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플라자 자동차경품 해프닝


 

▲ 희대의 경품 황당 사건으로 남을 ‘페라리 F360 경품’ 행사를 주최 한 삼성플라자 분당점

321만5,000만분의 1 확률게임…해외토픽감
황당한 무더기 당첨 뒤, 재추첨해 3명 확정

지난달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삼성플라자 분당점은 2억8,000만원짜리 ‘페라리 F360’ 수입명차를 내건 개점 9주년 경품행사를 했다. 문제는 당첨자 수. 무려 444명의 당첨자가 속출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경품응모권은 공란 26개 가운데 9개를 동전으로 긁어 낸 뒤, 직접 긁은 9개의 숫자와 나중에 공개추첨 한 숫자 9개가 일치할 경우 경품을 제공하는 방법이었다. 수학적으로 당첨확률은 수백 만 분의 1에 불과하지만, 지난달 말까지 당첨된 사람의 집계현황이 444명이나 됐다. 이 웃지 못할 소동의 내막을 살펴봤다.

지난달 1∼12일까지 삼성플라자 분당점은 ‘페라리 F360’ 경품행사를 열었다. 경품응모권은 삼성플라자 입장객 3만9,000명에게 배부됐다.

삼성플라자의 전단홍보로는 ‘페라리 F360’을 숫자 9개가 일치하는 당첨자에게 증정한다고 제시돼있었다. 드디어 추첨일인 14일이 됐다. 당첨 번호는 ‘3, 4, 5, 7, 8, 11, 12, 18, 23’.
이 경품행사를 수학적 당첨확률로 보았을 때 ‘321만5,000분의 1’이기 때문에 실제 분당 삼성플라자를 방문 한 고객에게만 나눠준 응모권으로 본다면 1명의 당첨자도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이 예상을 뒤엎고 당첨번호를 공개한 날부터 삼성플라자 경품 담당부서로 당첨자들의 전화가 쇄도하기 시작했다.

삼성플라자 홍보팀은 “유선상으로 당첨된 확인전화 만 444명이며, 실제 당첨 접수는 388명으로 집계됐다”고 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삼성플라자 측에서는 “어떻게 이렇게 수 백명이 당첨됐는지 우리들도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당첨자들의 불만과 의혹은 계속 제기 되고 있지만 사건의 진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과장광고, 내부 관계자 연루 등 무성한 의혹을 낳고 있지만 삼성플라자 측은 아직 납득할 만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플라자는 “응모권 안에 내용을 참조하면 당첨자가 3명 이상일 경우 당첨자 중 재추첨을 통해 3명에게만 지급하겠다는 것이 명시 돼있다”며 대응에 나섰다.

“주최 측 짜고 치는…” 의혹제기

경품행사 당첨번호가 공개 된 후 순식간에 당첨자가 80여명이 넘어선다는 소식을 접한 응모자들은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이 같은 황당 사건이 인터넷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각종 포털사이트에는 네티즌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아이디 ‘eva2jjang’의 네티즌은 “당첨자가 80명이 넘는다는 등 이상한 얘기들이 있는데, 그럼 주최측에서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은 플레이를 했다는 것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아이디 ‘museia’의 네티즌은 “원래 대부분의 행사가 내부직원들끼리 나눠먹는 건 알고있었지만. 이건 너무 티 나게 하는 거 아니냐. 어이없는 행사다”라고 했다.
당첨자 중 한 명인 이종민(가명·36) 씨는 인터넷을 통해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 씨는 “확률로 따져보았을 때 절대 3명 이상이 당첨 될 수 없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 씨는 “당첨자의 숫자를 확인 한 후 행사를 진행 한 주체 측의 불신을 갖게되어 삼성플라자 담당자를 찾아갔다”고 한다.

이 씨가 만난 삼성플라자 측의 담당관계자에게 불신의 대한 의혹을 말하자 삼성플라자 관계자는 “당첨자 중에 당사 직원들이 있을 거라는 의심은 말도 안 된다. 하지만 당첨자들 중에 서로 연관성을 보이는 사람들끼리 조직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걸 감지했다”며 “좀 더 조사를 해야하고, 아직 확실한 것은 없지만 필요할 경우 수사를 의뢰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런 한 의혹이 제기되는 글들은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며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와 같은 내용을 삼성플라자 홍보팀 관계자에게 확인 한 결과 “인터넷에 나오는 말들일 것이다. 우리는 내부조작이라는 의혹이 제기 된 적도 없고, 수사를 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예정대로 당첨된 고객 중에 재추첨을 통해 최종 3명이 개별통보 후 경품을 받아갈 것이다. 절대 우리직원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제비뽑기로 재추첨

444명이라는 엄청난 당첨자를 배출 한 삼성플라자 측은 응모권에 명시 된 내용과 같이 실제 당첨 접수를 한 388명 중 재추첨을 통해 최종 3명의 페라리 당첨자를 뽑기로 했다.

재추첨은 지난 6일 실시됐다. 경찰관 입회 하에 삼성플라자 측 관계자 및 100여명의 당첨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접수된 388장의 응모권을 모아 놓고 제비뽑기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 자리에 참여한 당첨자 고객 중 3명이 직접 눈에 안대를 하고 각 한 장씩 밀봉되어 있는 388장의 응모권 중 한 장씩 뽑아 2억8,000만원짜리 ‘페라리 F360’ 경품당첨의 최종 결과가 나왔다.
이명선 기자 lms9420@naver.com

경품 효과는 외제차가 최고

공짜 싫어하는 사람이 있겠냐마는 유독 우리나라는 공짜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경품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한때 백화점마다 경쟁적으로 아파트를 내건 경품이 대단한 효과를 누린 적이 있었다. 건설사들 역시 경품으로 나간 분양아파트가 백화점 전단지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어 백화점과 건설사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마케팅 전략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많았다. 경품 잔치가 고가 경품 논란 등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리자, 언제부턴가 아파트 경품은 살며시 사라졌다. 그 자리를 요즘은 ‘외제차’가 메우고 있다. 백화점 경품시장의 최대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페라리를 내건 삼성플라자의 황당 경품 사건과 푸조를 경품으로 내놓은 롯데백화점 ‘창사 27주년’ 세일이 대표적인 사례. 외제차 경우도 백화점 전단지 홍보와 전시 공간을 확보해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런 외제차 경품 행사도 아무 백화점에서나 진행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속칭 ‘좋은 동네’ 근처의 백화점에서나 가능하다. 본점이나. 강남. 분당쯤 돼야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것이다. 고가 경품의 경우 제세공과금 내기도 벅차다. 무려 22%. 2억8,000만원짜리 페라리면 제세공과금만 6,160만원이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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