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 건강칼럼] 골을 넣어야 하는 축구선수들만 시간이 아쉬운 게 아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도 천천히 소화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야 한다. 소화, 흡수가 잘되는 음식이 건강에 좋다고 하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섭취와 함께 혈당이 솟구치듯 올라간다는 음식은 어떻게 생각되는가. 혈당이 치솟은 만큼 인슐린도 빠른 속도로 다량 분비되어야 높아진 혈당을 떨어뜨릴 수 있다. 자동생명 조절장치인 항상성의 유지를 위해 우리 몸은 끊임없이 노력한다. 급격히 오르는 혈당을 잡기위해 인슐린 생성이 빨라지면 다음 단계는 당연히 저혈당이다. 신경이 날카로워지거나 무기력해지는 저혈당 증세가 발생하면 허기를 느낀 우리 몸은 음식을 섭취하라는 명령을 또 내린다.
인위적으로 만들어 소화, 흡수가 자연식에 비해 빠른 음식을 피하는 것이 다이어트의 핵심이다. 결국 체지방전환 호르몬인 인슐린을 많이 쓰는 식습관이 초고도 비만인들의 섭식패턴이라 할 수 있다. 맵시 있는 몸매로 민첩한 행동을 하기 위해 패스트푸드가 아닌 슬로 푸드를 먹어야 한다는 얘기다. 인슐린의 정상적인 활동을 방해하는 식습관을 제거하면 체지방을 없애고픈 우리에게 희망이 주어진다. 정제된 탄수화물의 대명사이며 흰 가루에 불과한 밀가루를 먹게 되면 허기나 영양 결핍에 시달리며 비만을 덤으로 얻게 된다. 그러나 일상에서 밀을 제거하면 건강을 지키면서 허리둘레도 줄일 수 있다. 물론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은 탄수화물이다.
다양한 건강상의 혜택을 얻으면서 동시에 영양이 풍부하고 배고픔이 없는 방법은 없을까. 많은 문제를 해결할 이 방법을 찾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필자의 밀가루 완벽하게 끊기 30일이 시작된 것이다. 밀가루가 포함된 음식을 피하기 위해 필자는 가공식품의 성분 분석표를 일일이 확인했다. 상당수의 가공식품에 밀가루가 포함되어 있었다. 가공식품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밀가루를 안먹을 재간이 없단 얘기다. 밀가루가 지배하는 식품산업속에 이미 우리는 갇혀 살고 있다. 면 생각이 날 때, 소위 면발이 땡길때 그 대안으로 찾은 쌀국수 조차 쌀이 아니었다. 쌀가루의 함량이 불과 15%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15퍼센트에 불과한 성분이 어떻게 그 제품의 전부인양 상표에 포함시켜 광고할 수 있는지 의문이 생겼다.
기름지고 달콤한 풍미를 뽐내는 튀김은 한 점도 먹을 수 없었다. 튀김옷 대부분이 밀가루 반죽이기 때문이다. 튀긴 닭을 먹을 때는 밀가루와 닭 껍질의 분리가 어려워 아예 살점만 먹어야 했다. 그렇다면 이토록 식품산업에 밀가루가 널리 쓰이는 이유는 대체 뭘까. 우선 과거 70년대로 돌아가 보자. 혼, 분식 운동이 범국가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쌀밥대신 보리나 밀을 먹자는 얘긴데 실제로 그 당시 국가는 개인 도시락의 쌀과 보리알 숫자를 통제할 정도였다. 초등학교에서는 분식유용론을 장황히 늘어 놓은 후 노란 통에 가득 담긴 빵을 교사가 나눠주곤 했다. 굉장히 맛이 없는 빵이었다. 집에 가져와서 밥위에 찌면 그나마 부드러워 먹을만 했다. 식량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기 위한 인위적 정책의 중심에서 밀가루는 자기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50년대 후반부터 연 100만명이 태어나는 아시아 빈국, 한국에서 기아와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국가는 개인의 식탁에 개입한 것이다.
몇 십 년 전의 국가는 개인의 식탁에 개입했지만 40여년이 지난 지금은 기업이 개인의 식탁을 지배하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필자의 초등학교 쌍둥이들은 식빵을 구워 우유에 적셔 먹고 있다. 빵 굽는 향기가 집안에 그윽하다. 밀가루를 아예 안 먹을 수 있을까. 30일간 밀가루를 완벽하게 끊어본 필자는 그 결심을 지켜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 그렇다면 우리를 힘들게 하는 밀가루는 대체 무엇이며 우리는 밀가루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있을까. 다음호에 더욱 상세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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