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비자 통과 성공률 ‘반타작’


 

▲ 기사와 무관한 사진임.

‘미국 성매매’ 노린 불법 위조비자 무더기 적발
재직·재학증명서·호적등본·통장 모조리 위조

2004년 9월 23일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단속이 강화되면서 해외로 진출하려는 유흥업소 여성들이 꾸준히 늘었다. 그 여파로 미국 내 한인 성매매업소가 기승을 부리며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최근 미국 유흥업소 진출을 위해 불법 비자를 발급 받은 여성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되면서 우려했던 문제가 현실로 드러났다. 불법비자가 해외 원정 성매매의 매개 역할을 해온 셈이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 12월 25일 유흥업소 여성 등 미국 비자 발급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김모(47) 씨를 구속했다. 또 주한 미 대사관에 위조서류를 제출한 박모(28·여) 씨 등 4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범인 김모 씨와 함께 각종 서류를 위조해 준 재미동포 정모(33) 씨와 국내 브로커 홍모(43) 씨의 행방을 미국 이민국과 공조해 쫓고 있다. 사건의 전모를 알아봤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국내에서 활동하기 어려웠던 성매매 여성들이 해외로 원정길을 떠나고 있다. 그 중 ‘미국 현지 브로커’와 ‘국내 브로커’를 통해 미국 불법 비자를 취득하는 형태로 부당행위를 한 이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서대문경찰서 수사과는 지난해 12월 25일, 위조한 미국 비자를 국내 의뢰인들에게 건네 수천만원을 챙긴 서대문구 홍제동의 김모(47) 씨를 공문서위조 혐의로 구속했다. 김 씨로부터 위조한 불법 비자를 구입한 의뢰인 박모(28·여) 씨 등 42명의 여성도 공문서 위조 동 행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범인 김 씨와 함께 손을 잡고 미국 현지에서 여성과 유흥업소를 연결해준 브로커와 공문서를 위조한 공범들을 추적 중에 있다. 그들은 미국현지브로커 재미동포 정모(33) 씨와 국내에서 브로커 활동을 하고 있는 홍모(34) 씨다.

브로커 일당

경찰 조사 결과 또 다른 국내 브로커 홍 씨가 서류 위조를 담당했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현지 브로커 정 씨가 미국 지역신문 광고를 통해 의뢰인을 모집해 홍 씨에게 소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거된 브로커 김 씨는 미국의 비자브로커 총책인 재미교포 정 씨로부터 홍 씨를 소개받았다. 김 씨는 홍 씨가 위조한 서류를 미 대사관에 접수하는 등 불법비자를 의뢰하는 여성과의 접촉 및 교육을 맡고 있었다.

범인 김 씨는 2004년 9월부터 최근까지 모두 500여명의 위조서류를 대사관에 접수시켰고, 그 중 240명이 비자를 취득해 출국시켰다. 김 씨는 불법비자 의뢰인 240명으로부터 별도로 1인당 20여만원을 받고 위조 비자를 건네 모두 7,2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했다.

또 김 씨에게 홍 씨를 소개해 준 ‘미국 현지 브로커’ 정 씨와 ‘국내 브로커’ 홍 씨는 1인당 400만원씩 모두 9억6,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의뢰한 500여 명에게 위조된 은행잔고증명서, 재직·재학증명서, 호적등본, 통장 사본 등을 구해주고 인터뷰 요령을 교육시켰다.

불법 비자를 발급 받은 한 여성은 “서류 달라는 것만 해주고 그쪽에서 다 알아서 해줬거든요. 인터뷰요령은 어떻게 하라는 대로 맞춰서 그렇게 준비해서 나갔죠”라고 말했다.
서대문경찰서 수사과에 따르면, 총책을 맡고 있던 ‘미국 현지 브로커’ 정 씨는 미국 지역신문에 ‘미국 비자 상담‘, ‘LA 유흥주점 취업 희망 여성’ 등의 광고를 냈다.

그는 광고를 보고 연락한 박 씨 등 42명의 여성들을 홍 씨와 연결시켜줬던 것으로 드러났다.

무너진 ‘아메리칸 드림’

불법 미국 비자를 취득해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간 여성들은 대다수 미국의 유흥업소 종사자들로 드러났다.

불법 비자를 의뢰한 사람들 역시 대부분 국내 유흥업소 여성 종업원들이었다. 비자 의뢰인 중에는 20·30대의 젊은 여성들이 가장 많았다. 이들은 미국 유흥업소에 취업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있었다.

비자를 받고 출국한 여성들 대다수는 뉴욕과 LA 한인촌 등지에 위치한 유흥업소에 취업해 성매매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통상부가 추정하는 미국내의 한인 성매매 종사자는 5,000여 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관련업소 종사자 여성들이 미국과 일본으로 계속 옮겨가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만 미국에서 약 200여 명의 한인 여성이 성매매를 하다 적발돼 100명 이상이 강제추방 당했다.

미국으로 불법 입국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비자 면제국가인 캐나다를 통해 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밀입국하는 방법. 둘째, 위조 서류로 미국 비자를 허위로 발급 받는 경우다.

브로커 일당들은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심리를 파악한 후, 후자의 방법으로 밀입국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미국 내에만 10개 이상의 여권 위조 조직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조사에서 브로커들이 위조서류를 대사관에 접수시킬 경우 약 45% 이상의 성공률로 비자를 받아 출국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매월 미 대사관에 위조서류로 적발되는 건수는 200건에 이른다. 이러한 브로커들의 활동이 한미간 비자면제 협정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명선 기자 lms9420@naver.com

미니인터뷰 서울 서대문경찰서 수사과 형사
“브로커, 알고 보니 전직 신문사 편집장”

-범인 김 씨는 브로커로써 경험이 많은가.
▲아니다. 2001년 9월부터 2004년 9월까지 부산 A신문사 편집장으로 있었다. 브로커는 어떻게 하다보니 알게된 형님으로부터 소개받아 시작하게 됐고 경력은 3년 정도 됐다.

-최초 불법 비자 의뢰인은 어떻게 생겨났나.
▲미국에서 광고가 먼저 나갔다. 지역신문을 통해 ‘미국 비자 상담‘, ‘LA 유흥주점에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 등의 광고를 보고 미국 현지에 있는 친구나 친지들의 소개로 미국 현지에서 정 씨가 접수를 받고 국내 브로커 홍 씨에게 연락을 해준다.

-그러면 바로 발급이 되나.
▲발급은 되지만 절차가 있다. 미국에서 접수받은 서류를 국내 브로커 홍 씨에게 전달하면 의뢰한 이와 만나 필요한 서류를 접수받고 다시 미국으로 보낸다. 그럼 미국에서 공문서 등 필요한 서류를 위조해 다시 한국으로 보내준다. 그 후 대사관에 접수하는 형식이다.

-아직 잡히지 않은 공범은 어떻게 되나.
▲국정원·미 이민국·미 대사관·FBI와 공조해 정 씨, 홍 씨 등 국내·외 브로커들의 행방을 쫓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민국 조사 요원들이 이번 달에 입국하여, 공조수사내용과 범인 강제송환 등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선>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