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앞세워야 대선 또 이긴다"


 

# 이인제·심대평이 못 잡은 ‘충청 맹주’, 기회는 정운찬에게
# ‘51 대 49’ 대선전쟁, 정운찬 앞세워 또 한번 충청효과 기대

범여권의 대권주자로 급부상 중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하지만 그는 “정치에는 정말 관심이 없다”며 최근 언론과의 접촉도 자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터져 나온 정 전 총장의 ‘충청권 중심’ 발언이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어 주목된다. 정 전 총장은 결국 정치무대에 나와 ‘킹’ 혹은 ‘킹메이커’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난 12월 26일 ‘재경 공주향우회’ 송년모임에 참석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정치권 입문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충남 공주가 고향인 그는 이날 “충청도는 나라 한가운데서 중심을 잡아왔다”며 “공주분들께 2007년은 특별한 한해가 되길 기대한다. 제가 미력하나마 공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고 그걸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다음 날 정 전 총장은 매우 곤혹스러워 했다. 그의 이런 발언이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면서 각 언론사들로부터 정치권 진입과 관련한 질문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정 전 총장은 타천으로 범여권 차기대권 주자에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며 대권도전설을 강하게 부정해왔다.

그의 이런 입장은 현재도 마찬가지다. 정 전 총장은 최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도 “나는 정치에 관심이 없고 대권 도전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은데 (언론과 정치권에서)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너무 언론들이 앞서가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확대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운찬 대권 카드설’은 계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얼마 전 송년 모임에서 나온 ‘충청권 중심’ 발언은 ‘정치무대 등장설’로 확산되고 있다. 결국 그는 자천타천으로 정치권에 진입해 대권과 관련한 특정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정치무대 등장설의 핵심이다.

# 킹이냐 킹메이커냐

특정한 역할이란 ‘대선출마’ 혹은 ‘대통령 만들기’다. 정가에서는 그의 대권 역할과 관련해 결국 대선 출마 쪽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

정 전 총장의 정치권 등장설과 대권 도전설을 여권이 중심이 돼 부추기고 있다. 여권은 지지율 높은 확실한 대권 주자가 없는 상황이이서 ‘정운찬 카드’는 한번 꺼내볼 만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꾸준히 거론돼온 정동영·김근태 전·현직 열린우리당 인사들은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정 전 의장은 지방선거 패배 후 지지율이 눈에 띄게 추락하면서 대권 주자 대열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여권은 한나라당과 같은 지지율 높은 확실한 대권 주자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12월 19일 치러지는 대선이 정확히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한나라당은 대권 구도를 형성했고 또 지지율 1·2위(이명박·박근혜)를 모두 차지하고 있어 여권은 조바심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여권이 정 전 총장을 매력적으로 보는 이유는 그의 고향이 공주라는 점과 전문성·참신함·신선함 때문이다.
그 동안 충청권은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확실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다. 지난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는 당시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의 연합으로 충청표를 이끌어내면서 당선됐다. 또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는 ‘충청권 수도이전’이라는 메가톤급 공약으로 충청인들을 사로잡았다. ‘51% 대 49%’의 상황으로 지난 두 번의 대선을 모두 이긴 김대중 후보와 노무현 후보에게 ‘51’을 만들어 준 곳이 바로 충청권이었다는 분석이다. 충청권이 대권 고지를 정복하는데 결정적인 힘을 보탠 것이 사실이다.

여권은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봤던 확실한 ‘충청효과’를 이번에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충청효과를 일으켜준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JP)가 최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지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여권에서는 ‘포스트 JP’가 필요한 상태다. JP급으로 성장시킬 만한 가장 적합한 인물이 바로 바로 정 전 총장이라는 얘기가 정치권에서는 정설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포스트 JP를 기대했던 국민중심당의 심대평 대표는 정치적 영향력과는 거리가 멀었고, 대권 3수 도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국민중심당 이인제 의원도 별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정운찬 = 충청 기대주’ 공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 전 총장이 충청효과를 일으킬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JP가 박 전 대표를 밀어주는 상황에서 그가 정치권에 등장한다면 과연 충청인의 표를 한곳으로 집결시킬 수 있을까 라는 관측에 의구심은 남는다. 아직 영향력이 살아있는 JP와의 세 대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충청효과를 완벽히 기대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정 전 총장과 JP의 세 대결은 해 볼만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JP는 이미 한물 간 인사고, 완전히 새로운 ‘정운찬 카드’는 충청권의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민병두 의원은 “정치권 안팎에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박원순 변호사, 강금실 전 법무장관 같은 분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민주개혁평화세력에) 플러스 알파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공개적인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여권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정동영 전 의장이나 김근태 의장보다는 정운찬 전 총장이 훨씬 매력 있는 대권카드가 아니겠냐”며 “여당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정운찬 영입론’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조사된 한국사회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할 만 하다. 지난 12월 28일 한국사회연구소는 국회·언론사·시민단체·학계 등 정치 분야 전문가 100인(각 25명)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 지지율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 ‘못된 송아지’

이 결과 정 전 총장은 25%의 지지를 얻어 23%를 얻은 고건 전 국무총리를 제쳤다. 그 동안 범여권의 유력한 차기 주자로 거론됐던 고 전 총리보다 높은 지지율을 얻은 것이다. 이는 정 전 총장이 향후 정치권에서 충분한 파괴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영향력이 입증되기라고 한 듯 정 전 총장은 벌써부터 정치권의 견제가 들어오고 있다. 그의 ‘충청권 중심’ 발언을 한나라당이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지난 12월 27일 박영규 한나라당 수석부대변인은 정 전 총장에 대해 “‘못된 송아지가 엉덩이에 뿔난다’고 하더니 정치 입문도 하기 전에 지역주의부터 배우는 것은 국민들을 크게 실망시키는 것”이라며 “범여권 대선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정 전 총장은 이제 더욱더 국민의 눈과 귀를 두려워해야 하는 공인인데도 특정 지역의 정서에 기대려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며, 정치적 발언의 첫 일성 치고는 너무 구태의연하다”고 비난을 했다.

이어 박 부대변인은 “정운찬 전 총장이 정치적인 의사표시를 함에 있어서도 떳떳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뜻을 밝히기보다는 알듯 말듯한 어투로 시종일관 연막전술을 펴고 있다”며 “(정 전 총장이) 21세기 한국의 지도자를 꿈꾸는 분으로서 자질이 매우 의심스럽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견제는 충청효과에 밀렸던 지난 두 번의 대선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전 시장을 언제 추격할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바탕에 깔려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정치분석가들은 “앞으로 한나라당이 정 전 총장을 계속 견제할 것이지만 그 수위는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정치에 입문조차 하지 않은 그에게 십자포화를 날리는 것은 오히려 면역력만 키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정 전 총장이 정치권에 들어와 대권 행보를 펼친다면 현재의 대권 구도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정운찬 카드’에 강한 믿음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의 의중과 관계없이 정치권에서는 지속적으로 ‘정운찬’이라는 이름이 거론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 전 총장의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김정욱 기자 ottawa1999@hanmail.net



- ‘정운찬? 박원순도 있다’
# 제3후보군 ‘블루칩들’… 박원순·문국현·진대제·강금실

여권의 ‘제3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외에도 10명 가까이에 이른다. 이 중 정 전 총장 다음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유력 인사는 박원순 변호사,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강금실 전 법무장관 등이다.

박 변호사가 본인의 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거론되는 것은 시민사회 진영의 대표주자라는 확고한 위상 때문이다.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고 공익 활동에 매진해온 점과 노무현 대통령처럼 여권의 영남출신(경남 창녕)이라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그는 노무현 정권의 대통령직 인수위에도 참여했으며 참여정부 초기 입각 대상자로 거론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박 변호사는 정치와는 거리를 두며 시민·사회봉사 단체인 ‘희망제작소‘, ‘아름다운재단’ 등의 운영과 활동에만 주력하고 있다.

‘CEO 혁명가’로 통하는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도 여권의 히든카드다. 문 사장은 노 대통령에게 경제부문을 자주 자문하고 있으며 그 동안 여러 차례 입각제의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당의 한 유력인사는 “문 사장은 진보적 성향을 지닌 데다 환경·윤리·지식경영을 도입해 우리나라 기업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고 평가하면서 “진보·개혁적 정책들을 추진력 있게 끌고 갈 수 있는 인물”라고 말했다.

강금실 전 법부장관은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했다 낙선했지만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지방선거 과정에서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을 인정받은 데다 참신한 이미지가 강점으로 통한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 강 전 장관은 정치권에서의 활동을 자제하고 있지만 언제든지 정치 무대로 다시 나올 수 있는 인물이다.

이들 외 진대전 전 정통부장관도 조심스럽게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진 전 장관이 나온다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대항마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그와 이 전 시장과의 대결구도는 ‘삼성 vs 현대’, ‘첨단기술 vs 건설기술’, ‘디지털 vs 아날로그’ 등으로 정립해 볼 수 있다.

한편, 최근 김혁규 의원이 여당내 일부 영남권 인사들에게 대선 주자로 지원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 천정배 전 법무장관, 한명숙 국무총리 등도 차기 대권주자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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