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이젠 통제불능?


 

해외 서버 이용, 메일·댓글 등 회원모집… 적발 어려워
성인오락실 문닫는 사이 수면아래 내려 간 온라인 도박

최근 6개월 동안 성인 오락실 86%, 성인 PC방 98%가 폐업했거나 휴점 중이다. 겉모습만 보면 성인 오락실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요즘은 컴퓨터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 게임을 할 수 있는 사이버 시대. 도박은 인터넷 세상 속에서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사이버 도박판에선 한 시간에 수십, 수백만원의 판돈이 오가고 있다. 도박 사이트는 일반 거리에서 보던 성인 오락게임장 보다 손님을 끌기 수월할 뿐 아니라 경찰에 적발될 확률이 적다. 때문에 기세등등하게 활개치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사이버 도박에 대해 알아봤다.

정부는 최근 은밀하게 성행하고 있는 사이버 도박의 근절을 위해 24시간 감시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1월 24일 열린 국정현안조정회의, 국무총리, 법무부·문화관광부·정보통신부 장관, 경찰청장 등은 머리를 맞대고 사행성게임근절대책을 점검했다. 정부는 사행성 게임장이 지속적인 단속과 사행행위가 온라인 도박을 중심으로 은밀하게 확산될 징후가 있어 근절 대책을 마련해 추진키로 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대책이 사이버 세상에 퍼져있는 도박 문화를 잠재울 수 있을 지는 두고 볼 일인 것 같다. 도박 사이트들은 갖은 수단과 방법을 통해 성황리에 돈벌이를 하고 있다.

정부대책? 글쎄

활개치고 있는 사이버 도박판은 사행성의 대표 도박으로 불리는 바다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 사이버 도박은 컴퓨터만 있으면 집·직장 등 어디서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러다 보니 곳곳에서 도박에 따른 불화가 생긴다.

아내가 사행성 사이버 도박에 빠져 집을 나가거나, 남편이 사이버 도박으로 직장을 잃는 일도 쉽게 벌어진다. 또 사행성 사이버 도박에 중독된 부부가 이혼 위기에 빠지는 것 역시 너무 흔한 일이 됐다. 도박 문제 때문에 회사에서 쫓겨나는 직장인들도 적지 않다.

사이버 도박은 게임머니를 사고 파는 한도가 정해진 것이 없다보니 바다이야기는 ‘저리 가라’ 할 만큼 무서운 판돈이 움직인다. 한 시간에 수백만원이 오가는 인터넷 도박. 이것이 가정뿐 아니라 직장까지 위협하고 있다.

사이버 도박이 활개치는 것에 관련, 정보통신위원회 관계자는 “기존에 있던 사행성 도박사이트 서버가 국내에서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수사가 조금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도박을 하고 있는 사이트는 340여 곳 정도며, 이 사이트 모두 차단 요청을 한 상태다.

이어 관계자는 “아직까지 신종 도박이 발견 된 것은 없지만 기존 유지되고 있는 도박 종류들로도 충분히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하지만 변종 사이트들은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기존 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해 버리면 사이트 이름을 유사하게 변경한 후 다시 모습을 드러내 도박장 사이트를 개시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도박 등 유해사이트 모니터링 요원을 대폭 확충, 온라인 도박사이트를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한 시간에 수백만원… 흔한 일

지금까지 온라인 도박사이트 검거건수는 2005년 277건에서 2006년 338건으로 늘어났으며 사이트 차단도 지난해 9월 246건에서 12월에는 342건으로 증가했다. 바다이야기 사건 이후 수면 아래로 이동한 사행성 도박사이트가 크게 급증한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이들의 홍보 방법은 인터넷을 통해 댓글·블로그·스팸메일 등을 활용하거나 휴대폰에 스팸 문자를 보내는 형식을 사용하고 있다.
국가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불법 사행성 게임물. 이 중 인터넷 세상의 도박은 근본적으로 해외에서 움직이는 서버들을 많기 때문에 국내에서 잡아내기란 쉽지 않다. 가장 간단하고 좋은 방법은 국민이 접속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일 터.

정보통신위원회 관계자는 “해외에서 움직이는 것(서버)을 막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도박사이트로 인한 피해사례를 알리고, 서버를 최선을 다해 없애는 것이 가장 급한 과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게임산업법안 중 이번 3월 통과 예정 인 ‘사이버머니를 거래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법안 안이 통과가 된 다면 수사가 좀 더 수월하게 진행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명선 기자 lms9420@naver.com


못말리는 가족 도박 사업단
도박 가족의 ‘패가망신 스토리’

중국에서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서 국내 회원 2만 여명을 모집해 판돈 135억원 규모의 사이버 도박을 알선한 일당이 지난 1월 26일 경찰에 적발됐다.

적발된 이들은 중국에서 장기 체류하며 홍콩 소재에 도박 서버를 개설, 2004년 4월경부터 국제 인터넷 도박사이트인 ‘A 게임’ 등 2곳을 운영했다. 국내에서 광고는 휴대폰 문자 메지를 활용해 회원 2만여 명을 모집했다. 이들은 포커·고스톱 등의 도박게임을 제공했다.

그 후 판돈 규모 8%를 수수료로 제외한 후 나머지 도박금액을 국내 21개 은행 대포통장 계좌로 송금해 주는 수법 등을 사용했다. 이와 같은 수법으로 인터넷 도박장을 개장한 중국 심천 거주 운영자 이모(50·남) 씨 등 5명을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통해 국제 공조 수사를 요청했다.

또 위 사이트를 이용해 상습적으로 도박행위를 벌인 대구에 살고 있는 국내 이용자 김모(43·의사) 씨 등 76명은 상습도박죄로 부산지방경찰청에 불구속 입건됐다.

위 도박사이트는 가족 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박사이트 운영 대표 이 씨와 김모(46) 씨는 2001년 7월 경 국내에서 ‘골든벨 OO’이라는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다 적발돼 처벌받은 전과 2범이다. 이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은밀히 운영해왔다.

특히, 피의자들은 모두 처남, 매부지간 등 친인척으로 처·자녀 등 가족 모두 중국으로 출국하는 등 주도면밀한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모두 중국에서 장기체류하며 인터넷 도박사이트 운영을 하면서 가족사업화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현금을 내걸고 행해지는 포커·고스톱 등의 인터넷 게임 역시 염연히 현행법을 위반한 범죄”라며 “범죄 행위자도 처벌을 받게 된다”고 도박사이트 사용 자제를 당부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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