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에 1만원 ‘키스 사세요’


 

“쉽게 돈벌기 키스알바 최고”… 키스 구매자 넘쳐나
영등포·부평·서현역 부근 ‘즉석만남’으로도 성행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신종 아르바이트 ‘키스알바’가 사회문제로 떠오를 조짐이다.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키스알바’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10대 청소년이란 점이 충격적이다.

새로운 유형의 청소년 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키스알바’란 여성들이 인터넷 채팅이나 길거리에서 이른바 ‘즉석 만남’을 통해 불특정 남성과 만나 돈을 받고 키스를 하는 행위를 말한다.

문제는 키스에 그치지 않고 유사 성행위나 성매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키스알바’ 현장을 취재했다.

‘키스알바’가 유행처럼 자리잡고 있다. 지난 11월 28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한 여학생이 올린 ‘키스알바’에 관한 피해 사례가 알려진 이후, ‘키스알바’가 10대 여학생들의 심각한 탈선 창구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별 생각 없이 ‘키스알바’를 시작했다가 상대 남성들이 집에 알리겠다며 협박해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는 내용이었다. 또 이 여학생은 협박 때문에 남성과의 관계를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즉석에서 ‘키스알바’

10대들이 ‘키스알바’에 빠지는 이유는 성인 윤락녀들과 마찬가지로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유혹 때문이다. ‘키스알바’의 평균 가격대는 10분당 1만원 선. 산술적으로 볼 때, 하룻밤 2∼3시간 정도만 알바를 뛰면 10∼15만원은 거뜬하게 벌어들일 수 있다.

키스에 그치지 않고 성관계까지 가질 경우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기자는 영등포·부평·서현역 등의 지하철역 부근에서 ‘즉석 만남’으로 ‘키스알바’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지난 19일 밤 현장에 나가봤다.

현장을 포착하기 위해 간 곳은 영등포역 부근. 연말과 크리스마스 때문인지 화려한 장식품들이 즐비했다. 행인들은 추운 날씨 속에서도 각자의 갈 곳을 향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술과 유흥이 많기로 유명한 영등포에는 성인들은 물론이고 술 취한 청소년들도 쉽게 눈에 띄었다.

저녁 8시경, 아직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술에 취해 흔들거리며 걷고 있는 40∼50대 남성들이 많았다. 영등포역 지하도·술집·모텔 부근을 중심으로 ‘키스알바’ 현장을 잡기 위해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경까지 돌아다녔다. 밤 11시가 넘어서자 여기저기서 봇물 터지듯 사람들이 밀려나오기 시작했다. 대부분 술에 취한 사람들이었다.

시간이 좀 더 흐른 12시경, 술집이 밀집된 구역의 어느 한 모퉁이에서 어려 보이는 여자와 술집 난간에 걸터앉아있는 남자를 목격했다. 자세히 가서 보니 이들은 포옹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기자가 찾던 ‘키스알바’를 하는 여자와 이에 응한 남성이었다.

가까이 다가갔을 때는 이들은 이미 일(?)을 마치고 작별 인사를 하고 있었다. 이 여자는 언뜻 보기에도 고등학생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패딩점퍼에 미니스커트를 입은 귀여운 외모에 키는 155cm 정도였다.

기자는 여학생을 급히 따라갔다. 이상한 눈으로 보던 여학생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나이를 물었다. 그 여학생은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여학생과 잠시 대화를 나눴다. 이 학생은 짐작한 바와 같이 고등학교 2년생인 18세 미성년자였다. 집은 강서구 쪽이라고만 했다. 이 학생은 “돈 버는 재미에 ‘키스알바’를 한다”고 말했다.

‘키스 사겠다’ 무더기 쪽지

이렇게 길거리 만남에서 ‘키스알바’가 진행되기도 하지만 미리 예약하고 만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 채팅을 통해서다. 정확한 약속으로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키스알바 꾼’들은 주로 인터넷을 활용한다.

사실 확인을 위해 기자는 ‘키스알바 거래’가 빈번하게 이뤄지는 A사이트에 가입, 대화방을 개설했다. ‘키스알바’라는 방제목을 내걸고 ‘쪽지 보내주세요’라는 한마디를 남긴 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30여개의 쪽지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동시다발로 들어왔다.

모두 남성들이었다. 이들 대다수는 ‘어디세요? 얼마예요?’라는 첫 메시지를 보냈다. 쪽지를 보내온 남성 몇 명과 대화를 나눴다. 모두 ‘키스 구매’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강남·건대·신림동 등에 살고 있었고, ‘내가 갈께’라며 당장 보자고 했다.

이렇게 방을 개설하고 대화를 한 지 10분 가량이 지났을 때, 누군가 기자의 아이디를 ‘불법성행위 아이디’로 신고해 A사이트에서 ‘강제 퇴출’ 당했다.

이에 기자는 신고해도 ‘강퇴’ 되지 않는 유명 B사이트에 다시 가입해 똑같이 ‘키스알바’ 방을 만들었다. 여기서는 A사이트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많은 쪽지들이 날아 들어왔다. ‘키스 구매’ 수요는 넘쳐나고 있었다.

B사이트 쪽지엔 키스 구매자 남성들의 나이가 공개돼 있었다. 쪽지를 보낸 남성들은 20대 후반부터 40대 중반까지 다양했지만 접근하는 방식은 유사했다. ‘술 한잔하자’, ‘10만원 줄게’부터 시작해 ‘어디야? 내가 갈께’, ‘10분에 3만원’ 등의 쪽지를 쉬지 않고 보내왔다.
이명선 기자 lms9420@naver.com

[장인터뷰]‘키스알바’ 중인 18세 소녀
“외로워 보이는 사람이 포인트”

지난 12월 20일 자정 무렵 영등포 일대에서 ‘키스알바’를 하고 있는 한동희(가명·18) 양을 만나 이런 행동을 왜 하고 있는 지 이유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키스알바’를 한 지 얼마나 됐나, 자주 나오나.
▲한 달 조금 안됐다. 일주일에 2∼3번 정도 나온다.

-주변에 ‘키스알바’를 하는 친구들이 있나.
▲교실에서 가만히 들어보면 많이 하는 것 같다. 난 실업계학교라서 애들이 수업시간에 채팅으로 약속을 잡는 것도 봤다. 애들마다 하는 방식이 틀린데 난 학교에서 친구들하고 별로 친하지 않아 자세한 건 모른다. 강서·영등포·구로 애들은 영등포로 많이 온다.

-혼자 돌아다니면 무섭지 않나.
▲난 친구가 없어서 그런지 모든 게 혼자 하는 것이 편하다. 처음엔 좀 그런(무서운) 것도 있었지만 한번하고 나서는 그런 거 모르겠다. 솔직히 무서우면 또 못한다. 용기를 갖고 하는거지.

-어떻게 접근하나.
▲학교 애들은 채팅으로 하지만 나는 그렇게 만나는 거 싫다. 그렇게 만나면 더 많이 요구한다고 들었다. 나는 말 그대로 키스만 한다. 그냥 돌아다니다가 술 먹고 혼자 있는 아저씨한테 말하면 다들 잘 응한다. 꼭 혼자 있고 외로워 보이는 사람이 포인트다.

-아직 청소년인데 이 아르바이트를 해도 된다고 생각하나.
▲물론 하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돈도 쉽게 벌 수 있고, 나쁜 짓 하는 거라고 생각해 본적 없다. 부모님이 아시면 속상하시겠지만….

-주변 친구들은 왜 한다고 하나.
▲직접 물어 본적은 없다. 그렇지만 애들 하는 말도 그렇고 다 똑같지 않나? 자기 용돈 쓸려고 하는 거다. 어느 아르바이트보다 돈을 많이 벌고 시간도 적게 드니까.

-집에 늦게 들어가면 혼나지 않나.
▲당연히 혼난다. 그래서 나는 여기(영등포) 올 때마다 학원에서 야자(야간자율학습)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늦어도 새벽 12∼1시 사이에 집에 들어간다. 지금도 늦었다. 이만 가야겠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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