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5가지 ‘쪽박’ 징조


 

# 이명박 고공행진해도 여권에선 초조함 거의 찾아볼 수 없어
# 보수진영 결집시키는 노무현 노림수에 한나라당 부담만 가중

요즘만 같다면 한나라당은 차기 집권 뿐 아니라 2008년 총선에서도 압승을 거둘 수 있을 것 같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은 40%대를 지속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한 자리 수까지 곤두박질 치는 동안 한나라당은 안정된 고공행진을 했다. 대선주자 지지도에서도 한나라당이 막강하다. 열린우리당 소속 대권주자 가운데선 한나라당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를 따라잡을 위인이 없어 보인다. 기껏해야 고건 전 국무총리 정도가 맞수로 거론되지만, 벌써부터 “고건 말고는 또 없냐”는 목소리가 여권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런 정황을 보자면, 한나라당은 그야말로 승승장구 중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한나라당 주변엔 묘한 ‘악 기운’이 감돌고 있다. “당 차원의 아킬레스건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을 감싸고 있는 불길한 징조 5가지를 주제별로 정리했다.


징조1-너무 떠버린 이명박

이 전 시장은 경제전문가 출신의 이점과 실용적 중도개혁 이미지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여권 대선주자들의 형편없는 지지율도 이 전 시장의 독주를 돕고 있다. 대체로 이 전 시장의 ‘선 경제, 탈 보수’ 이미지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끊임없는 구설수들이 따라다닌다. 최근 박근혜 진영에선 “여권이 ‘이명박 띄웠다가 주저앉히기’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는 얘기가 다시금 나오고 있다. 이 얘기의 요지는 이 전 시장을 계속 띄워서 한나라당 후보로 만들어 놓고 대선 직전에 각종 ‘이명박 X파일’을 터뜨려서 단번에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여권이 이름있는 여론조사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해 이명박을 노골적으로 띄우고 있다”는 괴담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박근혜 캠프에선 이 전 시장 측이 일부 여론조사기관과 부적절한 돈 관계를 맺으며 여론조작을 벌이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는 말까지 들린다.
여권이 이 전 시장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는 굵직한 ‘이명박 아킬레스건’은 ▲LK이뱅크 관련 김경준 사기 소송건 ▲상암동 DMC 특혜 ▲병역기피 의혹 ▲기형적 재산형성 과정 ▲부동산 소유 과정 및 보유 문제 등 대략 5가지 정도로 회자된다.

이 중 상암동 DMC 특혜 비리 의혹 건은 경우에 따라 이 전 시장에게 형사책임이 주어질 수도 있는 사안이어서 특별히 주목된다. 대통령 피선거권이 박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암동’ 건은 지난 10월 말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잠깐 언급된 바 있다. 이 전 시장의 시장 취임 직후 한독산학협동단지의 사업부지가 애초의 A1(수익성 개발 사업이 불가능한 구역) 필지에서 노른자위 땅으로 알려진 C4와 E1(주상복합시설 건립 구역) 필지로 바뀐 점이 의혹을 받고 있는 내용이었다.

최근엔 ‘한반도 대운하 공약’이 이명박 캠프의 새로운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이 구상은 이 전 시장을 잠룡 1위로 성큼 올려 세운 일등공신이었다. 하지만 이 전 시장이 ‘운하’에서 한 발 뺄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단 환경단체의 공세가 본격화 할 것이란 부담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 전 시장의 가까운 참모들까지도 ‘대운하 공약 불가론’를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명박 캠프 내부에서도 ▲유럽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하천은 유량이 일정치 않고 ▲유량을 유지하기 위해 콕크를 설치할 경우 환경적으로 각종 재앙이 닥칠 수 있다는 등의 이유가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징조2-이회창·JP 때문에 또 세대대결?

한나라당은 현재 이회창 전 총재와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가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특히, ‘빅2’ 대선주자 진영으로선 확실히 껄끄러운 일이다. 이 전 총재는 지난 12월 안보 이슈를 내세우며 ‘아직 죽지 않았음’을 세상에 알렸다. 정치권은 이 전 총재가 사실상 정계복귀를 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 전 총재가 틈새를 노린 곳은 바로 ‘안보’였다. 자신의 역할론을 강조하면서 보수 결집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JP는 박 전 대표를 측면 지원하는 모양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의 보수 진영 가운데 이념적으로 JP와 어울리는 대선주자는 박 전 대표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를 또다시 거론하고 나선 것이 ‘원조보수’인 JP에게 멍석을 깔아준 셈이 됐다.

이 멍석은 확실히 한나라당 쪽에 깔려 있다. 이념 문제가 이슈로 떠있는 동안 JP는 한나라당 쪽에서 청와대와 여권을 공격할 것이 확실시된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JP의 입을 틀어막을 수는 없는 노릇. 대선을 1년 앞둔 상황에서 충청권의 민심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노 대통령이 전직 장성들을 비하하면서 군 복무 기간 단축 문제까지 들고 나온 터라 보수 진영은 더욱 결집할 전망이다. 일이 이렇게 돌아가면 대권 판세는 지난 2002년 대선에 이어 한 차례 더 세대간 대결구도로 갈 공산이 커진다.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 당직자 출신인 한 여권 인사는 “설령 한나라당이 분열 없이 잘 간다하더라도 온갖 보수·수구세력들이 한나라당 주변에 덕지덕지 붙게 되면 한나라당에선 젊은 지지층이 빠져나가기 시작한다”며 “한나라당이 앞으로도 개혁 진영을 이길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징조3-갈라질 정도로 심각한 대립

지난해 말 여의도 국회 부근의 한 식당, 한나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기자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이러다 다시 쪽박 차는 거나 아닌 지 모르겠다”며 한나라당 안팎에서 감지되는 이상기류를 경계했다. 이명박-박근혜 두 대권 주자 진영 간의 과도한 물밑 신경전이 당을 수렁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이 관계자는 ‘두 대권주자가 공정 경쟁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애써 마무리지었지만, 향후 본격적으로 벌어질 경쟁구도가 당을 반으로 가를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었다.
한나라당은 지난 두 번의 대선을 사실상 이회창 후보 ‘원톱’으로 치렀다. 97년 대선 때 모두 ‘9룡’이 덤벼들었지만 이 전 총재는 늘 독보적 1등이었다. 2002년 대선 때엔 당내에서 상대가 될만한 후보감도 없었다. 때문에 당이 나뉠 우려 또한 없었다.

하지만 현재 한나라당은 과거 두 번의 대선 때와 확연히 다른 환경을 맞고 있다. 양측이 아주 팽팽하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라는 하나의 잠룡이 더 있긴 하지만, 대중지지도나 당내 지분 면에서 ‘빅2’에 견줄 대상은 아니다. 한나라당의 대선 경쟁은 ‘이명박-박근혜’ 두 세력간 싸움이 될 것으로 다수 정치인들이 전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악의 경우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가 동시에 대선 본선에 나올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 이 전 시장의 높은 지지율이 그 이유로 제시되고 있다.
여권에선 “한나라당을 가만히 놔둬도 4월경에는 둘로 쪼개지면서 알아서 파탄날 것”이라는 기대가 설득력 있게 회자되고 있다. 결국 이 전 시장이 한나라당을 뛰쳐나올 것이며, 이 같은 관측은 높은 대중 인기도에도 불구하고 당 내 경선에서 박 전 대표에게 질 것이 뻔하다고 판단될 경우 이 전 시장이 가만히 앉아서 이 상황을 받아들일 리 만무할 것이라는 판단에 기인하고 있다. 여권에서 이 전 시장의 고공행진에 초조함을 거의 보이지 않는 이유도 이런 측면 때문이다.

한편, 한나라당 의원들은 연말을 기해 각각 이명박·박근혜 진영에 ‘줄서기’를 거의 마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몇몇 개성 강한 의원들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은 이미 줄을 선 상태며 현재 55명이 박근혜 진영을, 또 50명이 이명박 쪽을 선택했다. 손학규 전 지사에겐 4명이 줄을 섰다.

나머지는 이회창 전 총재 쪽의 눈치를 살피는 의원들과 원희룡 의원과 친분이 있는 몇몇으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징조4-정운찬 뜨면 또 충청 놓친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등장은 한나라당에게 분명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아직 정 전 총장의 정계 진출이 가시화 하진 않았지만, 여권에선 ‘정동영·김근태 용도폐기론’과 아울러 ‘정운찬 대권론’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정운찬의 파괴력은 ‘차세대 충청 출신 리더’라는 점과 ‘경제전문가로서의 위상’에서 나온다.

여권 가운데서도 통합신당파는 ‘정운찬 카드’를 이용해 한나라당으로 기울고 있는 충청권 민심을 다시 되찾아오겠다는 계산을 가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충청민심을 얻지 못해 모두 패했다. 두 번 모두 ‘51% 대 49%’ 구도로 졌다. 16대 대선 때는 DJP연합에 의해, 또 17대 대선 때는 노무현 후보의 수도이전공약에 의해 충청표를 왕창 잃었다.

17대 국회 들어 한나라당은 각종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충청을 접수하다시피 했다. 또 지금은 JP까지 박근혜 전 대표를 거들고 나섰다.
하지만 정 전 총장이 여권 잠룡의 다크호스로 부각할 경우 한나라당이 그 간 공들였던 충청 파고들기는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에서 충청의 민심을 얻지 못한 쪽은 단 한번도 정권을 쟁취한 적이 없었다.


징조5-너도나도 대선출마 난장판 조짐

여권에서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의외로 강하다. 지금 모양새로는 어림 없는 일이지만 대선을 한 달 남겨놓은 상황에서 얼마든지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자신의 대선주자들 지지율 조사 성적이 바닥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때문에 애써 여론조사 결과를 무시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대선은 51 대 49 싸움’이란 전망을 신주 단지 모시듯 하는 경향이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대목은, 열린우리당이 양갈래로 나뉜 다음 각 진영에서 대선 후보 경쟁이 벌어질 경우 한나라당에서 분열 조짐이 현실로 드러날 공산이 크다는 계산이다. 특히 여권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이 계속 저조한 상태로 지속될 경우, 한나라당 두 주자 진영에서는 ‘여권 후보 누구라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여길 수 있다.

여권에는 이 전 시장으로 하여금 당을 박차고 뛰쳐나와도 승산 있다는 생각을 하도록 그 여건을 만들어 놓으면 한나라당은 알아서 분열할 것이란 기대치가 있다. 한나라당 대선 주자 진영에서 여권의 이런 계산 속을 안다 하더라도 이를 사전에 막을 확실한 대비책은 없다. 주자들끼리 모여 ‘공정경선 하자’는 구두약속 정도가 그나마 할 수 있는 대책이다.
한나라당은 이회창 전 총재가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 경우의 수도 생각해야 한다. 원희룡·고진화 의원에 이어 얼굴 내세우기 좋아하는 몇몇 의원들이 출마 선언을 할 경우 경선 등장 인물은 8명 이상이 될 수도 있다.

김동현 기자 pen1969@hanmail.net




- 정쟁이 의미하는 것들

을씨년스러운 세밑에 국민들의 마음은 더 을씨년스럽다. 생활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형편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책임 있는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국민들의 이런 심사를 헤아려 따뜻한 말로 감싸고 희망을 주기는커녕 날선 공방만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저들이 정말 국민들의 현실을 알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자신들이 지금 배부르기 때문에 손에 쥔 떡을 누가 어떻게 뺏어먹을까 하는 궁리만 열심히 할 리가 없다.

속 터지는 것은 국민들뿐이지만, 이 땅의 지도층이 저절로 올라온 것이 아니라 국민들과 단체의 구성원들이 뽑아준 사람들이니 국민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따라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정쟁의 의미를 정확히 알아서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우선 최근 벌어지고 있는 노 대통령과 고건, 여권 내의 신당파와 사수파, 야권 빅3와 기타 정파의 치고받기는 전부 2007년의 대권을 잡고 2008년 총선에서 기선을 잡기 위한 권력투쟁이다. 모든 권력투쟁이 그렇듯 이 싸움은 승자와 패자가 분명해질 때까지 최소한 2007년 12월까지 지속되게 되어 있고 피바람을 몰고 온다는 것이다.

겉으로 내세운 정쟁의 명분이 비난을 했네 안 했네, 신장개업을 해야 하느냐 아니면 내부혁신이냐, 경제성장과 산업화의 계승자가 누구냐, 좌파냐 우파냐 하는 것들이지만, 이 말 속에는 모두 권력투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꼼수가 감춰져 있다. 하지만 노대통령이 지역통합의 명분으로 영남권 교두보 확보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 정치권에 진입한 민주화세력의 일부가 자신들이 확보한 기득권을 계속 유지해 가겠다는 것,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치세력이 대권경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반드시 하겠다는 것, 두 번에 걸친 대권경쟁에서 패배했지만 경제적 기반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기득권세력들이 10년의 실정을 심판하고 반개혁적 경향을 강화해 반드시 대권경쟁에서 성공하려는 계산이 작용하고 있다.

불행한 것은 이 권력투쟁이 국정현안에 대한 국론을 정리하고 이 논쟁과정을 거쳐 생산적 합의로 나아가지 못하고 국론의 분열과 갈등, 대립이 격화된다는 데 있다.
한국의 역사에서 정쟁이 남긴 후유증은 언제나 심각했다. 가까이 군부독재 대 민주의 구도 하에서도 양김 씨 간의 분열은 군부정권의 연장과 지역감정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대원군과 민왕후 세력의 다툼은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을 자초해 끝내 망국의 치욕으로 남았고, 임진왜란 직전의 동인과 서인의 대립은 국가적 위난이 코앞에 닥치고 있는 상황을 오판하고 말았다. 강성했던 고구려도 내부권력집단 간의 정쟁으로 취약한 측천무후체제였던 당나라의 공격으로 무너졌다.

이 같은 역사를 잘 알고 있는 우리 국민들이 대권경쟁을 1년 앞둔 시점에서 벌어지는 소모적인 정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모든 시기의 정쟁 과정에서 국민들이 제정신을 차렸다면 망국과 국난의 고통을 피할 수 있는 기회는 언제나 있었다. 국민의 뜻을 국정에 반영하는 민주주의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일단 여러 정파의 말싸움을 한 단계 끌어올려 국정현안과 과제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 저들끼리 치고 박는데 구경꾼일 수밖에 없는 국민들이 개입할 방식이 없지 않느냐고 말할 것이 아니라 댓글, 전화걸기, 메시지, 기자회견 등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둘째는 정파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사람들이 방관자적 태도를 견지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정쟁과 분열이 아닌 토론과 단결의 계기가 되도록 왕성한 활동을 해야 한다. 셋째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사회양극화, 북핵 위기와 주변강대국들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리더십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이 새로운 리더십을 키워갈려는 정성과 의지가 있어야 국민도 살고 나라도 산다.

연말의 어수선한 나라 안팎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한해의 마무리에 정성을 다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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