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것만으로 아이들의 어휘량이 늘어나고 청소년의 비행까지 예방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참여율이 높은 IT 산업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세 끼 집밥을 고수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확산일로를 치달은 외식문화는 우리의 일상에 이미 익숙하고 깊게 자리 잡았다. 물론 밖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 일상이 된 것이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졸업식에나 자장면을 맛볼 수 있었다는 것을 젊은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이제는 밖에서 음식을 먹는 일에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지 않는다.
반찬도 마땅치 않고 귀찮기도 할 때 배달을 시키거나 집에 들어가는 길에 한 그릇 해결하면 그뿐이다. 중, 고생들도 돈 몇 푼 쥐여주면 싫은 내색 없이 친구들과 떡볶이 집으로 달려간다. 외식문화의 천국인 홍콩 따라잡기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요식업 종사자가 100만을 넘는다는 통계만 보더라도 외식문화는 이제 우리 사회에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체 무엇을 먹고 다니는 것인가. 밖에서 외식하던, 가정에서 식탁에 앉던, 중요한 것은 올바른 섭생이다. 건강해야 공부던, 원하는 일이던 할 수 있으며 그 건강의 원천은 식생활에서 나온다는 명제로 곰곰이 생각해 보자.
식자재로 쓰이는 수 만 가지 재료들은 차치하고 기본적으로 쓰이는 음식 소재 몇 가지를 살펴보자. 먼저 음식 간을 맞추는데 빠져서는 안 될 소금이 있다. 얼마나 귀했던지 월급을 소금으로 받던 시절이 있었고 결국 셀러리가 소금의 어원이 되었음을 우리는 잘 안다. 그리고 동, 식물을 망라한 기름, 즉 유지가 있다. 물론 식물성 기름에 수소를 첨가하여 만들어낸 변성지방도 포함된다. 이 밖에 한약방의 감초처럼 설탕과 조미료가 빠질 수 없으며 맨 마지막에 밀가루가 제왕처럼 등장한다. 필자는 이들을 외식 자재 오 총사라 명명하기로 했다. 이 다섯 가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밀가루를 제외하면 눈엔 잘 띄지 않지만, 음식의 맛을 내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재료들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설탕, 소금, 조미료는 그 중 한 가지가 빠지거나 적으면 음식 화음이 삐거덕 거릴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전혀 들어가지 않아도 개의치 않고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식당을 하는 A란 사람이 고객들의 건강을 위하여 이것들을 줄이려는 노력을 한다 치자. 아마도 그 A의 식당은 문전성시를 이루는 대박 맛집에 포함되기는 힘들 것이다. 건강한 음식을 만들고자 노력했을 뿐인데 고객들의 냉대를 받는다는 것은 이미 우리의 입맛이 자극적이며 기름지고 달콤한 맛에 푹 빠져있단 방증이 된다. 식당 주인의 노력에 고객들이 “그 집 음식 맛없어”란 반응으로 화답할 뿐이다. 좋은 식자재와 조리방법으로 진정한 음식 맛을 내는 양심식당이 우리 주위에 존재하기 어려운 이유는 결국 우리의 입맛에 달렸다. 이 다섯 가지 재료들의 공통점은 또 있다. 과연 그것은 무엇인지 다음 호에 계속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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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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