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성폭행사건' 기막힌 검거 내막

범인에 고발당한 경찰이 ‘덕분에’ 범인 검거한 특이한 경우
강간하려던 여성 헬멧에 묻은 혈흔이 검거의 결정적 실마리

경기도 양평경찰서는 지난 1월 26일, 2004년 11월 말에 벌어졌던 강간미수사건의 용의자(최 모씨.49)를 2년여만에 검거했다. 자칫 미궁 속에 빠질 뻔했던 ‘연쇄상습성폭행범’은 DNA검사로 검거됐다. 경찰은 지난 2년여 동안 용의자 체포에 전력을 투구했지만, 정작 용의자 검거의 실마리는 엉뚱한 곳에서 찾았다는 후문이다. 본지는 양평경찰서를 찾아가 당시 사건 담당형사로부터 사건의 전말과 추적 과정에 대해 알아봤다.


경기도 양평경찰서는 지난 1월 26일 2년 전 벌어졌던 강간미수 사건의 범인을 DNA검사로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검거된 최모(49) 씨는 지난 2004년 11월 말 양평에서 인적이 드문 노상을 지나던 S 씨(52)를 성폭행 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양평이 주근거지인 그는 양평일대를 중심으로 범행을 저질러 왔으며 지금까지 밝혀진 피해여성만 6명에 달한다. 경찰은 범인의 범행 수법이 지난 2003년 개봉됐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11월 28일 최 씨는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서 범행대상을 물색하던 중 자신의 오토바이로 밤 8시께 귀가하던 한 여성을 발견했다. 이 여성이 잠시 주행을 멈추자 그는 뒤에서 목을 감싼 뒤, 순식간에 둔기로 여성의 머리를 내려쳤다.

하지만 그가 범행을 저지르려던 순간, 근처를 지나던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이 등장했고, 이에 놀란 그는 범행을 멈추고 도주했다. 미수에 그쳤던 바로 그 강간미수사건이었다. 현장에서 남은 것이라곤 사건 당시 피해자가 완강히 저항할 때 피해자의 헬멧에 묻은 범인의 혈액뿐이었다.

사건 다음날 피해자는 경찰에 피해사실을 신고했고 범인의 혈액이 묻은 헬멧을 증거물로 제출했다. 경찰은 곧 혈흔을 국립과학수사원에 의뢰, 범인의 DNA 확보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 2년 동안 대조할만한 DNA데이터가 없어 사건은 계속 미궁 속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2년 후, 사건 해결의 실마리는 엉뚱한 곳에서 잡혔다.

담당 경찰 9명 고소한 범인

지난 2000년 강간·강간미수혐의로 실형 4년을 선고받은 최 씨. 그는 당시 사건을 담당하던 담당관 9명에 앙심을 품고 “경찰이 자신을 담뱃불로 지졌다”며 ‘독직폭행’으로 경찰 9명 모두 고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9명 전원무죄’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최 씨는 “억울하다”며 ‘재정신청’으로 다시 9명의 경관을 고소했다. 그 중 8명은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나머지 1명에 대해서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경찰들 기억엔 최 씨는 ‘악질’로 남아있었다.
최 씨와 아직 법정공방 중인 A 경관에게 문득 잊고있던 사건 하나가 머릿속을 스쳐지나 갔다. 미궁에 빠졌던 2004년 11월의 강간미수 사건 범인의 수법과 최 씨의 강간범행수법이 상당히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A 경관은 지난 2004년 미결된 사건파일을 다시 들췄다. A 경관은 최 씨가 미수 사건의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확신을 가졌다. A 경관은 최 씨의 DNA를 대조하기 위해 기회를 엿봤고, 최 씨가 무심코 노상에 버린 담배꽁초를 증거로 잡았다.
2000년 당시 증거자료로 남긴 DNA와 최 씨의 DNA를 국과수가 대조한 결과, ‘동일인물’로 나타났다. 2년여 동안 미궁에 빠졌던 강간미수사건의 범인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A 경관은 지난 1월 26일 ‘독직폭행’건으로 3회 심리에 출석해 재판이 끝나고 돌아가는 최 씨를 붙잡았다. A 경관은 “최 씨가 (경찰들을 독직폭행으로) 고소하지 않았더라면 그냥 묻힐 뻔했다”며 “제 꾀에 제가 넘어간 격”이라고 말했다.
한편, 구속된 최 씨는 “DNA검사 결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현재 범행일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권영은 기자 kye30901@naver.com


“강간 도중 자기 흉기에 찔려 입원하기도”
[미니인터뷰] 성폭행전문 범인 붙잡은 A 경관

자칫 미궁에 빠질 뻔했던 강간미수 사건의 용의자를 검거한 양평경찰서 소속 A 경관을 만나 용의자와 검거 상황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다음은 A 경관과의 일문일답.

- 용의자 최 씨는 동종범행으로 전과 6범인데 계획된 범행 아닌가.
▲경찰이라도 그 속내까지는 알 수 없는 노릇. 그렇지만 대부분 성범죄는 습관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통상적. 이런 경우 징역보다는 병원에 입원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성도착증’이 아닐까 싶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여자는 강간해야 맛있다”는 비정상적인 발언은 우리를 충분히 경악케 만들었다.

- 양평판 ‘살인의 추억’ 같은 분위기다.
▲그렇다.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범인은 밤늦게 혼자 귀가하는 여성을 한적한 논길에서 성범죄를 저질렀다. 이 경우는 다행히 끔찍한 살인은 없었지만 논길에 숨어 범행대상을 물색하고 범행을 저지른 수법은 그 영화와 비슷하다고 본다.

- 2000년 4월, 어떤 사건이었나.
▲한적한 시골의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범행을 위해 대상을 물색하던 중, 버스에서 내리는 40대 여성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 다행히 미수에 그쳤지만 당시 피해여성이 최 씨 친구 부인으로 밝혀져 충격적이었다. 그 외에도 여성택시운전사, 여고생, 20대 여성 등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었다.

- 피해여성이 가해자가 된 사건.
▲최 씨가 원주서 도주생활 할 당시. 21세 피해여성이 발생했다. 그 때 역시 실형을 받은 그는 도리어 이 여성을 ‘무고죄’로 고소했고 당시 법정을 오가던 그녀는 남의 시선이 두려워 더 이상 법정에 출석하지 못했다. 결국 최 씨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 도주 생활, 어떻게, 얼마나 했나.
▲최 씨는 공사장 인부로 지역을 옮겨가며 생활이 자유로웠다. 과거 97년 피해자가 여고생이었던 사건은 흉기로 피해여성을 제압하다 되려 흉기를 빼앗겨 최 씨가 병원서 치료받던 중 도주해 7년 동안 종적을 감췄었다. 원주, 천안서도 도주생활 했던 걸로 안다.

- 최 씨, 동거녀가 있다던데.
▲한 조선족 여성이 종종 면회를 오는데 ‘부인’이라 했다. 알고 보니 최 씨와 6개월 간 동거를 한 사이더라.

- 성범죄자들은 범행대상 어떻게 물색하나.
▲성범죄자들은 여성을 탐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다. 소위 얼짱, 몸짱만을 노리는 것이 아니다. 최근 벌어지는 범죄 성향을 보면 알겠지만 연령, 외모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 적으로 범죄를 저지른다. 초등학생을 범행대상으로 삼던 한 범인의 피해자 중엔 남학생도 포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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