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 설킨 ‘연속 복수극’


 

처남 살인교사 장 씨, 처남 살해 실패하자 “돈 지급 못해”
“돈 안주면 직접 받는다” 경찰사칭 한 청부살인업자들의 만행

지난 1월 30일 대전에서 경찰관을 사칭한 3인조 괴한들이 40대 사업가 장모(46) 씨를 납치·감금·고문·폭행 한 뒤 현금 등 4,100만원 상당을 강취, 또 목숨을 담보로 20억원 상당의 무기명 채권을 빼앗으려한 사건이 발생했다. 자영업을 하는 피해자는 괴한들에게 10여 시간을 넘게 차량으로 감금된 채 끌려 다녔지만 기지를 발휘해 다음날 새벽 5시경 경찰에 신고한 뒤 다행히 큰 화를 면했다. 이 사건으로 대전 둔산경찰서 강력3팀은 납치범 윤모(42) 씨 외 4명 중 3명을 검거 구속하고 나머지 2명에 대해 긴급수배령을 내렸다. 그 후 밝혀진 내막은 단순 납치사건이 아니었다. 피해자 장 씨를 납치한 괴한들은 살인청부업자들로 장 씨에게 의뢰 받았던 청부사건에 대한 댓가를 챙기기 위해 이 같은 짓을 저지른 것이 추가로 밝혀졌다. 이에 경찰은 살인교사 혐의로 장 씨를 추적하고 있다. 사건 내막을 알아봤다.

지난 2월 1일 대전 둔산경찰서 강력3팀에 따르면, 지난 1월 30일 오후 6시 30분 경 대전시 유성구 반석동 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장 씨가 3인조로 보이는 괴한들에게 납치됐다.
이 괴한들은 자신의 차에서 내리는 장 씨에게 다가와 “경찰이다”며 갑자기 수갑을 채워 괴한들의 차량에 감금한 뒤 폭행과 고문을 일삼으며 금품을 강탈했다.

이때 장 씨는 “금고에 증서 등 금품이 더 있으니 사무실로 가자”고 자신의 아파트 근처에 있는 사무실로 이들을 유인했다. 사무실에 들어서기 직전 장 씨는 “무인경비장치를 해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괴한들에게 “등뒤에 채워져 있는 수갑을 앞으로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괴한들은 수갑의 위치를 장 씨가 원하는 데로 옮겨줬다. 이때 사무실에 들어선 장 씨, 순간 괴한들을 밀치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근 후 경찰에 신고했다.

자기 꾀에 넘어가

신고시간은 납치 이튿날인 31일 오전 5시경. 장 씨는 납치 10여 시간만에 기지를 발휘해 경찰들로부터 구출됐다. 이에 경찰은 퇴근 시간인 저녁대를 이용해 집 앞에서 기다린 점 등을 노린 것으로 추정, 면식범일 가능성을 포함해 탐문수사를 벌였고, 검거 된 범인 3명 외에도 일행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장 씨가 피해 신고 당시부터 범인들에 대해서 무엇인가를 알고 있으면서 진술을 꺼려하고,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에 초점을 맞췄다”며 “이면적으로 금번 범행을 계획한 공범들과 피해자간에 말못할 사연이 있어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치밀한 범행 수법을 사용한 피의자들을 검거하는 과정에 난관이 있었지만 끈질긴 잠복근무로 피의자를 검거했다”며 “검거 된 범인은 일체 범행을 부인하다 우리가 증거자료에 의해 추궁을 하자 결국 자백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범인이 자백한 내용은 단순한 경찰사칭의 납치사건이 아니었다. 이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 3월, 납치 됐던 당사자 장 씨가 자신의 처남(부인의 오빠) 한모(52) 씨에 대해 살인청부업자를 통해 살인교사 했다. 이때 장 씨가 의뢰했던 사람은 장 씨의 오랜 측근이다. 이 측근은 자신의 인맥을 통해 금번 납치사건을 교사한 윤 씨 외 3명을 모아 범행을 준비했다.

퍽치기 실패 때문에…

장 씨는 지난해 3월 경 전 부인 한모(50) 씨와 재산문제 및 이혼당시 위자료 문제 등으로 20억원을 준 것에 대해 억울해 했다. 또 사실을 알고 보니 부인의 배후에는 처남이 있었다. 처남이 뒤에서 조정한 것을 안 장 씨는 불타는 복수심에 살인교사를 한 것이다. 범행이 성공할 경우 장 씨는 1억원 이상의 돈을 지불하기로 약속했다.

그 후 살인청부업자 일당은 장 씨의 처남을 살해하는 방법으로 일명 ‘퍽치기’를 선택했다.
범인 일당은 치밀한 계획 후 범행을 실행한 것은 지난해 8월 31일. 처남 한 씨가 운영하는 오락실에 찾아간 일당. 그들은 오락실 주변을 맴돌며 한 씨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밤 11시경 한 씨가 오락실 밖으로 나오자 범인들은 한 씨의 머리부분을 준비해간 쇠파이프로 가격해 ‘퍽치기’를 위장한 살해를 시도했다.

예상대로라면 쇠파이프를 맞은 후 그 자리에 쓰러져야하는데 한 씨는 순간 비틀거리더니 갑자기 도주해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그 후 장 씨는 범행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돈을 지불하지 않았다. 이에 청부살인업자 일행은 복수를 하고 돈을 받기 위해 장 씨를 납치한 것이다.

사건의 정황이 다 밝혀진 후 경찰은 피해자로 알고 있던 장 씨가 살인교사의 주범인 피의자로 드러나 추가로 검거하기 위해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수배 및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또 장 씨를 검거키 위해 급파 추적 중에 있으며, 검거한 후 살인교사죄 등으로 구속수사 할 예정이다.
이명선 기자 lms9420@naver.com


[박스]
5개월 합숙, 완벽 범죄 추구한 범인 일당
경찰사칭 ‘식은 죽 먹기’

경찰사칭을 통해 벌어진 납치사건의 주인공 장 씨. 사건의 진실이 들춰지면서 장 씨를 납치한 범인 일당은 그가 교사한 청부살인업자들이었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범인 일당의 행동대장급인 피의자 윤모(42) 씨는 특수강도 5범의 전과자. 또 함께 범행을 저지른 김모 씨·오모 씨·손모 씨 등 3명 역시 40대 초반의 특수강도범이며 당시 도박판을 전전긍긍하며 다니던 이들이다.

또한 특수강도 공범 등으로 복역한 범인 윤 씨, 김 씨, 오 씨 등은 2004년도 충북지역에서 가짜 경찰 신분증을 이용해 경찰관을 사칭하며, 단속을 빙자해 상품권을 빼앗아 달아나는 등의 범행을 일삼기도 했다.

유사 범죄가 있던 이들은 지난해 8월 장 씨가 의뢰한 살인교사사건이 실패로 돌아가 돈을 받지 못했다. 그 후 2개월이 지난 10월경부터 장 씨에게 복수하기 위해 대전 유천동의 허름한 여관방을 구해 합숙에 들어갔다.

이들은 장 씨에 대한 정보와 범행에 필요한 대포 차량과 수갑을 구입 후 납치·감금 할 장소와 시간에 대한 사전 답사 및 여행연습 등 치밀한 범행 계획을 도모했다. 또 범행지시, 범행차량운전, 경찰관 사칭 납치 조로 역할 분담하며, 피해자를 납치한 후 금품을 갈취하기로 했다. 범인 일당은 범죄 관련 영화를 밑바탕 삼아 충분한 알리바이를 만든 후 고난위도의 기법을 사용해 완전 범죄를 추구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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