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이전·증설지역 외국인 성매매 기승 실태

모텔로 찾아오는 ‘여관발이’나 ‘노래방도우미’ 형태로 성매매
브로커에 발묶인 외국인여성들 어쩔 수 없는 성매매 악순환

최근 미군기지 증설, 이전과 관련해 해당지역은 땅 값이 치솟는 등 경제적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서울 용산구의 경우 미군기지 이전에 따라 용산민족공원개발, 한남뉴타운개발 등의 영향으로 땅값이 0.79% 올랐다. 미군기지 증설 및 이전은 땅값 변화 외에, 국내의 성매매 문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기도, 서울 시내 기지촌주변 일대의 미군들을 상대로 영업을 해오던 대부분 업소의 외국인 여성들이 국내 남성들을 상대로 한 불법성매매 행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미군부대 이전, 증설에 따라 서울, 경기도권의 유흥가 밀집지역으로 자리를 옮겨 성매매를 일삼고 있다. 하지만 행정당국은 성매매 외국인 여성에 대해 실태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군부대 이전 지역은 외국여성에 대한 인권침해 피해와 질병확산 등에 무풍지대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월 22일 오후 11시 30분께 수원시 영통동, 인계동 유흥가 일대에서 일명 ‘삐끼’(호객꾼)들이 취객을 상대로 ‘러시아, 필리핀 여성들이 있다’며 은밀하게 성매매 제안을 해왔다.
이들과의 만남은 2가지로 이뤄진다. 중간브로커와 가격을 흥정한 후 인근 모텔에서 방을 예약한 뒤 20∼30분을 기다리면 20대 외국인 여성이 모텔로 찾아오는 ‘여관발이’와 유흥주점에서 노래방 도우미처럼 들어와 접대 뒤 성매매를 하는 방식이다.

호객꾼 K 씨는 “러시아, 필리핀여성과 10∼20만원에 성관계를 할 수 있다”며 “손님의 취향에 따라 여관발이식과 노래방 도우미식으로 외국인들과 놀 수 있다”고 말했다.
또 23일 오후 11시께 홍대 M 클럽 등 2곳과 이태원 일대의 클럽들에서도 수원지역 삐끼들처럼 외국여성과 성매매를 알선하는 중간브로커들이 성행하고 있었다.

클럽을 자주 다니는 남궁모(29·서울시 송파구) 씨는 “불과 1∼2년전 만 해도 외국인 여성들이 직접 호객을 하며 성매매를 제안했다”며 “하지만 요즈음은 단속이 심해 인터넷채팅이나 친분이 있는 중간 브로커들과 전화연락을 취해 외국인 여성과의 성매매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돈줄 끊겨 ‘너도나도 성매매’

지난 24일 오후 8시께 찾아간 동두천시 보산동 미군기지촌 일대는 클럽들이 즐비하고 음악소리만 요란할 뿐 주말 오후시간임에도 이곳을 찾은 미군병사는 20여명에 불과했다.
또 기지촌 내 30여 개의 클럽 안에도 한 가게 당 3∼4명의 미군들과 손님을 기다리는 반라의 필리핀 여성들이 전부였다. 같은 날 오후 10시께 찾은 도내 미군기지촌인 의정부시 가능동, 고산동 일대에도 사정은 마찬가지.  

의정부, 동두천 기지촌 일대 상인 연합회 측에 따르면, 도내 미군기지의 이전·증설과 성매매특별법 등으로 의정부, 동두천, 파주 등 도내 미군기지촌 인근 클럽에는 미군손님의 발길이 예전에 비해 반으로 줄었다.

또 대부분 업소들이 손님이 없어 가게문을 닫거나 매출이 40% 이상 감소했다. 이로 인해 필리핀 여성 등 외국인 여성들에게 임금을 주기도 어려운 실정에 일할 곳을 잃은 외국인 여성들이 돈을 벌기 위해 서울 등 도시 근교 유흥가로 빠져나가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국인 여성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불법체류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연합회 관계자는 “외국인여성 성매매를 알선했던 중간브로커들이 외국인 여성들은 대다수가 밀입국한 불법체류자나 기지촌 클럽 등지에서 나온 불법체류자”라고 밝혔다.

동두천에 온 지 3개월째인 앤드리(24·필리핀·여) 씨는 “미군부대이전과 성매매금지 등의 영향으로 손님이 없어 일하던 업소가 문을 닫거나 돈벌이가 안 돼 서울 근교나 외지로 이동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돈을 벌기 위해 매니저 허락 없이 클럽에서 외지로 나가면 자동으로 불법체류자가 돼 성매매 외의 다른 일은 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기지촌, 필리핀 여성 판쳐

동두천시 특수관광협회와 출입국관리국에 따르면, 현재 도내 미군부대 기지촌주변에서 생활하며 클럽 등 업소에서 일하는 외국인 여성의 90% 이상은 필리핀여성이고 나머지는 10%가 러시아, 중국(조선족),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국적의 여성으로 구성돼 있다.

클럽여성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필리핀 여성의 경우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있는 기획사와 계약을 해 가수나 무용수 명목으로 E6비자(예술흥행비자)를 발급 받은 뒤 체류기간 1년 동안 클럽에서 접대부로 일하거나 관광비자로 입국해 기한을 연장해준다는 조건으로 중간브로커와 연계해 음지에서 활동한다.

중간브로커를 통해 파악한 필리핀 여성 한 명이 국내로 유입 시 드는 비용은 1만달러(900만원 가량)이다. 중간브로커들은 이 여성들이 한국행을 위해 비자나 여권, 소개비등으로 들어간 금액을 선불금 명목으로 외국인 여성들의 임금에서 빼내가고 있다. 때문에 여성들이 성매매를 벌이는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이들의 한달 급여는 기획사를 거쳐 400∼500달러(40만∼50만원),10달러짜리 음료수나 술을 손님이 사게 하면 2달러 정도를 수당으로 받는다.
이 같은 임금체계에서 미군부대이전의 영향으로 영업이 안 돼 일자리를 잃은 외국인 여성들은 성매매로까지 이어지는 위험한 곡예를 벌일 수밖에 없다.

권영은 기자 kye30901@naver.com

“음지화 돼 조사 어렵다”
기지촌 많은 경기도, ‘대책 없어’

경기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경기도내 미군부대 기지촌 인근 성매매 외국인여성들의 실태조사나 지원책이 전혀 없는 상태다.

지난 2004년 9월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뒤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도내 외국인 성매매여성에 대한 1차례 실태조사(도내 외국인 성매매 여성 496명 필리핀 385명, 러시아 11명)를 벌였다. 그러나 이조차도 인력과 예산부족, 음성적인 실태 파악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정확한 실태 파악이 이뤄지지 않아 구체적인 지원책은 마련되지 못했다.

경기도는 “지난 2004년 이후에도 외국인 여성들의 언어적 문제, 생계문제 외에도 임금체불, 여권압류 등 인권침해요소 등을 도내 의정부 두레방, 파주 쉬고 등 4군데 현장상담센터를 통해 대략적인 실태파악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조차도 “정확치 않은 자료를 이유로 지원책 마련은 어려운 실정”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외국인 성매매여성에 대한 실태는 음지화 돼 조사가 어렵고 실태파악이 안 돼 구체적인 지원책 역시 마련이 어려웠다”며 “올해 상반기에는 실태조사를 해 도차원 또는 중앙정부차원에서 지원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말뿐이다.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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