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갑 의원직 상실 후폭풍


 

# 한화갑 의원직 상실에 민주당 분노 폭발, 전면전 선언
# “입 열면 여럿 다친다”…노무현·정동영·김근태 정조준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이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칼을 겨누고 있다. 지난 22일 한 전 대표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자 민주당은 “노무현 정권의 ‘민주당 죽이기’와 ‘한화갑 죽이기’에 맞서 60만 당원투쟁을 선언한다”며 노 대통령 및 여당 인사들과의 전면전을 예고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한 전 대표가 의원직까지 상실한 이상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자신을 비롯한 노 대통령 등에게 오고간 돈에 대해 모두 폭로할지 모른다”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가 의원직을 상실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지난 22일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기업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 전 대표의 상고심에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날 한 전 대표는 상고심에서 유죄가 확정됨에 따라 의원직을 잃게 됐고, 당대표에서도 물러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새천년민주당의 당내 경선 선거운동을 위해 한 대표에게 제공된 금품은 정치자금이라고 봐야 하고 한 대표가 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에 사용한 대외활동비도 정치활동을 위한 정치자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는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손길승 SK그룹 전 회장으로부터 4억원, 박문수 하이테크하우징 회장에게서 6억5,000만원을 받는 등 기업인들로부터 총 10억5,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한 전 대표의 의원직 상실로 민주당은 침통함과 분노에 가득 찬 분위기다. 당시 경선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정동영 전 의장 등도 참여했고 이들 역시 부정한 정치자금을 받아썼음을 시인한 바 있다.

이에 민주당은 “노 대통령과 김 의장, 정 전 의장에 대해서는 조사조차도 하지 않는 반면 한 전 대표에 대해서만 표적수사 하고 정략적으로 기소한 것은 공정성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재판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이상열 민주당 대변인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는 한 대표에 대한 재판은 공정성과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노 대통령 퇴임 이후로 미뤄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며 “한 대표와 동일한 경우인 노 대통령도 퇴임 이후 함께 재판을 받아야 사리에 맞지 않느냐”고 강한 불만을 내비쳤다.

이어 이 대변인은 “우리는 노무현 정권의 민주당 죽이기와 한화갑 죽이기에 맞서 규탄집회를 비롯한 당원투쟁을 지속적으로 벌일 것”이라며 현 정권과의 전면전 선언했다.
정치권에서는 한 전 대표의 향후 발언을 주시하고 있다. 그가 사실상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음에 따라 ‘함께 죽자’식으로 지난 대선후보 경선 과정을 폭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선 당시의 부정함들을 낱낱이 밝힐 경우 노 대통령은 정치적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또 김 의장과 정 전 의장 역시 튀는 불똥을 피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추측이다.

김정욱 기자 ottawa1999@hanmail.net




- 포스트 한화갑 누구?

공동대표 체제였던 민주당은 한화갑 전 대표가 물러남에 따라 당분간 장상 대표 단독체제로 운영될 예정인 가운데 ‘포스트 한화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민주당에서 한 전 대표의 바통을 이어받을 인사로는 김효석·이낙연·조순형 의원과 정균환·박상천 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우선 이낙연 의원과 손봉숙 의원 등 현역 의원들이 비대위 체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그동안 “이럴 경우(자신의 의원직 상실)에 대비해 장상 대표를 모셨다”며 당헌 당규에 따라 원칙과 순리대로 갈 것을 강조해왔다.

지도체제 결정권한을 갖고 있는 중앙위원들 상당수가 ‘친 한화갑’ 성향의 원외위원장들이라는 점도 ‘비대위’ 보다는 ‘장상 과도체제’가 들어설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는 것이다.
장상 체제가 됐든 비대위 체제가 됐든 민주당은 내년 2월 3일 전당대회를 치르게 된다. 따라서 한 전 대표가 없는 민주당이 정계개편에서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당원들에 의해 뽑힌 정통성 있는 대표가 들어설 수밖에 없는 상황.

2월 전대에서는 장상 대표와 김효석·이낙연·조순형 의원과 정균환·박상천 전 의원 등이 당권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장상 대표는 원외이기는 하지만 지난 2월 입당이래 선대위원장과 공동대표를 역임하며 한 대표와 호흡을 맞춰온 것이 장점이다.

이낙연, 김효석 의원은 각각 전현직 원내대표를 맡으며 합리적인 의정활동으로 당 안팎으로부터 신임이 두텁다.
조순형 의원은 7·25 재보선을 통해 원내에 재진출한 이후 전효숙 헌재소장 후보자 임명을 저지한 공을 세우면서 ‘포스트 한화갑’의 대표 주자로 거론돼 왔다. 정균환·박상천 전 의원도 자천타천으로 당권 후보자로 이름이 거론돼 왔다.

민주당의 당권 경쟁이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의 전당대회와 구분되는 것은 현역 의원들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한 전 대표의 의원직 상실로 현역 의원이 11명밖에 안 돼 대의원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힘들고 특히 각 의원들의 표 동원력은 거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차기 당권은 정계개편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진로를 확실하게 제시하는 후보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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