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사 대학생 다단계회원, 무려 90%”


 

대학생만 노리며 연 39% 학자금 대출 유도해 물품구입비로…
‘3개월 후 월 1,000만원 번다’ 선전에 대학생들 속속 넘어가

한동안 사회 문제로 이슈화 됐던 대학생 다단계 피해 사례가 또다시 기승을 부리며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다. 학자금 대출까지 받아가며 다단계 업체의 제품을 구입한 뒤 반품과 환불 등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대학생들이 우후죽순 늘고 있다. 최근에는 경락마사지·헬스클럽·영어회화 등의 상품들이 등장하며 대학생들을 유혹한다. ‘대학 입학 후 학비가 없어 아르바이트하는 학생’과 ‘대학 졸업 후 거친 취업난 문제로 청년실업자 되는 학생’의 발목을 붙잡는 ‘대학생 다단계’. 이곳에서 일어나는 생생한 경험 피해사례들을 알아봤다.

다단계 피해자들은 대개 주변 측근들을 통해 다단계 업체들을 접하게 된다. 피해자들 가운데는 20대 젊은 층들이 급증하고 있어 더욱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사회의 밑거름이 돼야하는 청년들이 취업난에 허덕이고, 돈 문제에 시달리다 보니 ‘쉽게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속설을 믿으며 다단계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아는 사람이…, 친한 사람이…’ 일자리·아르바이트 자리를 소개 시켜준다는 말만 믿고 덥석 발을 들여놓는 다단계의 실태. 그 속에서 대학생들만 노리는 악덕 다단계업체들. 합법적인 영업행위를 하곤 있지만 이면에서 벌어지는 피해가 우리 사회를 어지럽히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매년 늘어나는 청년실업 문제와 맞물리면서 20대 젊은 청년들을 ‘다단계 피해’로 끌어들인다.

다단계 판매에 의한 피해는 특정 연령, 특정인에게 한정된 것만은 아니다. 상당수의 대학생들 역시 학비를 벌기 위해 다단계 판매에 뛰어들었다가 감당할 수 없는 큰 피해를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보름만에 수수료 80만원 갈취

다단계 업체로부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경기도 수원의 OO대학에 재학 중인 최미라(가명·22) 씨. 그는 “사이비 종교에 사람들이 왜 빠지는지 알았다”며 “처음 교육장에 들어간 사람 중의 반은 이미 다단계를 하는 사람이었고, 3일차 교육을 다 들으면 거의 다단계에 발을 들인다”고 말했다. 또 교육 중 업체관련 사람들은 “다단계가 아니고 ‘네트워크 마케팅’이다”고 쉴새없이 세뇌시킨다.

지난 12월 겨울 방학이 시작 될 때쯤 잘 아는 측근을 통해 A 다단계 업체에 발을 들인 최 씨. 그는 3일간의 다단계 교육을 맞힌 후 돈을 좀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로 모아둔 종자돈을 털어 물품을 구입했다.

그 물품은 A 다단계에서 판매하는 화장품·생활용품·맞춤형 속옷 등이다. 물품을 구입한지 보름정도 지난 후 최 씨는 다시 생각해보니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 판단돼 A 업체에 환불을 요구했다. 그러나 A 업체 측은 포장지 훼손과 구매기간이 너무 오래 됐다는 이유로 최 씨가 구입한 총 380만원의 물품대금에서 수수료 80만원을 제외한 300만원만 환불해줬다.

또 다른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수진(가명·21) 씨는 현재 서울 소재의 대학 2년 재학 중이다. 이 씨는 “‘금방 2,000만원 벌 수 있다’는 말을 믿고 회사(다단계)에서 대학생만 해주는 학자금 대출로 300만원을 빌렸다”며 “그 후 300만원 전액 물품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두 달이 지난 어느 날 이 씨는 보관하고 있던 물품들이 감당이 되지 않아 업체에 환불 요청을 했다.

이 씨에 따르면, 업체는 물품 구입 두 달이 지났다는 이유로 5%, 케이스가 없다고 10% 등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붙여가며 물품대금의 반액인 150만원만 환불 해줬다.

최 씨나 이 씨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 적지 않은 대학생 다단계 판매원들은 학자금 대출을 받아가며 영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심지어 “일부 다단계 업체들은 제 2금융권과 연계해 대학생 판매원들에게 학자금 대출을 권유한다”며 “연 이자율이 무려 39% 달한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다단계 나날이 호황

다단계 관련 일을 10여년 가까이 했다는 서울 중랑구 거주자 박모(32) 씨에 따르면, 요즘 다단계 회사중 대학생들을 불러모으는 B 다단계 업체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B 업체의 회원수는 최소 800명에서 1,200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90% 이상이 대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모든 다단계가 비슷하지만, B 업체의 경우 주로 대학생만 모집해 3일 동안 세뇌교육을 시킨다”며 “모집인들에게 ‘3개월만 지나면 월 1,000만원을 벌 수 있다’고 꼬드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 측의 말을 믿는 수백 명의 학생들에게 스스로 자신도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최근 다단계 관련 포털사이트의 게시판에는 C 업체와 관련해 피해를 입었다는 누리꾼들의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게시물의 내용인 즉 ‘동생이 학자금 대출 받아 C 사에 투자했다’ ‘3일 동안 강제 합숙했다’ 등 대부분 자신 또는 친구나 가족의 피해사례들이다.
이와 관련해 C 업체 측은 “우리는 법적으로 문제될 것을 최소화 한 회사”라며 피해사례들을 전면 부인했다.

C 업체의 한 관계자는 입사비 명목의 제품 구입과 구입비 마련을 위한 학자금 대출 알선 주장에 대해 “1만원짜리 녹차라떼 만 구입해도 물건을 판매할 수 있다”며 “학자금 대출 알선을 하지 않고 있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에 대학생 다단계 피해사례를 담당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는 나날이 급증하는 청년들 특히 대학생 관련 피해들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학생 다단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쉽지 만은 않다”며 “피해 학생들의 통계를 내는 것 역시 무리수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다단계 피해를 막기 위해 우선 해당 업체가 등록 업체인지를 꼼꼼히 확인하고, 등록 업체인 경우에도 실제 수당 지급 여부나 소비자 불만 처리 내역 등의 세부 정보를 확인한 뒤 가입 여부를 결정하라고 당부했다.
이명선 기자 lms9420@naver.com

[충격토로] 다단계에 낚인 대학생 3일간의 감금생활
“사이비종교처럼, 미친 듯 보였다”

“대화 안 돼, 신고하겠다고 깽판 부린 후 3일째 겨우 나와”
“매일 새벽 5시 기상 운동, 또 2인1조 동행, 마치면 합숙소”

지난 2월 22일 서울 강북구 수유리에 거주하고 있는 대학 3년의 최덕진(가명·24·남) 씨를 만나 그가 직접 경험한 ‘대학생 전문 불법 A 다단계 업체’에 대해 알아봤다. 그는 측근의 소개로 아르바이트인 줄 알고 따라갔다가 다단계업체 측에 붙잡혀 지옥 같은 3일 동안 감금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경험했다. 다음은 최 씨와의 일문일답.

-참여하게 된 시기와 동기는.
▲지난 1월 중순 경 고등학교 때 예뻐하던 후배한테서 연락이 왔다. 일산OO캠프 알바 자리가 있는데 급여도 좋고, 일 할 만 하다고 함께 하기를 권유했다. 또 캠프이기 때문에 14박 15일 동안 그쪽에서 숙식을 해야한다고 했다. 나는 방학기간이라 시간도 남고 심심하던 차에 함께 하기로 했다.

-후배와는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가.
▲내 동생처럼 나를 잘 따르고, 나도 참 많이 챙겨줬던 아이다. 순순하고 착한 아이였기 때문에 정말 좋은 자리가 생겨서 나한테 연락하거라 생각하고, 하나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통화 후 언제, 어디서 만났나.
▲바로 다음날 만났다. 장소는 잠실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만난 다음 어떻게 됐나.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라 무척 반가웠다. 우선 커피숍에 들어가 차를 한잔 마셨다. 헌데 그 동생의 얼굴빛이 예전과는 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애써 웃으며 나와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어디다 문자를 한참 보내더니, 갑자기 일어나서 가자고 했다.

-어디로 갔나.
▲처음엔 그냥 캠프장을 가는 줄 알고 아무 말 없이 나섰는데, 다른 곳을 향해 걷고 있었다. 역에서 한 30분 정도 걸었을 때쯤 한 건물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오늘은 여기서 캠프 관련 및 일정에 관해 교육이 있을거야’라며 ‘내가 말 잘해놨으니 오빠는 3층으로 올라가서 편하게 교육 잘 들어. 전화할께’라는 말을 남기고 휙 가버렸다.

-어떻게 했나.
▲좀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뭐 급한 일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대수롭기 않게 넘겼다. 그리곤 짐을 들고 3층으로 올랐다. 그곳엔 나와 비슷한 모습을 한 또래 애들과 알바를 하기엔 좀 나이 들어보는 사람들이 눈이 띄었다. 나 역시 3층에 캠프 아르바이트 왔다고 이야기하자 그곳에 있던 진행요원 같은 사람들이 과도한 친절로 나를 반갑게 맞이해 줬다.

-바로 교육을 시작했나.
▲아니다. 친절한 미소로 나를 반기던 사람 중 한 명이 나를 담당할거라고 하면서 나의 짐을 챙겨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들고 온 짐가방을 넘겨줬다. 그랬더니 강의실이라고 하면서 어느 사무실로 안내한 후 강의시간 동안은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다며 내 휴대폰을 가져갔다.

-그 다음은.
▲그리고 한 15명 정도 앉을 수 있는 강의실도 아닌 것이 사무실 같은 곳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사람들을 유심히 보니 나처럼 어리둥절하게 앉아 있거나 무엇인가 기대를 하고 맨 앞에 자리하려는 사람들, 아무튼 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자 진행요원들이 조용히 시키며 수업을 집중 할 수 있도록 경건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강의 내용은.
▲처음에 어떤 아저씨가 들어오더니 자신을 소개했다. 근데 순간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강의 주제가 캠프내용이 아니었다. 내가 좀 어리숙해서 그런지 그때까지도 ‘이게 뭔가’ 하고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자신을 A 회사 일개 직원이라고 말한 그 사람은 일단 언변이 되게 좋았다. 레크레이션 강사 갔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업무이야기 보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사람들을 웃게 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삶의 의욕을 잃고 세상이 자신을 버렸다고 느낄 때 이 A 회사에서 일하며, 자신의 삶을 되찾은 것 같다’고 마지막에 말했다.

-끝인가.
▲아니다. 그 사람이 약 1시간 좀 넘게 강의하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갖은 후 이번엔 어느 아주머니가 들어왔다. 좀 통통하니 푸근하게 생긴 아주머니 역시 말을 참 잘했다. 지루하지 않은 강의였다. 하지만 그 아주머니가 설명할 때서야 나는 이 곳이 어디인지를 알 수 있었다.

-어떤 내용 때문에.
▲재미나는 교육이었지만 그 안에 ‘우리는 다단계가 아니다’며 ‘우리는 네트워크 마케팅이다’라고 세뇌 아닌 세뇌교육을 시키고 있었다. 또 ‘자신들의 회사에 합당함과 얼마나 돈을 벌 수 있는지 또 대학생들과 직업이 없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이유, 실업자가 많은 요즘 이것보다 좋은 직업은 없다’는 이런 내용들이 강의에 주를 이루고 있었다.

-다단계인 것을 알고 어떻게 했나.
▲우선 나를 데리고 온 그 후배가 원망스럽기도 했고 반면 ‘아, 나도 이런 일을 당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도 머리를 스쳤다. 남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나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태어나서 처음 알았다. 당장 나가고 싶었지만 그래도 후배 얼굴이 있으니 강의가 끝나면 집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강의 끝나고 바로 나왔나.
▲아니다. 강의가 끝나고 몸만 나가는 것이 아니고 가방을 챙겨서 나가야하는데 가방을 받아서 챙긴 사람과 내 가방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 몇몇 진행요원한테 물어보자 친절하게 ‘오후에 다시 들어오니 잠시만 기다리라’고 말했다. 더 웃긴 것은 하도 답답해서 담배 좀 사온다고 했더니 담배 뭐 피는지 물어보고, 진행요원이 직접 사다 줬다. 결국 밖에도 못나가게 하고 ‘나는 잡혔구나’ 생각했다. 그냥 멍하게 내 가방을 챙겨 줄 사람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 사람이 왔나.
▲안 왔다. 주변 사람들도 웅성웅성하기 시작했다. 나처럼 당한 사람들이겠지 하고 그냥 구석에 앉아 있었다. 잠시 후 모두 퇴근하면 된다고 하기에 ‘아, 살았다’를 외치는 순간 합숙장소로 이동한다는 것이 아닌가. 난 그냥 나가겠다고 말해야하는데 그 틈을 주지도 않고 일사천리로 진행요원 두 명에 오늘 온 참가자 한 명과 조가 되어 함께 움직였다. 그리곤 근처 허름한 주택가로 옮겨졌다. 그 안에서 다같이 합숙하는 것이라고 했다. 충격적이었다.

-강제 합숙이 된 것인가.
▲그렇게 된 것 아닌가. 내 의사를 묻지도 않고 자기들 마음대로 사람을 모르는 집에 넣고 밖에도 못나가게 하고….

-그 후는.
▲하루가 지날 때쯤 후배에 대한 배신과 나 자신의 부끄러운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고, 이 상황을 일단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찌되었든 새로운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매일 새벽 5시 기상에 운동하고 또 2인1조로 회사에 출근해 다단계의 특성과 상품들에 대해 조금씩 알려주고 저녁 되면 퇴근이라고 집(합숙소)에 데려다 주고 이렇게 이틀이 지났다.

-어떻게 했나.
▲그냥 ‘깽판’ 부리고 나오려다가 그래도 몇 일 있었고, 사람들이 참 잘해줬다. 거짓인지 가식인지는 모르지만. 그걸로 봤을 때 나는 인사는 하고 나와야 한다는 생각에 그래도 몇 일 동안 좀 친분이 생긴 직원에게 말했다. 난 이것을 할 의사가 없고 지금 돌아가고 싶다고. 그랬더니 그 직원은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교육은 끝까지 들어봐라’ ‘우리는 이렇다 저렇다’ 등.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고 하며 당장 가방을 갖고 오라고 했다.

-바로 나왔나.
▲난 정말이지 캠프에 참가할 마음이었고, 교육 때문에 가방과 휴대폰을 압수하는 것 역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이 할 짓이 못된다고 생각했다. 헌데 그 안에 같이 교육받던 사람들은 점점 빠져들며 꼭 사이비종교를 믿는 듯 한 조금은 미친 모습들을 보여줬다. 정중하게 나오고 싶었지만 대화가 하도 안돼서 신고하기 전에 당장 풀어달라고 ‘깽판’을 부린 후 3일째 날 겨우 나올 수 있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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