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어린이집, 성폭행사건 뒷이야기


 

▲ 국회어린이집 주위에 설치된 CCTV. 어린이집은 유아 성폭행사건 이후 어린이집 주변에 울타리 및 CCTV를 설치하고, 해당 보육교사 2명을 보직 변경하는 등 나름의 조치를 취했다.

국회 측과 피해자부모 합의 후 사건 일단락
피의자 없어 무혐의처리 어린이집만 불벼락?

지난 5월 국회어린이집에서 여아 두 명이 헌정기념관으로 견학 온 초등학생에게 성폭행을 당한 끔찍한 일이 있었다. 이 사건은 발생 7개월 만인 지난 10월 17일 국정감사에서 뒤늦게 공개됐다. 하지만 사건 해결은 여전히 답보 상태. 피의자를 찾을 수 없는 상황 때문이다. 국회가 직접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유아성폭행 사건이라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지만, 국회 측은 이를 신속히 대처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들으며 한 때 은폐의혹이 일기도 했다. 국회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유아성폭행 사건의 뒷이야기를 알아봤다.

지난 5월 초, 국회 안으로 견학 온 초등학교 학생 중 일부가 국회어린이집 잔디밭에서 놀이를 하고 있던 피해 여아 2명을 후미진 곳으로 데려갔다. 그리곤 성추행 및 성폭행을 저질렀다.

피해 아동의 부모는 국회 직원. 아이의 어머니는 지난 5월 9일 5살 딸아이를 목욕시키던 중 몸 곳곳에 피부가 부어오른 것을 이상하게 여겨 아이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피해 아이는 “바깥놀이를 하고 있는데 국회에 놀러 온 초등학생 오빠가 어디로 데려가 눕혀 놓고 만지고 했다”고 답했다.

다음날인 5월 10일 부모는 아동성폭력 전담 센터인 해바라기센터에 사건을 접수하고, 어린이집에 이 사실을 알렸다. 또 산부인과에서 질과 항문 주위에 성적학대로 인한 흔적이 있어 성폭력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서와 확인서를 받았다.

사건 이 후 아이는 극심한 공포를 느끼는 급성불안장애와 우울증을 앓고 있어 어린이집을 그만 둔 채 매주 소아정신과 병원에서 유아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국회 어린이집 자모회 측은 사건 발생 후 국회 사무처에 사건의 진상조사 및 문제 해결을 요구했지만 국회 측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시간은 그냥 흘러갔다.

이 사건은 지난 국정감사 때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난 10월 17일 국회사무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사건 발생 당시 국회 어린이집 사고 보고서엔 이번 사건이 누락되어 있었다”고 추궁하면서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최 의원은 국정감사 결과 “국회어린이집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함께 있던 아동 2인이 증언한 녹화자료가 있고, 산부인과 등의 진단서 및 확인서도 확보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국회 사무처는 보육시간 중에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을 강력 부인하고 있고, 교사 역시 ‘부모가 꾸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

과연 국회 어린이집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보육교사는 이 사실을 알면서 묵인했던 것일까. 은폐의혹과 더불어 진실공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영등포경찰서는 아이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성폭행 사건 당시 보육교사가 그 자리에 함께 있었는지, 또 보육교사는 이 사건을 알고도 묵인하려했던 것인지에 대한 사실을 규명하려했다.

하지만 보육교사 측은 보육시간 중에 사건이 발생했다는 피해 아동 부모의 주장을 강력히 부인했다. 경찰은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해 조사했지만, 보육교사들의 진술이 90% 이상 진실로 판명돼 직무유기혐의가 없었던 것으로 잠정처리 됐다. 결국 이 사건은 피의자가 없는 상태로 무혐의 처리 됐다.

피해아동부모는 사건 발생 3개월 동안 성폭행 사건을 쉬쉬하며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국회에 강력하게 항의했고, 자모회 측 역시 아이들의 안전에 관한 종합적인 점검과 대책마련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빗발치는 항의로 국회 감사관실은 지난 9월 피해 아동 부모, 보육교사, 해바라기아동센터의 진술과 경찰 수사 진행 상황을 토대로 내부감사를 열었다. 그 결과 서둘러 해당 보육교사 2명을 보직 변경하고, 어린이집 주위에 CCTV와 울타리를 설치했다.

그리고 어린이집과 피해자 측의 내부협상이 진행되면서 사건은 매듭지어졌다.

“어른 관심이 최우선”

이 사건을 처음 접수받았던 해바라기센터의 최경숙 소장은 유아성폭행사건과 관련 “이 사건에 대해 말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며 별 얘기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객관적인 전문가 입장으로서의 유아 성폭행 문제에 대한 몇 가지 설명을 했다.

최 소장은 “아이들 피해의 경우 범인을 잡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다”며 “피해자는 있는데, 피의자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어 “아이들은 자신의 피해 사실에 대해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은 한계가 있고, ‘유치원 가기 싫어’, ‘○○(성기 표현 용어) 아퍼’ 등의 표현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최 소장은 아동 성폭력 사건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 방안으로 ‘어른들의 관심’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그는 유아성폭행관련 범죄사실과 피해 사실조차 밝혀내기 어려운 실정에서 “아동의 특수성을 띄고있는 범죄수사를 담당할 전문가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피해 의사 확인, 심리평가, 아동 전문 녹화 등으로 증거자료를 만들지만 기소가 낮고, 기소가 된다 하더라도 증거 부족, 진술의 어려움 등으로 승소가 어려운 것이 사실인 만큼 정부차원의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명선 기자 lms9420@naver.com

언론 접촉 피하며 함구 일관

지난 11월 29일 기자는 피의자 없이 마무리 돼버린 국회어린이집 성폭행 사건의 처리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국회어린이집을 찾아갔다.

주변 관계자에 따르면, 어린이집 주변 울타리는 설치한 지 두 달 채 되지 않았다. 사건 재발 방지 차원에서 설치한 것이었다. 국회어린이집 성폭생 사건과 관련, 단편적인 외관의 변화 이외의 것에 대해선 더 알아낼 수 있는 게 없었다.

관련자들이 내부협상 결과와 보육교사의 보직에 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어 정확한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자모회 회원 이모 씨를 만나 어렵게 얘기를 나눴다.
이 모씨는 “이런 일(유아 성폭행 관련)이 생길 것이라고 전혀 생각도 못했다”면서 “하지만 이번일과 관련해서는 더 이상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씨는 “피해 부모와 자모회 측은 이미 국회 사무처 측과 내부협상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피해부모 역시 최후의 수단으로 언론을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는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그 후, 현재 국회 어린이집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와 접촉을 시도했으나 “관련 된 일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그리곤 “(국회)사무처를 통해 절차를 밝아라”고 떠넘겼다. 국회사무처도 같은 입장이었다. “할말이 없다”며 “국회어린이집을 통해 취재 요청을 해라”라고 했다.

재차 어린이집 교사와의 접촉을 시도해 당시 보육교사의 정확한 입장을 듣고자 협조를 요청했지만, 사건 관련 보육교사 역시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선>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