알아봤다. 또 그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 그리고 그 곳에 빠져든 사람들에 대해 취재했다.

다이야기’로 대표되는 사행성 게임 등에 대한 단속 이후 요즘 경품 낚시라는 신·변종 불법 사행성 낚시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 신종 낚시터는 전국적으로 체인망을 갖춰 하루에도 수십 곳씩 생겨나며 사행성 조장의 주범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바다이야기 이후 사행성 게임에 대한 집중 단속과 관련 법 개정으로 게임장 운영이 어렵던 업주들은 신종 실내낚시터 불법영업장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사행성 실내낚시터들은 잉어·붕어 등 수백마리의 물고기를 수조에 풀어놓는다. 그곳은 시간당 일정한 금액(대략 5만원)의 입장료를 받으며, 경품이 걸린 특정 고유번호의 물고기를 잡으면 직원이 바로 확인한 후 수백만원 상당의 당첨 된 현금을 지급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또한 업주들이 손님들의 사행성을 더욱 조장하기 위해 이벤트 형식으로 추가 시간 또는 경품을 걸기 일쑤다.

이처럼 신종 도박 낚시터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단속 처벌 규정이 없어 경찰들의 단속은 속수무책이다. 더군다나 가끔씩 하는 경찰의 단속은 업주들 입장에서 내부수리나 수조 안에 물을 가는 등의 시간으로 이용되고, 업주들은 단속이 끝남과 무섭게 재 오픈을 하며 더욱 요란하게 활개치고 있다.

‘문 잠긴 낚시터’

기자는 지난 2월 27일 오후 2시 경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 위치한 A 실내낚시터를 찾았다. 그곳은 요즘 장사가 잘 되기로 소문난 곳이었다. 하지만 ‘오는 날이 장날’인지 A 낚시터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이에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B 낚시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이 곳 실정도 마찬가지였다. 그 후 화곡동과 인근 동네를 돌아보며 주변에서 5개 정도의 실내낚시터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모두 문을 굳게 닫은 상황이었다. 날씨가 많이 풀려서인지 길가에는 사람들이 많았고, 인근 주민들 중에는 사행성 실내낚시터를 찾아 방황하는 사람도 있었다.

오후 5시 경 화곡동 뒷골목에 문이 닫힌 실내낚시터 간판을 찍으려 할 때 허름한 옷차림의 3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행인 다가와 “여기 문 언제 여나”라고 기자에게 물었다. 이 행인은 동네 주민인 듯 보였다. 이에 기자는 “잘 모른다”며 “혹시 이곳(인어 OOO)에 가 본적 있냐”고 묻자 그 행인은 “지난주에 가봤는데…. 요즘 왜 문을 안 열지”라고 혼자 중얼거리며 뒤돌아갔다.

이 행인을 따라갔다. 행인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이곳을 이용했으며 사람들이 꽤 많았고 거의 24시간 영업이라고 보면 된다. 그는 “갑자기 설 지나고 문을 안 열어서 답답하다”며 한숨을 내 쉬었다. 그는 이미 사행성 낚시에 중독 돼있는 듯 보였다. 이어 “그곳에 투자한 돈은 대략 300만원 정도다”며 “(사행성) 낚시를 시작할 당시에는 돈맛 좀 봤는데 요즘은 영 안 맞네”라며 푸념 섞인 불만을 토로했다.

사행성 실내낚시터의 간판은 ‘인어 OOO’ ‘붕어 OOO’ ‘OO 피쉬’ 등 물고기와 연결 된 이름을 언급하였고, 대부분 간판 아래 ‘실내낚시터’라는 조그만 표기가 돼 있을 뿐이었다. 굳게 문이 닫힌 사행성 실내낚시터 인근 주민들에게 영업여부를 확인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근래에는 문을 열지 안는다”며 “가끔씩 이렇게 몇 일 동안 문을 열지 않을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단속 때문에 ‘임시휴업’

저녁 7시 경, 서울 강서구 신월동 부근의 한 낚시터 간판에 불이 들어왔다. 무작정 그곳을 향해 들어갔다. 입장료는 1만원. 사람이 별로 없었다. 기자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을 봐도 사행성을 불러일으킬 만한 것이 없어 업주에게 물었다. “이곳은 경품이 없나”라고 묻자 업주는 “우리는 일반 낚시터인데 돈 따러 온 것이면 입장료 환불해 주겠다”며 자주 듣는 질문인 듯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입장료를 환불해 줬다.

서울 인근 지역 사행성 실내낚시터가 강화단속 기간이라 문을 열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판단돼 장소를 경기도 부천을 옮겼다. 부천역·소사역 부근을 돌아보다 원종동 방면의 불켜진 ‘붕어 OOO’을 찾을 수 있었다. 그때 시간, 밤 11시 30분 경. 지하에 위치한 그곳을 향해 들어가려 했으나 업주로 보이는 20대 중반의 남성이 문을 잠그고 있었다.

기자는 “영업 안 하나요”라고 묻자 “그 사내는 단속기간이라 지금 아마 한 군데도 문 열고 있는 곳이 없을 것이다”라며 “그사이에 우리는 물 갈고 물고기도 새로 다 교체했으니 3월 1일날 와라. 지금은 다들 겸사겸사 임시휴업이다”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이어 “여기는 잘 터지나요”라고 기자가 묻자 그는 “(3월) 1일날 꼭 와라. 이벤트도 크게 한다”며 “우리는 좀 잘 터지는 편이다. 그 날은 더 잘 잡힐 것이다”라고 짧은 시간동안 호객행위 아닌 호객행위를 자연스럽게 했다.

기자는 업주의 증언과 주변 상황을 토대로 3월 1일 사행성 실내낚시터를 잠입 취재하기로 결정했다.

사행 낚시터 떳떳하게 등장

지난 3월 1일 오후 1시 경. 부천 원종동에 위치한 ‘붕어 OOO’을 다시 찾았다. 하지만 이곳은 요란스럽던 업주의 말과는 다르게 문이 열려 있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부천 인근을 쥐잡듯이 뒤지기 시작했다. 2시간 정도 지났을까, 부천 외각에 걸려있는 현수막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것은 바로 기자가 찾던 사행성 실내낚시터 개장안내 현수막이었다.

그곳으로 바로 향했다. 위치는 부천 원정사거리를 조금 지나 큰길 바로 옆 골목에 자리잡고 있었다.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커다란 풍선이 휘날리며 대단한 무엇인가가 생긴 것처럼 동네를 떠들썩하게 하며, 지난 가는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곳의 상호는 ‘OO 피쉬’였다.

이 곳은 사행성 불법 실내낚시터가 개장을 할 때 얼마나 떳떳한 모습으로 등장하는지 보여주는 현 실태였다. 또 행사장 주변에는 조직폭력배와 같이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덩치 좋은 남자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3월 1일 ‘신장개업’

기자는 오후 3시경 ‘손님’으로 그곳에 들어갔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을씨년스러우면서 습한 기운을 느꼈다. 업장 안으로 들어서자 직원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낚시하러 오셨어요”라며 자리를 안내했다.

뻥 뚫린 지하에 커다란 수조가 있고, 그 안에서 수백마리의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수조를 둘러 싼 좌석은 약 20여개 정도. 업소 안에는 이미 8명의 손님들이 있었고, 직원은 4∼5명 정도였다. 우선 기자는 손님 3명이 나란히 앉은 옆자리에 앉았다. 물론 자리는 손님이 선택할 수 있다.

자리잡은 기자에게 직원이 다가와 “선불입니다”라며 입장료를 먼저 받아갔다. 입장료는 1시간에 5만원. 그 후 직원이 갖다 준 것은 낚싯대와 미끼 그리고 뜰채였다.
자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전광판. 보는 방법은 간단했다. 전광판에 표시 돼있는 숫자와 잡은 물고기 지느러미에 부착돼 있는 숫자가 일치하면 현금을 주는 것이다. 전광판의 숫자는 대략 100번대부터 800번대까지 표기돼 있었다.

낚시를 시작했다. 기자가 처음에 잘 잡지 못하고 허둥거리자 옆자리에 앉은 30대 정도의 남자 손님이 방법을 설명해줬다. 그에게 “고기가 잘 잡히나”라고 묻자 그 남자는 “오늘 개장해서 그런지 잘 잡힌다”며 “찌를 잘 보고 있다 느낌이 오면 한번에 ‘휙’ 낚아라”고 설명했다.

주변 여기저기서 물고기를 손쉽게 낚아 올렸다. 물고기 지느러미에 옷 핀을 이용해 번호표를 달아놨다. 여기저기서 “370번이요” “298번입니다” 등 외치는 소리가 들렸고, 고기를 낚는 즉시 직원들이 달려가 번호표를 확인했다.

기자 건너편 쪽 수조 안에 물고기가 밀집돼 있었다. 건너편이 명당자리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 자리에서 낚시하는 20대 후반의 남자가 ‘깡패’라는 것을 증명하듯 그 주변에는 일명 ‘똘마니’들 4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조용하고 어두운 낚시터가 자신의 집이라도 된 냥 “고기 잡았다” “몇 번 됐냐” 등 자신의 ‘똘마니’들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그 모습이 참 볼썽사나웠다.

낚시질을 시작한지 어느덧 1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 기자는 물고기를 약 20여마리 정도 낚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물고기는 잘 잡혔다. 헌데 이게 웬일인가. 전광판의 숫자와는 전혀 상관없는 숫자만 나오는 것이 아닌가. 다만, 그 사이 업장에서 진행한 ‘빤짝 이벤트’인 ‘홀수를 잡으면 시간 10분 연장이라는 것’에 5마리가 당첨돼 1시간 정도 무료로 더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을 뿐이다.

총 2시간 동안 낚시를 하는 시간은 정말 눈 깜짝 할 사이에 지나갔다. 그동안 잡은 고기는 무려 35마리. 하지만 끝까지 1만원짜리 당첨 물고기도 나타나지 않았다. 기자가 ‘OO 피쉬’ 낚시터에 2시간 가량 상주해있는 동안 최고 금액의 당첨자는 3만원이었을 뿐.
‘OO 피쉬’ 직원에 따르면, (1일) 오늘 아침에 대박이 한번 터졌다. 금액은 100만원짜리였다. 이번 개장을 하면서 고기가 많이 잘 잡혀 금세 소문이 퍼지고 있다.

사행성 실내낚시터를 찾는 이들은 이미 ‘사행성 도박에 빠져있는 사람’ ‘대박을 꿈꾸는 사람’ 들로 가득했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남자 손님은 “개인적으로 바디이야기보다 훨씬 흥미롭다”며 “(바다이야기처럼) 가만히 지켜만 보고 막연하게 기다리는 것이 아니고 내 손으로 직접 움직이다 보니 불건전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경찰 단속 ‘속수무책’

이미 전국 곳곳에 포진돼 있는 사행성 실내낚시터를 단속하고 있는 경찰 관계자는 “실내낚시터는 대부분이 자유업이기 때문에 증인과 증거가 꼭 있어야 되니까 법 적용이 매우 난해한 문제”라며 “현재는 우연에 의한 승자와 패자가 없는 이상 도박개장보다 사행행위특별법상 무허가 경품업 위반으로 보는 게 대세”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 관계자는 “그렇지만 이것들이(낚시터)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어 단속은 계속 진행 할 것이다”며 “이러한 도박들은 작게는 가정, 크게는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불러들인다”고 설명했다.

이명선 기자 lms9420@naver.com

실내낚시터 ‘OO 피쉬’당첨 전광판

등수 상금 당첨번호
1등 500 891
2등 300 743, 325
3등 200 157,611,808
4등 100 558,317,451,671
5등 70 367,628,606,811,207,
6등 50 824,621,415,746,327,557,617
7등 10 342,427,526,667,451,146,755,
438,610,507,264,517,672,308
8등 5 612,585,732,109,614,417,557,621,415,774
574,234,156,487,452,631,407,512,217,433
9등 3 547,617,451,477,457,243,561,874,524,341,470,215,712
248,612,451,764,271,575,176,457,681,473,598,872,137
10등 1 145,754,514,747,574,342,571,558,284,152,678,524,642,803,427
198,437,253,714,702,840,267,175,706,331,527,437,450,752,679



신종 사행성 불법 실내낚시터 대표 인터뷰

“이곳에 빠져들면 큰 일 난다”

다음은 지난 3월 1일 불법 실내낚시터를 신장개업 한 김태식(가명·50대중반) 사장과의 대화내용이다. 그에게 ‘고기 잡는 법을 알려달라’고 접근, 약 30여분간 실내낚시터에서의 낚시법과 실내낚시터 운영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수조 안에 물고기가 몇 마리나 있나.
▲약 800여마리가 있다.

-전광판의 숫자는 언제 바뀌나.
▲한 시간 정도의 간격으로 바뀐다. (기자가 확인한 결과 2시간 동안 숫자의 변화는 5등부터 10등까지만 있었다)

-오늘 처음 개장하는 것인가.
▲(웃으면서) 이 장소에서는 처음하는 것이다. 이곳은 우리 아들이 운영할 것이다.

-최고 금액이 얼마까지 터지나.
▲걸어 논 상금 1등은 전광판에 있듯 500만원. 돈 버는 사람들은 꽤 많이 잡아간다. (기자를 향해) 손맛 좀 느껴보고, 많이 잡아서 많이 벌어가라.

-경품은 돈으로만 주나.
▲우리는 현금으로 준다. 8∼10등 정도 손님들은 돈보다는 시간으로 대체를 많이 한다. 10등은 10분 그 위는 5분씩 더 주기 때문에 대박을 노리는 사람들일수록 적은 당첨금보다는 시간으로 많이 이용한다.

-사장은 1시간에 몇 마리 잡나.
▲오늘 아침에 시험삼아 해보니 한 30마리는 넘게 잡은 것 같다.

-영업시간은. 손님이 언제 가장 많은가.
▲우리는 24시간이다. 심야시간에 손님이 젤 많다. 그때는 이벤트도 많이 한다.

-무슨 이벤트.
▲오늘은 워낙 고기가 잘 잡혀서 하지 않지만, 원래는 전광판에 없는 숫자의 물고기를 잡으면 마리당 5,000원씩 쳐준다. 또 무게 별로 경품을 지급하기 때문에 많이 잡는 사람이 ‘장땡’이다.

-사장이 생각하는 실내낚시터의 매력은.
▲(속삭이듯) 이 곳에 빠지면 안 된다. 그냥 처음 왔다니까 하는 말이지만 재미난다고 생각하고 즐기기만 해라. 너무 빠져들면 큰일난다. 이 곳을 온 사람들은 두 종류다. ‘손맛을 본
사람’ ‘궁금해서 오는 사람’. (이야기 도중 기자가 고기를 낚아 올리자) 번호를 직원도 보지만 전광판의 번호는 직접 자신의 눈으로 확인해라.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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