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노리개 계약서’ 전모

성관계 불응 시 투자금액 100배 물리도록 해
전 씨, 유사전과만도 수두룩…베테랑 사기꾼

실제 연예인만이 노예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다. 연예인 매니저로 사칭해 ‘유명연예인으로 키워주는 통과의례적 절차’라는 일명 노예계약서라는 것을 강제 작성하게 한 후 성폭행 하는 사건이 실제발생해 연예인의 꿈을 꾸고 있는 이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고 있다. 지난 7월 피해자 김모(19) 양은 연예인으로 키워주겠다며 접근한 피의자 전모(46) 씨에게 성 노리개 계약서와 같은 ‘합의서 및 계약서’라는 명목의 노예계약서를 강제 작성한 후 성폭행 당한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마포경찰서 강력3팀에 따르면 전 씨는 연예인 매니저 행세 뿐 아니라 2002년 이후 특경법(사기), 횡령, 공문서 위조 등 총 7건의 지명수배를 받고 있는 자였다. 최근 발생한 연예인매니저 사칭 성폭행 사건의 전모에 대해 알아봤다.

전 씨는 연기 지망생인 피해자 김 양에게 “연예인으로 성공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조건을 내세워 합의서 및 계약서라는 명목으로 지장 찍기를 권했다. 김 양은 그것에 응하지 않았지만 당시 너무 피곤하고 힘든 상태였으며 전 씨가 강제로 김 양의 손을 끌어 지장을 찍게 했다.

그 내용인즉 ‘정해진 스케줄 및 계획이외에는 허락 없이 사생활을 즐길 수 없으며, 성관계는 시키는 데로 무조건 응해야하고, 다른 이성과의 교제는 절대 할 수 없다’는 성 노리개로써의 관련 내용을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06년 7월 4일부터 2015년 7월 3일까지 전속계약을 하고, 계약만료 후에도 피의자가 원할 시 5년을 재계약 해야 한다’는 조건과 이를 위반 할 시 계약금 10만원 포함, 피의자가 사용한 비용 100배를 변상하기로 하는 등 터무니없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위약금 앞세워 강간

마포경찰서 강력3팀에 따르면 전 씨의 첫 범행은 2006년 7월 8일 4시 30분쯤 충남 아산시 도고 소재 G콘도에서 벌어졌다. 이유인 즉, 수치심을 없애야 한다는 구실을 내세워 옷 벗기기 화투놀이를 하는 등 만행을 펼치는 가운데 피해자가 옷을 벗지 않자 위약금 100배를 운운하며 협박한 후 강간했다.

또한 바로 다음날인 지난 7월 9일 오후 7시 30분경에도 피해자가 거주하고 있던 마포구 성교동 소재 M고시원 5호실 방안을 무단 침입했다. 그 후 김 양의 가슴과 음부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하며 강간을 시도했으나, 김 양이 완강히 저항하며 방문을 박차고 뛰쳐나가자 범행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 그 후 바로 김 양은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해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에 붙잡힐 것을 염려한 전 씨는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해지하고, 당시 전 씨가 거주하던 고시원의 모든 물건을 들고 도주했다. 그 후 경찰은 전 씨를 추적했고, 약 5개월 후 2006년 11월 23일 16시 20분께 경남 창원 소재 고속버스터미널 주변 기지국에서 전 씨의 휴대전화번호 위치가 추적됐다. 경찰은 서울 상경의 확률이 높다 판단하여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하차장을 중심으로 잠복했고, 확보하고 있던 사진과 유사한 자를 발견해 검문을 요구하자 전 씨는 미리 위조해 소지하고 있던 측근의 주민등록증을 제시한 후 도주했다.

이에 경찰은 전 씨를 추격해 검거했고, 주민등록증 위조 사실과 김 양을 성폭행 한 사실을 확인했다. 전 씨는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정확한 증거자료인 노예계약서와 피해자가 있어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베테랑급 사기꾼

검거 직전까지 전 씨는 지방을 중심으로 떠돌이 생활을 하며, 본명을 사용하지 않고 강도사, 선교사라는 명칭을 사칭해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것만 약 1개월 정도 걸렸다”고 경찰 관계자는 말했다. 전 씨는 이미 이번 성폭행 사건 이외에도 지난 2002년 이후 신분증 위조, 특경법, 횡령, 공문서위조, 부정행사 등으로 서울중앙지검검찰청, 광진경찰서, 동부지검에 수배가 내려져 있는 상태였다.

마포경찰서 강력3팀에서는 전 씨로부터 동일 수법으로 피해 입은 박모 여성을 찾아가 보았으나 “가정주부라는 이유로 수사를 거부했다”며, 이에 경찰은 “또 다른 추가피해자 존재 여부를 확인하고 있으며, 여죄 수사 진행예정에 있다”고 말했다.

이명선 기자 lms9420@naver.com


노예계약서 내용
“딴 남자와 잘 때 허락 맡아라”

다음은 마포경찰서 강력3팀이 압수한 속칭 ‘노예계약서’ 전문.

합의서 및 계약서

“갑””을”은 아래와 같이 합의하여 계약하기로 한다.
1. “갑”은 연기학원에 “을”을 등록(1개월-1년)시켜 기초연기-성인연기를 지도 받도록 한다.

2. “갑”은 “을”의 연기학원 등록비(3개월에 금 230만∼250만원) 및 숙소비용(금 20만∼30만원)을 대납하거나 지급하고, 전속 계약금으로 금 10만원을 지급한다.

3. “을”은 연기자로 데뷔시는 “갑”이 품행 유지비를 지급하며, 승용차 및 매니저를 대동시켜 연기자 생활 할 수 있도록 한다.

4. “을”이 데뷔 후 모든 수익은 “갑”이 관리하며, “을”을 지원 한 모든 비용을 정산 후 “갑”과 “을”과 50:50의 비율로 정산하기로 한다.

5. 1). “을”은 합의서 및 계약서 작성 일로부터 “갑”의 계획에 따라 요구(클럽, 밤늦게 귀가 등 허락 없이 다니지 못 함)하는 스케줄 및 계획된 정상 생활을 하기로 한다.
2). “을”은 연예인 데뷔 전 “갑”과 상의 후 코, 턱, 유방 기타 성형수술을 하도록 한다.
3). “을”의 남자친구를 “갑”이득이 없다고 생각 시에는 헤어지게 할 수 있다. 남자친구나 타인과 성관계 시 “갑”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4). 합의서 및 계약서 작성 일로부터 데뷔 전 후 필요 시 “을”은 “갑”이 시키는 성관계는 조조건 한다.
5). 연기학원 수강 때나 데뷔 후 누구와도 술(담배 끊도록)과 이성 교제를 하면 안 된다.

6. “을”의 모든 사생활도 “갑”에게 상의하며, 비밀을 가지면 안 된다.

7. “갑”이 숙소를 계약하면 “을”은 숙소에서 숙식을 한다.

8. “을”은 합의서 및 계약서 내용에 따라 “갑”과 전속계약 기간은 2006년 7월 4일∼2015년
7월 3일까지로 한다.

9. 전속계약 기간만료 후 “을”은 “갑”이 요청하면 5년을 재계약하기로 한다.

10. “을”은 합의서 및 계약서를 해지할 시 “갑”이 위 내용으로 사용한 비용의 100배를 변상하기로 한다.

11. 합의서 및 계약서 내용을 “갑” “을”은 연예인으로 성공하기까지 비밀을 지키도록 한다. “을”은 합의서 및 계약서 내용을 작성 후 위 합의서 및 계약서를 지키지 않을 경우 전적으로 민, 형사 책임을 질 것이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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