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도우미 단속 피하기 백태


 

▲ 정부의 ‘노래방 도우미 천퇴’ 의사에 도우미들이 룸살롱으로 자리를 욺겨 영업을 계속하고 있어 이에 따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일행·읍소형·막무가내형·CCTV설치 등 가지각색
노래방 업주 “성특법과 별반 다를 바 없을 것” 태연

정부의 ‘노래방 도우미 철퇴’ 의사에 노래방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실제로 노래방에 도우미가 등장하면서 유흥주점과 노래연습장의 차이가 모호해 진지 오래다. 노래방에서 버젓이 술과 여자를 공급하기 때문에 굳이 값비싼 유흥주점을 찾을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최근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강화, 음란 사업을 하고 있는 노래방 업계의 허리를 바짝 죄고 있다. 법률에 따르면 노래연습장의 업자는 접대부를 고용·알선하거나 호객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만약 이를 어길 시엔 해당 업소의 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되며 도우미 또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그렇다면 정작 당사자인 노래방업계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강북 곳곳의 노래방과 도우미 업계 종사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달 29일 시행된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노래연습장은 ‘연주자 없이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영상이나 반주장치 등의 시설을 두고 이를 제공하는 영업을 하는 곳’이다. 이 법 22조에는 노래연습장에서 술을 팔지 말라거나 접객원을 고용하지 말라는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령’의 내용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여기에 “누구든지 영리를 목적으로 노래연습장에서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 또는 춤으로 손님의 유흥을 돋우는 접객행위를 하거나 타인에게 그 행위를 알선하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 조항이 ‘노래방 도우미’를 단속할 구체적 근거가 된다.

실명·나이 미리 알아둬라

정부의 법률 강화로 인해 노래방 업주들 또한 연말 대목을 앞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노래방 도우미를 사법 처리할 수 있는 음악산업진흥법 시행 이후 경찰이 도우미 단속에 고삐를 죄자 최근 노래방 업주들은 갖가지 수법을 동원하며 수사망을 피하고 있어 눈길이 집중된다.

대표적 사례는 ‘일행’이라고 주장하는 유형이다.
도우미와 손님이 경찰단속에 대비해 사전에 이름과 나이를 주고받으며 상호 관계도 ‘애인’이나 ‘오빠동생’, ‘직장동료’,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사이’ 등으로 입을 맞추는 것이다.

하지만 도우미나 손님들조차도 자신의 명확한 신분노출을 꺼려 대개 가명을 사용하거나 나이를 속이는 경우가 많아 탄로나기 일쑤다. 현장을 급습한 경찰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양 당사자를 분리해 따로 조사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도우미들이 즐겨 쓰는 수법은 선처를 호소하는 ‘읍소형’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공통점은 남편과 ‘이혼’으로 ‘가족부양’이나 ‘학비마련’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경력은 ‘불과 1개월’이라는 것.

이에 반해 사생활 보호나 형평성 등을 이유로 버티거나 항의하는 ‘막무가내형’도 의외로 많다는 게 단속경찰의 설명이다.

이들은 과음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양해를 구한 뒤 신분확인에 나서는 경찰에 대해 ‘사생활까지 국가가 간섭하느냐’며 막무가내로 버티거나 항의하기 일쑤다.

간간이 형사소송법까지 들먹이며 프라이버시 침해를 강조하는 이들도 있지만 ‘공무집행방해죄’에 대한 설명과 함께 도우미 접대 사실이 들통나면 말 없이 고개를 숙인다.

업계의 생리를 잘 아는 눈치 빠른 도우미들은 “재수 없게 단속에 걸린 것”이라며 다른 도우미와 형평성 등을 주장한다.

또 도우미들이 자주 가는 노래방을 일러주면서 자신의 선처를 호소해보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어려울 땐 경찰을 의식해 혼자말로 욕설을 퍼붓기 일쑤다.

단속을 가장 우려하는 이는 누구보다 업주. 따라서 이들은 영업시작과 동시에 도우미들이나 이들을 수송하는 속칭 ‘보도방’ 등에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경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노래방 출입구는 물론 주변 도로의 상황까지 감시할 수 있는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하는 곳이 부쩍 늘었다.

또 방음이 잘 된 지하노래방 등은 간판 불을 끄고 출입문을 잠가 몰래 영업하는가 하면, 단속이 뜸한 새벽 1~2시까지 기다린 뒤 영업을 시작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업주들의 불만도 상당하다.
손님들 스스로 휴대전화로 도우미를 부를 경우 알 수가 없을 뿐 아니라 손님들의 요구를 이기지 못해 불가피하게 도우미를 부르더라도 적발되면 손님은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법의 허점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경찰의 가장 확실한 경찰의 단속방법은 현행범 체포다. 속칭 ‘보도방’이 승합차량 등을 이용해 노래방에 도우미를 공급하는 현장을 목격하는 것으로 이 경우 덜미를 잡힌 도우미나 업주 모두 아무런 저항 없이 두 손을 들고 만다.

풍선효과 키워

성북구 일대의 한 보도방 업주는 “남들도 다 계속 하는데 혼자 그만 둘 순 없는 노릇 아니냐”며 단속의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고, 또 다른 보도방 업주인 A 씨는 “(단속의 추이를 살펴보며) 잠시 휴식을 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강경한 태도에 대해 대부분의 보도방 업주들은 “성특법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만 반짝하는 단속이 될 것”이라며 코웃음쳤다.

서울 서대문에 소재한 한 노래방 업주 또한 “노래방 도우미가 근절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사실 우리들 또한 ‘단속에 걸리지 않으면 좋은 거고 걸리면 재수 없는 거고’란 생각으로 계속 장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우미 아가씨들의 반응 또한 제각각이다.
대부분의 노래방 도우미들은 “벌금을 물어야 한다는 것도 내키지 않지만 무엇보다 집에서 내가 이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될까봐 더 무섭다”면서도 “화류계 생활을 접을 생각은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상당수의 화류계 여성 종업원들은 “단속의 손길이 상대적으로 적은 유흥주점 등지로 이동하겠다”거나 “보도방에 소속되지 않고 혼자 프리랜서로 뛰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법 시행으로 ‘보도방 업계’가 주춤하고는 있지만 유흥주점이나 단란주점 등 도우미가 필요한 곳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특히 비교적 주대가 저렴한 퍼블릭형 룸살롱의 경우 속된 말로 ‘물 반 고기 반’이다.

삼성동에 위치한 퍼블릭 L 룸살롱에서 근무하는 최모 씨는 “이달 들어 갑작스레 아가씨가 10명이나 늘었다”며 “테이블만 본다는 조건으로 노래방 도우미가 퍼블릭업소로 이동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노래방 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는 김빛나(21·가명) 씨 또한 “당장 수입이 없어지면 뭘 먹고 살겠느냐”며 “기존에 알고 지내던 손님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면서 용돈이나 벌 생각”이라고 말했다.

논현동 일대 노래방에서 꽤 유명세를 날렸던 김하나(23·가명) 씨는 ‘한 달에 800만원 찍을 수 있다’는 지인의 꼬임에 북창동식 하드코어로 업소를 옮겼다. 하지만 테이블에서 벌어지는 하드한 수위에 지레 겁을 먹어 만 하루만에 일을 접었다고 한다. 초이스와 2차를 강요받는 클럽의 시스템도 마찬가지. 결국 노래방의 에이스급이 둥지를 틀 수 있는 공간은 자연스레 퍼블릭으로 모아진다.

도우미가 화류계를 뜨지 못하는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수입’ 때문이다. 노래방 도우미의 수입은 1시간을 기준으로 2만5,000원 상당이다. 보도사무실 업주에 시간당 5,000원을 띄어 준대도 하룻밤 새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30만원까지 수입을 올리는 셈이다.

반면 퍼블릭 룸을 기준으로 할 때, 한 테이블에 10만원을 받는다. 밤새 두 테이블을 볼 경우 노래방의 두배 가까운 수입이 보장되는 것이다.

아가씨가 적응하기 편한 곳이 퍼블릭이지만 애로점은 존재한다. 손님 대부분이 뉴페이스를 선호하다 보니, 마담 사이에는 손 안탄 아가씨를 잡으려 혈안이다. 노래방 출신 가운데 ‘얼굴 되고 몸 되는’ 아가씨를 골라 “처음 일하는 손 안탄 아가씨”라며 손님 옆에 앉히기 바쁜 것.

아가씨가 늘어 즐거운 사람은 손님뿐만 아니다. 아가씨를 공급하는 마담의 수익이 올라감은 물론, 자연스레 물갈이가 되어 뉴 페이스에 대한 기대로 손님의 재방이 늘기 때문에 업주 측에서도 반기고 있다.

때문에 유흥업소 측에서는 노래방 여파가 불경기 때아닌 호재로 작용하고 있으며 1종 유흥주점 허가를 가진 업소에서 노래방의 간판을 걸고 영업을 하는 새로운 변종 형태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이너뉴스 www.minornews.com


“이것이 천직이라고 생각”
도우미가 말한 ‘유흥업소 생활’

다음은 노래방에서 도우미로 일하다 현재 강남 H업소로 자리를 옮긴 유진(가명), 도희(가명) 씨와의 인터뷰 내용 전문이다. 이들은 인터뷰 내내 그들이 몸과 마음으로 느낀 유흥업소 생활에 대해 생생하게 그려냈다. 그들의 삶의 애환을 그대로 담아봤다.

-어떻게 해서 유흥업소에서 일하게 됐나.
▲유진: 뭐 단순해요.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해서 제발로 업소에 찾아왔죠.
▲도희: 친구의 권유로 처음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시작하게 됐는데 조금 하다보니 수입도 괜찮고 해서 지금까지 일하게 됐어요.

-어렵고 힘든 일은.
▲유진: 원래 술을 잘 못하는데 싫어도 술을 마셔야 한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어요. 일주일 내 술을 마시다 보니 속이 편한 날이 없어요. 주중에는 업소에서 손님들과 술을 마시고 퇴근 후에는 그 날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주변에서 소주 한잔하고 들어가다 보니 일주일 내내 술의 연속이에요. 요즘은 술 때문인지 피부도 까칠해졌어요. 그런데 어떻게 해요. 힘들지만 미래를 위해 오늘도 술을 마시는 것이 직업인데 그래서 지금 힘들게 돈을 모으고 있지만 몇 년 후에는 따른 일을 해보려고 학원에 다녀요.
▲도희: 전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왠지 유흥업소가 저하고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이젠 재미있다는 생각 때문에 ‘이것이 천직이다’고 생각하며 일해요.

-하루일과에 대해서 말해 달라.
▲유진: 새벽 4시쯤 퇴근을 해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아침 9시쯤 기상해요. 학원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헬스클럽에 들리죠. 유흥업소 일이 몸으로 하는 노동이다 보니 보양식도 좋지만 운동으로 몸 관리를 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거든요. 오후 7시 출근해서 손님들 방에 들어가기 전에 부족 한 잠을 짬짬이 보충하면서 하루를 보내요.
▲도희: 전 두말 할 것도 없어요. 보통 오후 4~5시쯤에 일어나죠. 그리곤 곧바로 출근해요. 시간에 관계없이 새벽 4시쯤 퇴근하면 친구들 만나고 집에 들어오면 아침이죠. 그럼 바로 잠들어요. 간단하죠.(웃음)

-월 평균 수입은 어느 정도 되나.
▲유진: 전 평균 300만원 정도 되요. 낮에 일이 있어서 빨리 퇴근하는 편이거든요. 하지만 이걸로 만족해요.
▲도희: 전 이일이 천직이라서 그런지 500만원 정도? 많을 때는 더 벌 때도 있어요. 그렇지만 쓰는 것도 많아요.

-만약에 한달 수입이 100만원이라면 살 수 있겠나.
▲유진: 사는데는 지장 없겠지만 여가생활이 없어 질 것 같아요. 그래서 유흥업소에서 한번 일을 한 사람들이라면 일반적인 정상적인 사회로 돌아가기가 힘들다 잖아요.
▲도희: 절대 살 수 없을 것 같아요.

-출근하면 보통 무슨 생각하나.
▲유진: 전 잠이 부족해서 무슨 생각할 시간은 없고 대부분 수면을 취하는 편이에요.
▲도희: 음~. 전 ‘어떻게 하면 돈 더 벌 수 있을까’ ‘한 테이블 더 볼 수 있을까’가 항상 고민이죠.

-일이 끝나면 주로 뭘하나.
▲유진: 너무 단순한지 모르겠지만 곧바로 집으로 가요. 몸도 피곤하고 일찍 일어날 것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죠.
▲도희: 매일은 아니지만 포장마차나 야식집에 해물요리를 먹으로 가요. 일종의 보양식이죠. 술을 많이 마시다보니깐 몸부터 챙겨야겠더라고요. 그래서 퇴근 할 때 조를 짜서 맛있는 것 먹으로 많이 가는 편이에요.

-성특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유진: 이건 성매매 방지법이 아니라 사생활 침해라고 생각해요. 나쁘게 이야기하면 내가 내 몸 돈 받고 판다는데 왜 나라에서 못하게 하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어요. 오히려 법적으로 너무 강압을 하면 업소에서 일 할 애들이 어디 있겠어요? 직접 프리랜서로 뛰어야겠지요. 그것 또한 국가에서 다 관리 할 수 있을까요? 차라리 미성년자 단속에나 신경 좀 썼으면 좋겠어요. 아직도 미성년자가 술 마시러 돌아다니는 판인데 말이죠.
▲도희: 유진이 말도 일리가 있긴 하지만 저의 견해로는 예전의 성매매와는 틀리게 더욱 고급화로 변화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뚱뚱하고 키도 작고 말주변도 없는 노총각이라면 어떤 여자가 맘에 들어 하겠어요? 하지만 이 사람도 남잔데 집에서 자위행위나 하고 있을 순 없잖아요. 성매매 방지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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