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기업의 브랜드 전략

‘안티카페’라는 것은 아마 이 글을 읽고있는 독자 여러분에게는 매우 생소한 용어일 것이다. 포털사이트에 ‘안티카페’를 검색해보면 아이돌 그룹 이름만 나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안티 팬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안티카페’라 부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안티카페’란 카페이긴 하지만 기존의 카페와 다른 컨셉의 카페다. 보통 우리는 카페라 하면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차가 준비되어 있는 대화공간으로만 생각한다. ‘안티카페’는 커피가 중심이 아닌 카페라는 공간이 중심이 된 새로운 형태의 문화현상이라고 보면 간략한 설명이 될 듯하다.

 

▲ 옥수동스케치북-크리스마스를 맞아 파티 행사로 모인 사람들

2015년 핫키워드 ‘안티카페’와 제3의 공간

‘안티카페’를 보다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 염두할 개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제3의 공간’이라는 개념이다.
제3의 공간이란 가정과 직장이라는 공간을 제외한 교통, 레저, 휴식 공간을 말한다. 가정을 제1의 공간, 직장을 제2의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데서 기인한 것인데, 말을 바꿔본다면 비즈니스를 준비하는 곳을 제1의 공간이라고 보고, 비즈니스를 실행하는 공간이 제2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쉼을 누리면서 창의력을 증대시키는 공간을 제3의 공간이라 한다.
창업과 관련해 자주 언급되는 ‘스타벅스’도 이런 제3의 공간의 개념에 일조하는 곳이다. ‘스타벅스’의 점포확장 전략에는 음악과 더불어 편안하고 안락한 공간 서비스가 있다. 그러다보니 ‘스타벅스’에는 커피를 즐기고 대화장소가 필요한 사람들 이외에도 개인적인 쉼을 누리는 공간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이들은 음악감상, 독서, 사색을 즐기면서 카페를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풍조를 만들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점차 스타벅스에는 작가, 디자이너 등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노트북을 들고 와 업무를 하는 공간으로도 활용하게 된 것이다. 이후 ‘코피스(Coffice: Coffee+Office)족’이라 불리는 창업형태가 등장하는데 일조하게 된다.

 

▲ 옥수동스케치북에서 공연중인 어쿠스틱밴드 '나뭇가지'

문화예술 놀이터의 실험

오늘의 주인공 ‘드림인컴퍼니’의 오로빈 대표는 이런 ‘제3의 공간’ 개념을 반영한 문화공간 비즈니스를 기획하게 되었다.
원래 아동복지를 위한 사회적기업을 꿈꾸면서 ‘탐스 슈즈’와 유사한 아이템을 생각하고 있었다. ‘꿈가방 프로젝트’라 이름 붙이고 가방을 사면 가방에 해당하는 장래희망을 가진 어린이들을 돕는 기부상품을 준비하게된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젊은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고 이들이 창의적인 활동을 하고 싶어한다는 데 착안하여 ‘문화예술 놀이터’라는 컨셉의 공간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창의적인 다양한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할 수 있으려면 넓고 저렴한 공간이 필수라고 생각하고 평수가 넓은 공간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옥수동에서 실평수 50평 규모의 넓은 지하공간을 찾게 되었다. 3호선과 중앙선이 교차하는 옥수역에서 50미터 거리이기에 꽤 괜찮은 공간이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이름을 따서 ‘빈 스페이스’라 명명하고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적 네트워크와 SNS를 활용하여 공간 비즈니스를 알리기 시작했다. 함께하는 동료들의 재능을 모아 ‘사진 놀이터’, ‘미술 놀이터’, ‘연극 놀이터’ 등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했다.
인연이 닿게 된 사람들이 ‘빈 스페이스’를 찾기 시작했다. 방문한 사람들은 아기자기한 느낌의 넓은 공간을 보고 탄성을 질렀다. 뭔가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환상에 빠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과는 달리 여기서 무엇을 해야할 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제휴와 공간 이용을 모색했지만 대관 형식의 모임공간으로만 활용될 뿐 뚜렷한 활동이 시작되지 않았다.
오로빈 대표 스스로 “‘빈 스페이스’라 이름 붙였는데 정말로 텅 ‘빈’ 스페이스가 될 줄 몰랐다”고 말할 정도로 문화예술 놀이터로서의 실험은 좋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제2의 창업-카페 ‘옥수동 스케치북’

그러던 중 오로빈 대표는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던 시절의 학교 근처 카페에서의 추억을 떠올리게 되었다. 미국 대학가 주변에는 주민들이 버려둔 의자와 탁자를 모아 만든 허름한 카페들이 있는데, 학생들이 그런 공간에 모여 공부를 하거나 교제를 나누고 간단한 식사도 한다는 것에 착안하여 ‘빈 스페이스’를 아지트 컨셉의 카페공간으로 변신시키게 된다.
철학자 사르트르가 말했다는 명언, ‘카페는 자유를 향한 길이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재오픈하자 이전 ’빈 스페이스‘ 때와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이 공간을 찾아오기 시작했다.
옥수역 고가 밑에서 길거리 공연을 하던 어쿠스틱 밴드가 이곳에서 라이브를 하겠다고 찾아온 것을 시작으로 1인극, 즉석 판소리, 동화책 낭송, 사진전 등 카페를 이용해 문화행사를 해보고 싶어하는 이들과 함께하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카페로 변신하고 나서야 문화예술 놀이터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또한 이런 행사들은 카페 ‘옥수동 스케치북’을 알리는 방법이 되어주었다. 행사를 주관하는 이들이 개별홍보를 하며 외부로부터 사람들을 유입시키는 역할을 했고, 유입된 사람들은 SNS를 통해 자신이 참여한 문화이벤트와 카페를 알리기 시작했다.
물론 지역사회 주민들도 새로운 컨셉의 카페가 생기자 찾아오기 시작했다. 인근에 옥정초등학교가 있어 학부모들은 아이를 데려가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에 카페를 찾았다. 엄마들끼리 커피 한 잔 하며 대화하는 동안, 학교를 파한 아이들이 하나 둘 카페로 엄마를 찾아온다. 엄마들끼리 이야기가 길어져도 상관없다. 어린이들은 다른 테이블에서 보드게임을 하며 즐겁게 놀 수 있기 때문이다.

 

 ‘옥수동 스케치북’은  5천원의 이용료를 내고 카페를 떠날 때까지 마음껏 놀고 마시고 쉬다가 갈 수 있는 공간이다.

왁자지껄, 떠들썩한 무한창의공간

카페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품격 인테리어로 치장된 격식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카페는 조용한 장소, 담소하기에 적합한 공간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사실 ‘옥수동 스케치북’은 처음부터 문화예술 놀이터지 새롭게 대두되는 ‘안티카페’를 염두하고 시작한 공간은 아니었지만, 기존의 카페와는 확연히 다른 점이 있다는 것 때문에 점점 더 ‘안티카페’의 길을 가게 된다.
그래서 처음부터 커피와 음료서비스는 커피를 즐긴다기 보다는 공간을 사용한다는 개념으로 정착되었다. 이용자들은 5천원의 이용료를 내고 카페를 떠날 때까지 마음껏 놀고 마시고 쉬다가 갈 수 있게 했다. 처음 방문할 때는 커피 값이 비싸다는 생각을 했지만, 무한리필로 제공되는 드립커피와 보드게임, 서가에 꽂힌 책들에 파묻혀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인상깊은 카페라는 인식을 하게 되고 하나 둘 단골이 되기 시작했다. 기타를 튕기며 젬베를 치며 노래를 불러도 전혀 민폐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박수를 받고 다함께 노래 한 곡 부를 수 있는 카페가 몇이나 될까?
안티카페 ‘옥수동 스케치북’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회로 이어진다.
컬럼리스트 윤준식 (ventureman@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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